좋은 글을 찾아서 184

"전유성,진미령이 쏜 꼭잡고 다녀온 남의 문화유산답사기"중에서

베를린은 역사적인 도시다. 장벽박물관에서는 이제 과거의 유산이 되어버린 분단시대의 벽조각들이 통일의 의미를 역설적으로 웅변한다. 그 보잘것없는 벽돌 쪼가리, 손바닥만한 담벽 파편을 주워서 집에 갖다놓고 간직하는 사람들이 수십만명에 달한다. 그들이 간직한 건 하찮은 벽돌 ..

이화여대 한국학 최준식 교수님의 "대한민국을 팔아라" 중에서

신기의 나라, 문기의 나라 한국문화의 중심에는 강한 신기가 흐르고 있다. 변화에 대한 강한 적응력과 뭐든지 빨리빨리하는 전광석화의 정신, 화끈한 일처리 방식, 게다가 술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는 것은 세계3강에 오르고도 남는다. 한국문화의 중심에는 강한 문기 역시 담겨 있다. 거개..

서강대 손호철교수님의 "빵과 자유를 위한 정치 - MB를 넘어 김대중과 노무현을 넘어"중에서

결론적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MB를 넘어서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단순히 MB를 넘어서 김대중, 노무현의 '양극화 시대' '묻지마 해외매각 시대' 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MB만이 아니라 김대중, 노무현을 함께 넘어서는, 다시 말해 우파 신자유주의만이 아니라 김대중, 노무현류의 '좌파 신자유주의'도 넘어서는,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같은 프로젝트는 단순히 기존의 정치세력이나 정파들이 연대하는 '상층부연합'을 넘어서야 한다. 오히려 위에서 지적했듯이 대중 내지 민중 속으로 들어가 이들 속에 '풀뿌리 복지대연합', '풀뿌리 민생대연합'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어야 한다. 결국 문제는 민중 내지 대중이다

이남희님의 소설집 "사십세" 중에서

엄밀히 말한다면 영화 "동사서독"의 주인공은 검객들이 아니라 시간의 풍화작용이다. 시간은 우리의 사랑이나 증오, 기쁨과 슬픔같은 것을 빛바래게 하고 낡게 만들며 종내는 모래먼지로 사그라들게 한다. 우리가 붙잡고 있는 것은 무엇이나 다 아니, 우리 자신조차...... 한줌의 흙먼지로 남는다. 왕가위는 그 영화에서 배우의 입을 빌려 말한다. "나는 곧 사십세가 된다." 사십세를 흔히 불혹이라고 부른다. 흔들리지 않는 나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사십세가 되면 사람들은 어쩌다 이렇게 늙어버렸나 싶어 어리둥절하고 억울해진다. 공통적으로 나오는 말은 '어느새'라는 것이다. 소중한 것을 모조리 손가락 사이로 흘려 보내고 빈주먹을 그러쥐고 있다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