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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유성,진미령이 쏜 꼭잡고 다녀온 남의 문화유산답사기"중에서

자작나무1 2012. 4. 22. 11:41

 베를린은 역사적인 도시다.

장벽박물관에서는 이제 과거의 유산이 되어버린 분단시대의 벽조각들이 통일의 의미를 역설적으로 웅변한다.

그 보잘것없는 벽돌 쪼가리, 손바닥만한 담벽 파편을 주워서 집에 갖다놓고 간직하는 사람들이 수십만명에 달한다.

그들이 간직한 건 하찮은 벽돌 부스러기가 아니라 생생한 역사의 교훈이고 의미일 것이다.

맥주집에서 아르바이트하는 구동독 소령 역시 온몸으로 자신의 역사를 말해주는 산 증인이다.

행색과 언행이 조금 우스꽝스럽고 비감해도 말이다.

 

 아유슈비츠 수용소에 갔다왔다는 한 배낭족 남자 아해의 얘기를 들었다.

한 통으로 4백만명이 넘는 사람들을 질식사시켰던 가스통이며, 가스실, 시체보관실, 화장터들이 그대로 남아 있더란다.

2만명을 총살시킨 벽도 있고, 영문도 모르고 죽어간 어린 아해들의 옷과 인형, 신발들만 모아놓은 데도 있더란다.

쉰들러 리스트의 무대가 됐던 제2수용소도 갔는데 아유슈비츠보다는 열배는 큰 그곳에 가슴도 열배로 아프더란다.

해마다 수천명의 사람들이 그곳을 애도하고 순례온 이스라엘 사람들은 울며 다닌단다.

 

 베를린에도 나치 대학살의 역사를 보여주는 흔적들이 많다.

역사는 그런 것이다.

가슴은 비록 아프더라도 지나간 시간의 흔적들을 남겨 후세의 교훈을 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