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을 찾아서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의 잡문집 중에서...

자작나무1 2012. 12. 4. 16:16

 온기를 자아내는 소설을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이십대 초에 갓 결혼했을 무렵, 너무 돈이 없어서(그렇다기보다 사정상 빚을 많이 져서) 난로 한 대도 살 수가 없었다.

그해 겨울은 도쿄 근교의 외풍이 파고드는 몹시 추운 단독에 살고 있었다.

아침이면 부엌의 얼음이 땡땡 얼어붙었다.

우리는 고양이 두 마리를 키웠는데, 잘 때는 사람과 고양이가 서로를 꼭 끌어안고 온기를 나눴다.

당시에는 어찌된 영문인지 우리집이 근처 고양이들의 커뮤니티센터 같은 장소가 되어 늘 불특정 다수의 고양이 손님이 우글거렸다.

그래서 그런 녀석들까지 끌어안고 사람 두 명과 고양이 네다섯 마리가 뒤엉켜 잠드는 일도 있었다.

살아가기에는 고달픈 나날이었지만, 그때 인간과 고양이들이 애써 자아내던 독특한 온기는 지금도 종종 생각난다.

 

 그런 소설을 쓸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캄캄하고 밖에서는 초겨울 찬바람이 매섭게 휘몰아치는 밤에 다 함께 서로의 체온을 나누는 소설.

어디까지가 인간이고, 어디까지가 동물인지 알 수 없는 소설.

어디까지가 제 온기이고, 어디부터가 다른 누군가의 온기인지 구별할 수 없는 소설.

어디까지가 자기의 꿈이고, 어디부터가 다른 누군가의 꿈인지 경계를 잃어버리게 되는 소설.

그런 소설이 나에게는 '좋은 소설'의 절대적인 기준이 되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그밖의 기준은 내게 별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 오늘 오후에 책을 읽다가 너무나 맘에 드는 글을 읽게 되어서 여기에다 옮겨 적었습니다.

    하루키가 왜 유명해졌는지, 많은 사람들이 그의 소설에 빠지게 되었는지

    이 글속에서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런 추운 날씨속에서 따뜻한 글을 만나서 오늘 오후는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