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휴식이 함께한 2박3일 부산여행기... 셋쨋날

자작나무1 2013. 8. 10. 08:48

 어젯밤에는 밤늦게까지 TV를 보다가 새벽녘에야 겨우 잠이 들었다.

자정이 넘은 야심한 밤에도 송도해수욕장에는 많은 사람들로 시끄러울 정도였다.

여관 앞의 골목길에도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고...

불야성을 이룬 송도해수욕장

참 낯선 느낌이 든다.

예전의 송도해수욕장은 그렇게 사람들이 붐비는 그런 곳은 아니었다.

한여름에도 소수의 사람들이 가족끼리 찾아오던 곳

일부 외국인들이 맥주를 마시면서 그들만의 여유로운 시간들을 보내던 곳

이제는 과거의 일이 되었지만...

나는 그런 한산한 분위기가 좋아서 이 곳을 자주 찾았었다.

송도해수욕장에는 해변장이라는 약간은 허름한 여관이 있었다.

조그만 방에 침대가 창문 밑에 위치하고...

누워 있다가 담배를 피울려고 상체를 일으키면

창문 너머로 바다가 보이던 곳.

밤에는 창문을 열고 자면 파도소리에 시끄러워

잠을 제대로 못 이루던 곳.

지금 그 여관은 없어지고, 새로운 모텔이 들어섰다.

이런 식으로 송도해수욕장은 빠르게 변해가는 것 같다.

나 같은 사람은 제쳐두고...

8시가 넘어가서야 겨우 잠에서 깨어난다.

그냥 누운 채로 TV에서 SBS 도전천곡을 본다.

이휘재님, 장윤정님의 재미있는 사회에

많은 사람들이 나와 번갈아 노래를 부른다.

웃고, 즐기고, 떠들고, 춤추는 모습들...

그런 장면들에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TV를 보다가 냉장고 속에 남아있는 우유와 빵이 생각나

그것으로 아침을 해결한다.

대충 씼고 여관을 나온다.

오늘은 여행의 마지막 날

버스정류장에서 26번 감만동행 시내버스를 타고 부산역 버스정류장으로 도착하고...

거기서 다시 41번 민락동행 시내버스로 갈아타고 광안리 해수욕장으로 간다.

오늘 서울로 올라가는 기차시간이 오후 3시 반이라 시간이 얼마간 남아 있다.

그 시간 동안 어디로 갈까 아침부터 고민에 빠졌었다.

원래 계획은 이기대였는데, 송도나 몰운대 해안길하고 겹치는 것같아 나중으로 미루고,

그냥 편하게 광안리 해수욕장에 가서 점심과 카페나 들렀다와야지 하는 맘으로 바뀌었다.

광안리 해수욕장은 예전에는 예쁜 카페들이 많아 자주 들렀던 곳인데,

바다 앞에 광안대교가 세워지면서 잘 안가게 된 곳이다.

 

 

  

  넓은 바다풍경이 광안대교로 잘린 풍경

그런 기분에 한동안 발길을 접어 두었었다.

오늘 광안리 해수욕장에 서서 바라보니, 나름대로 괜찮다.

넓은 바다는 많이 보았는데, 이렇게 정면에 다리가 놓여진 풍경들이

색다른 기분이 들게 해 준다.

광안리 해수욕장에도 많은 사람들과 파라솔이 놓여 있었는데,

송도 해수욕장보다는 넓어서 그런지 시끄럽거나 어수선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다음에 부산에 또 온다면 광안리 근처에서 숙박을 정할까 그런 생각도 해본다.

10여년 전에 강원도 고성에서부터 전남 목포까지 시내버스를 이용해 여행을 다닌 적이 있었다.

고성에서 시작한 여행은 삼척, 포항, 울산, 경주, 김해를 거쳐

20여일이 지나서야 부산에 도착할 수 있었고,

무더위와 피로가 겹쳐 많이 피곤해졌다.

그래서 광안리 해수욕장이 잘 보이는 여관에 방을 잡아 이틀 동안 누워서 지낸 적이 있었다.

그 때의 편안함이 문득 그리워진다.

자고, TV 보고, 나와서 식사를 사먹고, 이쁜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고, 산책을 하고...

뙤약볕 아래 힘들게 돌아다닌 여정이었슴에도

광안리 해수욕장에서의 편안함이 있어서

그리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여행

그 때하고 광안리 해수욕장은 많이 달라졌다.

바다 가운데 광안대교가 지나가고...

세련된 건물들과 음식점들, 많은 이쁜 카페들

무엇보다도 인도 중간중간에 심어진 야자수들이

또 다른 멋을 뽐내고 있다.

이국적인 풍경을 더해서...

 

 

  

 광안리해수욕장을 돌아다니다가 국밥집에 들어가

선지국밥으로 이른 점심을 하고...

매우 넓고, 세련된 카페에 들어가 사진을 찍고 냉커피를 마신다.

 

 

 

 유난히 커피와 관련된 사진들이 눈에 띄이고...

분위기가 고급적이어서 그런지 손님들도 나이 드시고, 멋진 분들이 많다.

카페를 나와 골목을 지나 버스정류장에 다다르고...

부산역으로 가는 41번 시내버스를 기다린다.

아직도 시간이 많아 남아 가는 도중에 자성대를 들러볼까 생각도 해보고...

더운 날씨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 것 같아
자성대는 다음 기회로 미룬다.

이런저런 생각 후에 41번 시내버스가 들어오고...

버스를 타고 부산역 버스정류장에 도착한다.

서울로 올라가는 기차시간은 그래도 많이 남아 있어서

가까운 카페 "Cherbourg"에 올라가 시원한 팥빙수를 먹으면서 기차시간을 기다린다.

시원한 팥빙수에 부산에서 찍은 많은 사진들을 되돌아보면서 이런저런 상념에 빠져들고...

기차시간이 가까이 다가옴에 따라 카페를 나와 부산역으로 올라간다.

편의점에서 시원한 냉수를 하나 사고

기차를 타기 위해 밑으로 내려간다.

휴식과 함께한 2박3일 부산여행

뜨거운 태양으로 지치고 힘든 여행길이었지만,

여관방에서 시원한 냉바람과 함께 낮잠도 즐길 수 있었던

어찌보면 이제까지의 여행

힘들고 지쳐도 쉬지 않고 돌아다녔던 예전의 여행에 비해

다소 여유롭고 너그러운 여행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푹 쉬면서 돌아다닐 수 있었던 여행.

서울로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얼핏 선잠에 빠져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