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장독대
내가 어렸을 때
집 옆
1층은 월세방이었고
그 2층
햇볕이 잘 비치는 곳에는
장독대가 있었어
어머니는
하루에도 몇번씩
장독대에 가셔서
독을 반짝반짝 윤이 나게 닦으시고,
햇살 좋은 날에는
장독 뚜껑을 열어놓으셨어
햇살이 좋다가도
날이 심상치 않으면
비가 내릴 것 같으면
어느새 장독대로 달려 가셔서
열어놓았던 뚜껑을 닫으셨어
아침에 일어나시면
제일 먼저 장독대에 가셔서
정한수를 떠 놓으시고
새벽 하늘에
기도를 드리셨어
하루하루가 무사하기를...
가족의 건강을...
우리 아버지 사업의 번창을...
어느 해에는
이른 봄에 몇년된 된장이 망가지는
황당한 일이 생겼고
그것을 보시고
어머니는
오랜 지병에 방에만 누워 계시는 할머니가
올해를 넘기시지 못 하시리라는 것을
미리 알 수 있었다고 말씀을 하셨어
어머니에게 있어
장독대는
된장과 고추장, 막장과 간장을 저장하는 단순한 저장공간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공간이었어
이른 새벽마다 기도를 드리는 기도처였고
고된 시집살이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피난처,
안식처였고
가족의 미래를 미리 알 수 있는
신성한 그런 곳이었어
어머니의 장독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