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카페

성북동 수연산방(둘)

자작나무1 2013. 10. 9. 17:17

 예전에 아는 형과 친구랑 북한산에 간 적이 있어요.

형제봉 매표소로 올라갈려고 평창동을 지나갔어요.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보니, 멋진 집들과 넓은 마당들과 나무들이 보였어요.

그런 전경을 바라보면서 제 친구는 이 곳은 나무와 집이 반반씩 섞어 있는 동네라고 말을 했어요.

수연산방에 들어와 사진을 찍으면서 전에 제 친구가 했던 말이 다시금 기억났어요.

성북구 동네의 특징 중의 하나가 마당이 작아도 그 마당에는 나무들이 많다는 점이 아닐까 싶었어요.

도심속의 사찰, 길상사도 작은 숲이라고 할 정도로 나무들이 울창하였는데,

이 곳 수연산방도 마당에 비해 나무들이 많았어요.

나무들로 꽉찬 느낌

제가 또다시 수연산방을 찾은 이유 중의 하나는

그리 넓지않은 마당임에도 나무들이 많다는 점이 아닐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차값이 만만치 않았슴에도 손님들이 끊이지 않았어요.

앞으로도 경제사정과는 상관없이 찻값은 계속 올라가지 않을까 싶었어요.

 

 

 한옥과 마당안의 나무들이 잘 어울리는 그런 찻집이었어요.

나중에 다시금 찾아가보고 싶을 정도로...

비가 오는 날에 오면 더더욱 운치가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사진놀이를 마치고 탁자에 앉아 형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비싼 냉커피를 마셨어요.

냉커피를 마시면서 다시금 전에 읽었던 이태준님의 소설 "해방전후"의 한대목이 생각났어요.

 

 "우선 단골집으로 가서 얼큰한 술국에 곱빼기로 두어 잔 들이켰다.

  그리고 늙그수레한 주모와 몇마디 농담까지 주거니 받거니 하다 나서니,

  세상은 슬프다면 온통 슬픈 것도 같고,

  즐겁다면 온통 즐거운 것같기도 했다.

  그러나 술만 깨면 역시 세상은 견딜 수 없이 슬픈 세상이었다.

  "경칠 놈의 세상 같으니!"

   하고 아무데나 주저앉아 다리를 뻗고 울고 싶었다.

 

 저는 이 소설과 이 문장을 읽으면서 상허 이태준님이 어떤분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식민지시대의 치욕과 좌우익의 극한 대립, 해방이후의 풍경

몸소 그런 상황들을 겪으시면서

좌절하시고, 고민하시고, 괴로워하시는

그 시대의 참된 지식인을 만난 것 같아

한편으로 마음이 울컥해지기도 했습니다.

여린 마음에 자신과 자신의 사회와 나라를 걱정하시던 모습.

이태준님의 괴로워하시는 심정들을 글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일부러 또다시 수연산방을 찾은 이유는

간접적으로나마 소설가 이태준선생님의 체취를

조금이나마 직접 느껴보고 싶기도해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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