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을 찾아서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 장편소설 "1Q84" 중에서

자작나무1 2012. 9. 13. 18:35

"체호프가 말했어"

다마루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이야기 속에 권총이 나왔다면 그건 반드시 발사되어야만 한다.고"

 "무슨 뜻이죠?"

다마루는 아오마메를 정면으로 마주하듯이 서서 말했다.

그가 아주 조금 몇 센티미터쯤 키가 컸다.

 "이야기 속에 필연성이 없는 소도구를 끌어들이지 말라는 거지.

  만일 거기에 권총이 등장했다면 그건 이야기의 어딘가에서 발사될 필요가 있어.

  체호프는 쓸데없는 장식을 최대한 걷어낸 소설 쓰기를 좋아했어."

아오마메는 원피스 소매를 바로잡고 숄더백을 어깨에 걸쳤다.

 "그리고 당신은 그걸 걱정하는 거군요.

  만일 권총이 등장한다면 그건 반드시 어딘가에서 발포되는 결과를 낳고 말 거라고."

 "체호프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래."

 "그래서 가능하다면 내게 권총을 건네주고 싶지 않은 거고."

 "위험하기도 하고 불법이기도 해. 게다가 체호프는 믿을 수 있는 작가야."

 "하지만 이건 이야기가 아니에요. 현실세계의 일이지."

다마루는 눈을 가느스름하게 하고 아오마메의 얼굴을 지그시 응시했다.

그리고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

 "그걸 누가 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