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을 찾아서

유홍준 교수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7" 중에서...

자작나무1 2017. 2. 18. 08:26

 조천과 구좌는 오래된 옛고을이어서 조천 읍내엔 항구, 조천진, 연북정, 비석거리, 반듯한 기와집 마을이 있고,

중산간 지대엔 와흘리, 선흘리의 본향당 신당이 신령스럽다.

교래리엔 자연휴양림도 있다.

특히나 구좌엔 김녕리, 평대리, 송당리, 세화리, 하도리, 종달리 등

이름도 아름다운 동네 열두개가 있고,

중골, 연등물, 검은 홀, 솔락개, 섯동네 등

제주 토속을 그대로 느끼게 하는 60여 곳의 묵은 동네가 있다.

 

 구좌는 한라산 북사면의 저지대로 넓은 초지가 바다쪽으로 길에 뻗어있다.

제법 넓고 비탈진 들판의 긴 밭담 속에서 당근, 양파, 마늘이 철 따라 푸른 빛을 발하고,

송당목장이 있는 송당리 일대는 마지막 테우리(목동)들이 여전히 소와 말을 키우고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비자림도 구좌에 있다.

 

 하도리에는 지금도 제주 해녀의 10분의 1이 변함없이 물질을 하고 있고,

갯가 곳곳엔 해녀들의 불턱과 세화리 갯것할망당, 종달리 돈지할망당 같은

해안가 신당이 옛날 모습으로 성스러움을 간직하고 있다.

이처럼 구좌에는 제주의 농업, 목축업, 어업이

과거 그대로 이어져 있어

제주인의 건강하면서도 애틋한 삶을 속살까지 만질 수 있다.

 

 구좌는 기생화산인 오름의 왕국이다.

오름의 여왕이라 불리는 다랑쉬 오름,

굽이치며 돌아가는 능선이 감미로운 용눈이 오름도 여기있다.

만장굴, 김녕사굴, 용천동굴이 있는 제주도 용암동굴의 종가이기도 하다.

문주란 자생지로 유명한 토끼섬도 구좌에 있다.

게다가 1만8천 신들의 고향인 송당 본향당도 여기에 있으니

구좌는 제주 자연과 인문의 원단이 모여 있는 곳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읍소재지 세화리에서 하도리 거쳐 종달리에 이르는 해안도로는

멀리 성산 일출봉이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져 있어 제주도 일주도로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주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다.

조천과 구좌는 어느 면으로 보나 당당히 '제주답사 일번지'로 삼을 만하다.

 

 이리하여 우리의 제주답사는 제주공항에 내려 먼저 한라산 산천단에 가서 산신께 안녕을 빌고,

와흘 본향당에 가서 제주에 왔음을 신고하고,

조천 연북정에 가서 바다를 바라보면서 점심식사를 하고

묵은 동네를 구석구석 돌아본 다음,

다랑쉬 오름과 용눈이 오름에 올라

제주 자연의 신비함과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하도리 해녀 박물관과 해녀 불턱, 해녀 신당을 답사한 뒤

숙소로 돌아오는 것으로 첫날 일정을 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