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자작나무1 2013. 10. 1. 19:22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속이 더부룩하고 매스꺼워

도중의 편의점 간이 탁자에 앉아

사이다를 마셨습니다.

 

 제가 사이다를 마시는 동안

머리가 하얗고,

등이 굽을대로 굽으신

어떤 할머니께서

유모차에 종이박스를 얹은 채

제 곁으로 다가오셨습니다.

 

 할머니는 주위의 탁자 위에 올려있는

막걸리병과 캔을 주워

유모차에 실었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캔과 종이도 줍어

조그만 유모차에 차곡차곡 쌓았습니다.

 

 그런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파졌습니다.

미래의 저도 저런 식으로

늙음을 맞는 것은 아닐까

그런 걱정도 들고...

 

 할머니가 매우 불쌍해 보였습니다.

 

 삶의 말년을

온 몸을 쓰시면서

하루하루 힘겹게 생계를 이어가시는 모습

 

 그건 너무나 마음 아픈 모습이었습니다.

 

 어느 누구의 삶도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힘들고 괴롭고...

돈 몇 푼에 자존심을 버려야하고,

굽신거려야하고,

땅이 꺼지는 한숨에

서러운 나날들을 보내는 날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안정되고 편안한 노후가 아닌

길거리에서 폐지를 줍어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시는 할머니를

편하게 바라볼 수만은 없었습니다.

안쓰러운 모습이었습니다.

 

 그런 할머니 옆에서

편하게 음료수를 마시는 제가 부끄러워져서

그만 자리를 털고 일어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제 몸과 마음은

무척이나 무거웠습니다.

 

 그러면서

애닲고 서글픈 인생이라는 말이

흐린 밤하늘의 희미한 별빛처럼

제 마음 속에 떠올라졌습니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학교 현관문 앞에서 만난 낙엽들  (0) 2013.11.18
자연이, 계절이 주는 선물  (0) 2013.11.05
내 생활의 버팀목들  (0) 2013.09.29
김 준님과 ATP의 재즈공연  (0) 2013.09.28
비 내리는 금요일 아침에...  (0) 2013.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