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6박7일 중국 상해 가족여행기... 여섯쨋날

자작나무1 2015. 5. 17. 12:55

 

 

 2015년 5월 5일 (화) 어린이날

 어젯밤에 술에 취해 일찍 자서 오늘 아침은 일찍 일어난다.

일어나자마자 모닝커피 한잔 타 마시고,

엄마가 일어나셔서 엄마와 함께 어제처럼 아침산책을 나선다.

여행이란,

일상에서는 쉽게 할 수 없는 일들을 일상처럼 할 수 있는 것

집을 나와 조용한 아파트 단지를 나와 한인촌 방향으로 걷는다.

어제 지나갔던 좁은 수로 위의 홍화교를 건너고

수로 옆의 수로 옆으로 난 능수버들이 늘어져 있는 오솔길을

엄마와 함께 걷는다.

옆으로 누런 물이 흘러가고 간간이 물 위로 새들이 날아다니고 있다.

수로와 함께하는 평화스러운 분위기

 

 

 탁한 물이 흘러내리는 물을 내다보면서 이 수로가 엊그제 다녀왔던 치바오 수향마을의 수로와

이어졌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강남의 많은 수로, 운하들이 강남의 풍부한 수확물들을 강북으로 옮기기 위해 일부러 만들어졌다고,

운송수단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 동생의 이야기로는 그것보다는 강의 범람을 막기 위해 많은 수로들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아, 그렇구나

생각해보니, 중국 문명의 시작도 황하강의 범람을 막기 위한 노력이 그 시작점이라고 했던 이야기가 떠올라진다.

 

 

 고급 아파트 담과 접한 오솔길에는 누군가가 일군 텃밭들이 대나무 울타리 안에 있고,

텃밭에는 채소들이 일렬로 가지런히 심어져 있다.

이 곳 사람들의 부지런함과 한국과 같은 모습

조그만 빈 땅도 허투로 놀리지 않는 모습에

또 한번 사는 곳은 달라도 사는 모습은 같다는 생각을 한다.

다시 오솔길을 돌아나와 큰 도로에서 한인촌 방향으로 가다가 중간의 한국인이 운영하는,

앞에 이런저런 한글이 씌여진 W마트에서 대관령 우유와 식빵을 산다.

말 한마디 없이 물건을 고르고 계산대의 숫자를 보고 돈을 내고 잔돈을 받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외국에서는 돈만 있으면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내가 사고자 하는 물건들을 얼마든지 살 수 있구나 하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생각을 한다.

우유와 식빵을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온다.

아침 산책을 마친다.

내 동생은 아직까지도 자고 있어 핸드폰에서 음악을 조용히 틀어놓고

어제에 이어 여행기를 이어쓴다.

이번 상해여행은 여행을 하고 여행기를 쓰고 그런 일들이 반복적으로 이어진 여행이었다.

내 동생이, 이번 여행에서 우리 가족들의 여행 가이드였던,

내 동생이 일어나고...

참치김치찌개와 김으로 아침을 먹고...

커피까지 마신 후 집을 나선다.

오늘은 아침부터 날이 화창하고 불어오는 바람마저 상쾌하다.

기분 좋은 아침

아파트 입구 도로에서 택시를 타고 어제 갔던 한인촌의 10호선 롱베이 신춘역으로 간다.

롱베이 신춘역에서 신천지역으로 가고...

역을 빠져나와 조금 걸어가니 우리 가족이 가고자 하던 상해 임시정부청사가 나온다.

 

 

 

 

  내 동생이 작년 12월에 처음 상해를 이야기 했을 때 내가 아는 상해라곤

전에 김작가님의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푸동과 동방명주

그리고 어려서부터 알고 있었던 상해 임시정부가 전부였다.

속 좁은 우물 안 개구리

속 좁은 우물 안 개구리이면서도 속 좁은 우물 안 개구리라는 사실을 모르던 나

예원이며, 신천지며, 황포강은 그 후에

임 은지님의 "상하이에 반하다"라는 여행기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에게 상해는 상해 임시정부청사가 전부였다.

그런 곳에 오게 되어서 마냥 기쁘다.

책에서는 이 곳은 너무 평범하여 잘 찾지 않으면

쉽게 찾을 수 없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앞에서 한국말로 떠들면서 사진 찍는 한국에서 오신 여행객들이 많아 쉽게 찾는다.

애국자가 많은 한국의 모습

다른 한국인들처럼 표석 앞에서 사진을 찍고 표를 끊고 안으로 들어간다.

골목 안의 허름한 건물

안에는 태극기와 탁자가 놓여있고 좁은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니,

탁자와 침실이, 백범 김구 선생님의 사진이 벽에 걸려있다.

김작가님의 블로그에서는 중국 동포가 중국인의 시각으로 설명을 해 준다고 써 있었는데,

우리가 개인으로 가서 그런지 설명 해주는 분이 없다.

3층에는 임시정부와 관련된 전시물들이 전시되어 있고,

윤 봉길 의사님의 흉상이 태극기 앞에 당당히 세워져 있고...

윤 봉길 의사의 거사장소인 홍커우 공원도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곳에 오시는 많은 관람객들은 전부 한국사람이다.

1919년 3.1운동 이후 프랑스 조계지 내의 임시정부를 세우고

경제난과 일본놈들의 감시를 피해 중국 전역으로 떠돌아다니고...

해방 직전에는 미군들과 함께 한국으로 진압작전을 펼치려고 했는데,

갑작스러운 일본의 패망으로

우리 스스로 일본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를 놓친 아쉬움

우리의 현대사는 처음부터 엇갈리기 시작했다.

상해 임시정부청사 앞에는 허름하고 낡은 아파트가 있는데

창문을 통해 보여지는, 밖으로 내걸린 빨래들에 자꾸 눈길이 간다.

상해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내가 제일 많이 사진 찍었던 것이

길가에 주렁주렁 매달린 빨래들이었다.

창 밖으로 주렁주렁 매달린 빨래들이 특이하면서도 웬지 중국적이라는 생각

그런 생각에 빨래가 보이면 보이는대로 사진을 찍었다.

상해임시정부를 나와 그 옆의 신천지로 간다.

 

 

 플라타너스 가로수에 유럽풍의 건물들

깨끗한 거리에 예쁜 가게와 상품들

현대적이면서 세련된 건물들

사람들이 신천지, 신천지 하는데 그 이유가 따로 있었다.

이 곳은 상해가 아니라 유럽의 어느 도시이다.

연신 사진기 셔터를 누르면서 길을 걷는다.

 

 

 

 

 식당 앞 파라솔 아래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고

많은 외국인들이 의자에 앉아 식사를 하고 계신다.

밝고 화사하고 여유롭고 넉넉한 분위기

확실히 이곳은 상해 속의 유럽이다.

골목 안으로 들어가자 예쁜 창과 예쁜 문들이, 장식이 계속 이어지고...

상해 속의 유럽 분위기에 쏙 빠져든다.

조그만 광장이 나오고 광장 중앙에는 유럽식 분수가 있다.

이 분수는 신천지에서 약속장소 잡는 곳으로 유명한 분수라고 한다.

엊그제 내 사촌 동생이 상해에 있는 친구를 만날 때

이 분수 앞에서 친구랑 약속 장소를 잡았다고 한다.

분수에서 가까운 STARBUCKS COFFEE 앞의 야외 테이블에서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상해에는 STARBUCKS가 한국에서 맥도날드 가게 만큼 흔하다.

 

 내 동생은 같은 부모 아래 같은 집에서 함께 자랐는데,

생각하는 것도 그렇고, 생활하는 것도 나하고는 정반대인 경우가 많다.

나는 집에 있으면 집에 가만히 있질 못하고 수시로 밖으로 나가는데,

내 동생은 집에 있으면 몇날

 

몇일 밖에 나가지 않고

제 방에서 꼼짝을 하지 않는다.

나는 매주 산에 다니고 전국을 내 구역으로 알고 떠돌아 다니는데,

내 동생은 방학을 이용하여 외국으로 나간다.

그래서 일본, 홍콩, 스페인, 미국, 캐나다 등 세계 여러 나라들을 돌아다녔다.

나와 정반대인 경우는 이외에도 많다.

내 동생은 집 안에서 잠자는 시간을 제하고는 항상 공부를 한다.

심지어는 꿈 속에서 영어로 대화하기 위해 영어 테이프를 틀어놓고 잔다.

휴일 아침에 일찍 집을 나가는 경우는 TOEIC 시험을 보러 가는 날이다.

그에 비해 나가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는 나는 학생 시절부터 공부하고는 담을 쌓고 살았고,

지금도 의무적으로 30시간 이상 사이버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다른 일들에 우선 순위가 밀려 한번도 그 시간을 충족한 적이 없다.

갑자기 공부 이야기를 하니, 머리가 지끈거린다.

 

 STARBUCKS에서 느긋한 커피타임을 가진 후에 백화점 안 통로를 통해 신천지역을 찾아간다.

유럽의 거리답게 이 곳 백화점들도 현대적이고 세련되어 있다.

넓은 통로 옆으로 예쁜 상점과 식당이 보이고...

서울의 최고급 백화점과 별반 다르지 않다.

내 동생은 중국의 자본과 외국의 자본이 합쳐져서 최고급 호텔과 백화점이 많이 생겼는데,

아직까지는 상해시민들의 소득 수준에 비해 가격이 비싸 손님들이 없고,

살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홍콩에 가서 더 싸게 사온다고 말해준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세계의 굴뚝,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자본을 빠르게 흡수하는 중국의 오늘이 그려진다.

길 옆의 예쁜 서점을 사진기에 담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

10호선 신천지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상해 도서관역으로 간다.

 

 

 

 

 내 동생은 10호선 주변이 예원과 신천지처럼 이쁜 관광지가 많고

대부분 부자 동네라고 이야기해 준다.

처음 상해에 와서 상해사람들을 보면 웬지 무섭고 낯설었는데,

몇일 동안 자주 쳐다보니까 익숙해지고 그들의 표정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한국 사람들에 비해 동작이 느리고 여유롭고 느긋한 표정들

나는 공산주의 중국이라 사람들의 표정이 딱딱하고 경직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자연스럽고 편안해 보인다.

상해 도서관역을 빠져나와 한국의 대법원 인상을 주는

상해 도서관 옆길로 해서 쉬자후이 공원을 찾아 걸어간다.

도로 옆으로는 플라타너스 나무가 잘 자라고 있고...

나에게는 앞으로는 플라타너스 나무는 상해시의 나무이다.

길을 걸으면서 예쁜 건물과 도로쪽으로 내걸려 있는 빨래들을 사진기에 담고...

한참을 걸어 쉬자후이 공원에 도착한다.

 

 

 공원 입구부터 맘에 든다.

예쁜 나무들이 예쁘게 자라는 예쁜 공원, 쉬자후이공원

임은지님의 "상하이에 반하다"라는 책에서

이 공원이 상해에서 제일 예쁜 공원이라고 해서 일부러 찾아왔다.

공원 안에는 대나무숲이 있고, 수로를 따라 노란 붓꽃이 예쁘게 피어있다.

 

 

 

 

 

 

 

 호수 앞에는 사람들이 몰려있고 그 사람들은 검은 백조를 바라보고 계신다.

이런 모습에서 동물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중국인들이 그려진다.

어제 예원 앞 구곡교 아래 호수에 있던 오리 몇마리를 보기 위해 다리 위에

빼곡히 들어선 중국인들도 떠올려지고...

피천득 선생님의 수필에 이런 장면이 있다.

중국인들은 아침 일찍 집 안의 새장을 들고 공원에 나오셔서 앉아 계신다고...

피천득 선생님이 왜 새장을 들고 공원에 나와 계시느냐고 물어보니까

중국 사람들은 새장 속의 새들에게 공원 안의 새들의 노래소리를 들려주려고 한다고 말씀을 하시던 중국인들...

피천득님의 수필에 나오는 중국인들은 한없이 착하다

공원 안에는 잎을 사방으로 펼치고 있는 소철이 있고...

나무 사이로 작은 새들이 천국의 새인양 날아다니고 있다.

상해의 예쁜 공원, 쉬자후이공원을 나와

상해의 평양 옥류관으로 냉면을 먹으러간다.

옥류관을 가기 위해 1,9,11호선이 연결되어 있는 서가후역으로 들어간다.

역 내부가 엄청 크다.

큰 역사 안을 많은 사람들이 가득 메우고 있다.

내 동생은 중국의라는 말보다 대륙의라는 감탄사를 자주 사용하는데,

이런 모습에서 두 수식어의 차이점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역 안에서도 한참을 걷고 걸어 서가후역 2번 출구로 올라온다.

주변을 돌아다녀도 옥류관이라는 간판은 보이지 않고...

내 동생이 핸폰으로 한참 검색을 하더니 위치를 확인하고

건국호텔 3층 평양 옥류관으로 찾아간다.

들어서자마자 여종업원이 반갑게 달려와 환히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생글생글 웃으면서 밝게 이야기하는 모습에 괜한 거부감이 들기도 하고...

지나친 친절이 친절이 아닐 수 있듯이

지나친 친절에 웬지 거북하기만 하다.

우리 어머니도 그렇다고 말씀을 하신다.

우리 가족이 시킨 쟁반냉면과 만두가 나온다.

기대했던 냉면은 이제까지 먹어 본 냉면하고는 전혀 다른 맛이다.

옛날 냉면이라 그런가

만두는 피가 얇아 안의 속이 엷게 내비칠 정도이고...

맛도 무척 맛있다.

 

 

 

 

 우리 어머니와 내 동생은 입맛이 무척 까다로우신데,

냉면과 함께 나온 밑반찬에 극찬을 아끼시지 않으신다.

정갈하고 깔끔한 밑반찬

특히 땅콩이 밑반찬으로 나왔는데, 그게 무척 맛있고 고소하다고 칭찬을 연이어 하신다.

어머니의 음식 칭찬을 들으면서 우리나라 3대 음식 도시가 떠올려진다.

전주, 서울, 개성

아, 여기는 한국이 아니지

세계3대 요리 국가도 있다.

프랑스 요리, 터키 요리, 중국 요리

후식으로 나온 수정과

수정과는 내가 좋아하는 전통 음료 중의 하나인데,

이제까지 마셔 본 수정과 중에 제일 맛있었던 수정과이었다.

달지 않으면서도 달콤한 맛

나에게 있어 상해 옥류관은 수정과가 맛있는 식당이다.

창 너머로 고색 창연하고 웅장한 성당이 보이는 옥류관을 나와 다시 서가후역으로 들어간다.

 

 

  한참을 걷고 걸어 9호선을 타는 곳으로 내려서고

지하철을 타고 내 동생이 사는 성중로역으로 간다.

성중로역에서 내려 이팝나무가 이쁘게 자라고 있는 길을 지나

내 동생이 사는 아파트로 온다.

간단히 씻고 거실 탁자에 앉아 핸드폰으로 노래를 들으면서 여행기를 이어쓴다.

저녁에는 여행 첫날밤에 먹었던, 먹고 남은 우삼겹에 김치와 함께 구워 먹는다.

내일 아침에는 일찍 홍차오 공항으로 가야 하므로

6박7일의 중국 상해 가족여행은 실질적으로 오늘이 마지막이다.

여행 동안 잘 먹고, 잘 돌아다녀 여행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고국으로 돌아가 열심히 살아야지하는 자신감이 앞선다.

즐거운 여행을 마치면서 가지게 되는 일상에 대한 자심감

여행의 또 다른 힘

비록 추하고 초라하고 남루한 일상이 기다리고 있을지라도

나의 넓은 마음으로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넉넉함

 

 마지막으로 내 동생 이야기로 길고 긴 여행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이번 여행은 순전히 내 동생 덕분에 이루어진 여행이었다.

내 동생의 기획과 안내, 마무리까지...

내 동생 때문에 우리 가족들은 중국 상해에 올 수 있었고,

내 동생의 짧은 상해어 덕분에 큰 문제 없이 상해 시내를 돌아다닐 수 있었다.

대가족의 길 안내를 하느라고 힘들고 때론 속상한 적도 있었겠지만,

얼굴 한번 붉히지 않고 친절하게 안내를 하고 상황에 맞게 설명을 해 주어서 너무 고마웠다.

내가 이렇게 긴 여행기를 쓸 수 있었던 것도 내 동생의 명확한 설명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번 여행기는 얼마나 빈약하고 허술했는지...

모든 일이 고맙고 또 고마운 내 동생이다.

무엇보다도 내 동생이 중국 상해에서 혼자 씩씩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

자랑스러운 내 동생이고 여자 혼자 중국 상해에서 생활하는 것이

걱정스러웠던 엄마와 작은 엄마도 상해에서의 내 동생의

씩씩하고 당당한 모습에 마음 뿌듯하고

한편으로는 마음이 놓으셨을 것이다.

 

 이번 6박7일 중국 상해 가족여행은

한마디로 나의 25년 동안의 여행 중에서 가장 최고의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