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을 찾아서

정지아님의 "길에서 만난 세상, 인권 르포타주, 벼랑위의 꿈들" 중에서...

자작나무1 2016. 2. 13. 08:34

 정지아님의 "길에서 만난 세상, 인권 르포타주, 벼랑위의 꿈들" 중에서...

 

 나는 천국을 믿지 않는다. 고통없는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도 믿지 않는다.

세상이 평등하다는 것도 당연 믿지 않는다.

인간이 두 발로 걷게된 이래 오늘날까지 슬픔과 고통은 배냇짓과 다를바없는 인간의 친구였다.

그때부터 오늘날까지 누군가는 자본가의 자식으로 태어나고

누군가는 노동자의 자식으로 태어난다.

누군가는 원빈의 얼굴로 태어나고, 누군가는 (미안하지만) 박명수의 얼굴로 태어나며,

누군가는 천재로 태어나고 누군가는 바보로 태어난다.

이것이 인간에게 주어진 현실이다.

그래도 인간의 역사는 조금씩 평등을 향해 진보해왔다.

모두 원빈이 되고 천재가 되는 평등이 아니다.

불평등한 조건속에서도 인간이기에 누구나 열심히 살 수 있는 기회의 평등만큼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 오늘날까지 역사 진보의 커다란 방향이었다.

노동자의 자식이어도 배울 수 있어야하고 치료받을 수 있어야하고

노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 기본적인 기회의 평등조차

사실은 지켜지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과학기술이 이토록 눈부시게 발달했다는,

먹을 것이 남아돌아 생산보다 소비가 중요해졌다는, 이 21세기에도 말이다.

 

 <길에서 만난 세상>을 연재하면서 지금까지 19명의 사람들을 만났다.

그 중에는 해고노동자도 있었고 비정규직도 있었고 아르바이트생도 있었으며 외국인 선원도 있었다.

직업도 국적도 나이다 달랐지만 그들 모두의 꿈은 참으로 소박했다.

해고나 재계약을 염려하지않고 일할 수 있는 인생,

하루 일과가 끝나면 동료들과 소주잔을 기울이거나

주말이면 가족들과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인생,

이 정도가 그들이 꿈꾸는 삶이었다.

내가 만난 사람들 중 조만간 꿈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은 없어 보였다.

몇몇 사람은 오히려 낭떠러지 끝에 서 있었고,

몇몇 사람은 앞을 볼 수 없는 짙은 안개속에 갇혀 있었다.

이것이 세계 경제 순위 15위, 일인당 GDP 2만달러의 한국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초상이다.

 

 어느 글에선가 쓴 적이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사람도 세상도 모르겠다.

이십대의 나는 참으로 단순하고 명료했다.

내가 원하는 세상도, 내가 해야할 일도 그만큼 명료했다.

지금의 나는 우리들의 삶을 벼랑으로 내모는 '자본'이라는 것의 실체를 모르겠다.

실체가 보이지 않는 이 거대한 괴물과 싸우는 방법 역시 모르겠다.

전세계적으로 거대자본에 의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만 확실할 뿐이다.

 

 ... 이 글의 앞부분을 대빈창님의 블로그에서 읽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 앞부분을 읽으면서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릅니다.

    제 마음이 울컥하였습니다.

    또한 제가 현실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제 블로그에 헛된 희망들을 아무생각없이 쓴 것은 아닌지

    저 자신을, 저의 글들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세상에는 못난 현실을, 가난한 사람들의 고달픔을 잊은채

    휘황찬란한 미사어구로 사람들의 눈을 속이는

    허황된 글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런 생각에 한편으로는 서글퍼지고 한편으로는 화가 났습니다.

    저의 짧은 생각으로는 이글은 우리시대 최고의 명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의 칙칙함을 담담하게 옮겨놓은 글

    그래서 이렇게 길게 제 블로그에 옮겨 왔습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책 소개해 주신, 대빈창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