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6월 6일이자 현충일
모처럼의 징검다리 휴일을 맞아 당일치기 군산여행을 떠나는 날이다.
아침에 신도림역에서 아는 형을 만나 영등포역으로 간다.
영등포역 대합실에서 기차시간을 기다린다.
많은 사람들이 모처럼의 휴일을 맞아 우리처럼 여행을 떠나는 것 같다.
대합실이 많은 사람들로 복잡하다.
의자에 앉아 TV로 YTN 뉴스를 보다가 기차시간에 맞춰 기차승강장으로 내려간다.
지난번 경주, 부산여행 이후의 기차여행이다.
잠시동안 기차가 오기를 기다리고...
제시간에 기차가 들어온다.
용산에서 출발하여 익산까지 가는 무궁화호 열차(장항선, 08시27분)
기차에 오르고, 기차는 서서히 달리기 시작한다.
평택과 천안을 거쳐 예산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예전에는 기차여행 중에서 장항선 방향을 참 좋아했던 시절이 있었다.
높지도 않고, 거칠 것도 없는 산들과 넓은 평야지대.
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기분이 편안해지곤 했다.
그런데 오늘은 그런 편한 풍경에도 지루하다는 생각만 든다.
왜 그러지...
기차는 대천해수욕장이 있는 대천을 지나 웅천, 서천, 장항을 거쳐 금강하구둑을 건너기 시작한다.
아주 예전에 기차를 타고 장항에서 내려 배로 군산까지 건너간 적이 있었다.
넓은 바다와 시원한 바람
군산으로 들어가는 첫 관문으로서 참 멋진 코스였는데,
지금은 유류난과 도선객들이 적어 운행을 하지 않고 있다.
참 아쉬운 부분이다.
기차는 군산역에 도착하고...
역 앞의 버스정류장에서 시내로 나가는 16번 버스에 올라탄다.
몇년 전에도 형하고 군산으로 와서 월명산에 오른 적이 있었다.
월명산에서 장계산, 점방산, 설림산, 설치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길게 탔던 기억들.
이른 봄, 벚꽃 시기에 맞춰 갔는데, 그 해 봄에는 워낙 추워서 벚꽃은 하나도 피지 않았고,
산길 사이사이로 한무더기씩 피어있던 고운 진달래꽃만 실컷 보았던 기억들...
우리를 태운 버스는 어느새 시외버스터미널 버스정류장에 이르고...
버스에서 내려 터미널 건너편의 식당에 들어가 점심부터 해결한다.
전라도답게 푸짐한 상차림은 아니지만,
깔끔한 반찬들이 입맛을 돋구어준다.
특히 된장국에 바지락이 많이 들어가 있어서 참 맜있다.
식당 아주머니에게 우리가 가야할 방향에 대해 물어보고 식당을 나와 길을 나선다.
본격적인 군산시내 도보여행이 시작된다.
서울은 한여름을 생각하게 하는 더위로 고생스러웠는데,
이곳은 바다가 옆에 있어서 그런지 바람도 많이 불어주고, 시원하다.
그런 시원한 바람들을 맞으면서 도로를 따라 길을 걷는다.
도로 옆으로는 키 큰 메타쉐콰이어 나무들이 길게 심어져 있고,
메타쉐콰이어 나무 밑으로는 화분에 예쁜 꽃들이 갖가지 꽃을 피우고 있다.
외지에서 온 우리같은 여행객들을 소리없이 환영해주는 것 같다.
또한 집 옆에는 유월의 꽃, 장미가 활짝 피어있다.
길 건너편으로는 넓은 공터가 나타나고 그 뒤로 군산 앞바다가 보인다.
그런데 날이 맑지 않아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바다 앞에 서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쐰다.
넓게 펼쳐진 바다라기보다는 많은 배들과 섬들로 막혀있는 바다.
그럼에도 바다는 바다이다.
바다는 언제 보아도 좋다.
바닷바람을 쐬고 메타쉐콰이어 가로수길을 따라 걷기 시작한다.
담장에는 바다풍경이 그려진 벽화들이 나타나고,
도로 한가운데 철길이 지나가고 있다.
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가니, 길 안쪽으로 커다란 배들이 세워진 진포 해양테마공원이 나타난다.
테마공원 옆으로 또 다시 철로가 지나가고...
철로 주변에 많은 꽃들이 피어 있다.
함께한 형은 어느새 테마공원 앞의 빈터에 만들어진 꽃밭으로 달려가고 있다.
테마공원 앞, 근대역사문화박물관 뒷편의 크지도 작지도 않은 공터에는
많은 꽃들이 활짝 피어있어 그들만의 꽃세상을 이루고 있다.
생각지도 않은 풍경에 반가워하면서 사진기 셔터를 누르고...
형도 나도 신이 난다.
꽃밭을 되돌아나와 진포 해양테마공원으로 향한다.
공원 입구에는 내항 뜬다리(부잔교)가 나타나고...
공원 안으로 들어간다.
공원 안에는 여러척의 배들과 비행기들이 전시되어 있다.
큰 배 위에도 올라가보고, 비행기 안에도 들어가 구경을 한다.
그러면서도 배나 비행기보다는 그 옆의 바다에 눈길이 더 간다.
테마공원을 나와 앞의 백년광장과 구조선은행을 둘러보고...
근대역사문화박물관 앞을 지나 미즈카페 앞에 선다.
군산으로 여행을 떠나기 전 다른 님들의 블로그를 통해 정보를 얻었다.
그 때 꼭 가보고 싶었던 카페 중의 하나가 미즈였다.
옛시대의 정취가 묻어있던 카페.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미 카페는 만원이다.
사진을 찍을 수 없을 정도로...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옛군산세관을 둘러보고 큰 길을 건너 골목길로 들어선다.
예전에 2002년도에 군산에 왔을 때에는 일제시대의 건물들은 방치 상태였다.
낡고 허름한 건물들...
그런 건물들을 보면서 아예 철거를 하지, 이렇게 방치를 해두나 그런 생각이 들었었다.
이번에 보니, 새로 말끔히 단장을 하고 있다.
깔끔하게 보수가 된 건물들을 보니, 기분이 참 좋다.
일제시대 일본의 건물들이라고 무조건 철거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고,
근대문화유산이라고 지정을 하고, 잘 관리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는 생각도 든다.
우리 문화가 그 만큼 성숙되었다는 척도가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고,
시간이 지남으로써 갖게되는 역사적인 여유일 수도 있고...
다만,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을 들을 때면 다 철거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 아닐까 그런 복잡한 생각이 든다.
잘 모르겠다.
군산으로 일제시대의 건물들을 보러 일부러 오는 것이 옳은 일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군산여행을 마친 지금 이 시점에서도 그런 생각이 든다.
큰 길을 건너 골목길로 접어든다.
드문드문 일제시대의 건물들이 보이고
신흥동 일본가옥을 찾아들어간다.
입구에서부터 사람들로 복잡하다.
일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건물,
다다미방과 좁은 복도, 이색적인 소품들
무엇보다도 집안의 정원이 참 맘에 든다.
전에 읽었던 이어령 교수님의 "축소지향의 일본"에서 한구절도 떠올라진다.
일본은 자신의 정원에 자연을 모두 끌어들인다는 말씀
사람들로 붐비는 일본가옥을 나와 고우당을 찾는다.
고우당
군산으로 여행을 온 사람들을 위한 복합편의공간이다.
숙박동, 식당, 찻집에 넓은 정원을 갖춘 시설
고우당을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고우당 안의 찻집에 들어가 시원한 냉커피를 마신다.
찻집 내부도 일본풍으로 꾸며져 있다.
색다른 분위기의 찻집이 맘에 든다.
찻집을 나와 동국사를 향해 길을 나선다.
군산으로 오면서 제일 먼저 가보고 싶었던 곳이 이곳이었다.
고은 스님이 배고품과 전쟁의 악몽에 시달리면서 떠돌다가
배 안에 물만 가득 채우고 찾아간 절, 동국사
일본식으로 지어진 사찰
색다른 모습에 연신 사진기 셔터를 누르고...
사찰 여기저기를 돌아다닌다.
정원도 잘 꾸며져 있고, 대웅전 뒷편으로 가니 대나무숲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대나무숲 앞에는 은목서라는 멋진 나무도 있다.
동국사를 빠져나와 골목길을 되돌아 나오니, 문화창작공간 여인숙이 보인다.
예전에는 허름한 여인숙이었으나, 지금은 이 동네의 문화공간으로 바꾸어 있다.
안에 들어가 전시된 설치물을 보았는데, 너무 어렵다는 생각만 든다.
이젠 군산역으로 되돌아나갈 시간이다.
큰 길을 몇번 건너 버스정류장에 다다르고,
군산역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지방이라 그런지 기다려도 버스는 쉽게 오지 않는다.
뜨거운 햇빛을 피해 그늘에 앉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린다.
기다림에 지쳐 담배를 피워물고...
그런 지루한 시간 끝에 군산역으로 가는 11번 시내버스가 다가온다.
버스는 우리가 돌아다녔던 곳들을 돌고돌아 군산역으로 향하고,
군산역에 도착한다.
역 앞에서 시원한 사이다에 담배 몇대를 피우면서 그늘 아래에서의 휴식을 취하고...
기차 시간에 맞춰 역 안으로 들어간다.
서울로 올라가는 기차 안에서...
형과 함께 일본 우익 정치인들의 망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비록 남과 북이 극한 정치적, 군사적 각을 세우고 있지만,
일본 정치인들의 후안무치한 역사에 대한 망언에 대해서만이라도
남과 북이 함께 강력하게 항의한다면
그 망언의 횟수를 많이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이야기와 함께...
반일을 넘어 극일로 가는 첫번째 단계는 남북통일이 아닐까 그런 이야기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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