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밀히 말한다면 영화 "동사서독"의 주인공은 검객들이 아니라 시간의 풍화작용이다.
시간은 우리의 사랑이나 증오, 기쁨과 슬픔같은 것을 빛바래게 하고 낡게 만들며 종내는 모래먼지로 사그라들게 한다.
우리가 붙잡고 있는 것은 무엇이나 다 아니, 우리 자신조차...... 한줌의 흙먼지로 남는다.
왕가위는 그 영화에서 배우의 입을 빌려 말한다.
"나는 곧 사십세가 된다."
사십세를 흔히 불혹이라고 부른다.
흔들리지 않는 나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사십세가 되면 사람들은 어쩌다 이렇게 늙어버렸나 싶어 어리둥절하고 억울해진다.
공통적으로 나오는 말은 '어느새'라는 것이다.
소중한 것을 모조리 손가락 사이로 흘려 보내고 빈주먹을 그러쥐고 있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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