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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의 희망찾기... 오늘은 다르게" 중에서...

자작나무1 2016. 5. 15. 20:40

 "박노해의 희망찾기... 오늘은 다르게" 중에서...

 

 나는 머리만 좋은 사람들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머리보다 중요

한 것은 가슴이다. 가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손발이다. 머리를 쓰면 주

로 머리만 움직인다. 가슴이 움직이면 머리도 함께 움직인다. 그러나

손발이 가는 곳에는 가슴과 머리가 같이 가게 돼 있다. 그래서 사람에

겐 노동하고 살림하는 일이 소중한 것이다. 실제 생활경험과 현장 체

험만큼 살아 있는 지식은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노동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은 흙 힘을 받지 못한 나무처럼 쉽게 쓰러지고 만다.

 

 인간성을 평가하는 잣대, 그 사람됨과 인간의 격을 판단하는 단

하나의 잣대를 고른다면 나는 약자에 대한 태도를 들겠다. 자기보다 힘

있는 사람들을 섬기고 자신과 같은 수준의 사람들과 서로 주고받는 것

은 누구나 한다. 그런 "연줄 잡기"와 "패거리 짓기"가 너무도 심각하여

부패와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문제는 자기보

다 약한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가이다. 노동하는 사람들에 대한 태도,

가난한 이웃에 대한 태도, 여성과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태도, 그것이

가치관의 핵심이고 인간다움의 중심 잣대가 아니겠는가.

 

 법 한그릇, 나물 한 젓가락을 먹을 때도 이 나라 농사를 지어 바치는

구릿빛 얼굴들 앞에 감사할 줄 아는 감성, 물건 하나를 써도 현장에서

노동하는 사람들의 피땀 어린 손길을 느끼는 감정, 그런 감성의 피가

도는 머리라야 사람다운 세상의 설계도를 그려낼 수 있을 게 아닌가.

 아무리 세상이 바뀌고 좋아져도 사람은 밥을 먹어야 산다. 최신 정보

와 첨단 지식과 컴퓨터가 21세기를 이끌어간다 해도, 누군가는 비바람

치고 불볕 쬐는 논밭을 기며 하루 세끼 밥을 길러 밥상에 올려야 한다.

누군가는 지하 막장에서 쇠를 캐고, 매캐한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 이 지구 어느 구석에선가 나 대신 누군가는 더럽고 힘들고 위험

한 일을 몸으로 때워야만 내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손발이 인간의 기본이다.

노동하는 사람이 세상의 중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