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와 산적두목

선비와 산적두목(열여덟)

자작나무1 2013. 11. 21. 19:21

선비와 산적두목(열여덟)

 

 옥에 갇힌지 석달이 넘어가는 산적두목

 

 어느날 밤에 꿈을 꾸었지

어린날의 산적두목으로 되돌아간 꿈을

할머니, 할아버지, 어머니, 아버지 앞에서

천자문을 외우는 어린 산적두목으로

천자문을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외워나가는 산적두목

어린 산적두목의 모습에

기뻐해하시는 가족들

할머니는 가까이 다가와

어린 산적두목의 얼굴을 어루만지셨지

아버지는 장래 정승, 판서는

따논 당상이라고 말씀을 하셨지

 

 어린 산적두목

아버님의 얼굴을 쳐다보았지

아버님의 환한 얼굴

 

 비록

고을사람들에게는

나쁜 수령이라고

악질 탐관오리라고 지탄을 받았지만,

어린 산적두목 자신에게는

누구보다도

인자하고 너그러우신

아버님이셨슴을 깨달았지

 

 꿈에서 깨어난 산적두목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했지

마흔을 넘어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어머니가, 아버님이 보고파서

눈물을 흘렸지

 

 옥에 갇혀

세번째 눈물을 흘렸지

 

 옥밖의 소쩍새 한마리

산적두목을 따라

구슬프게 울었지

소쩍, 소쩍, 소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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