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유적지에서 생가와 묘를 둘러보고 나오면서 예전에 김훈님의 "자전거 여행2"에서 읽었던 글들이 떠올라졌어요.
"유배시절에 그의 마음속에서 1801년의 일들은 어떠한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었을까?
신앙인으로서 순교의 길을 끝까지 걸어간 약종형님과 이승훈의 죽음은 그의 마음속에서
어떠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일까?
오랜 유배에서 돌아와 다시 그 물가마을의 옛집에 이르러,
강 건너쪽 천진암의 산봉우리를 바라보면서 그의 마음속에서
1801년의 일들은 어떤 풍경을 이루고 있었던 것일까?
이런 후인의 의문에 대해 다산은 끝끝내 침묵한다.
200년 후에 태어나 책을 읽을 뿐인 후인이
그의 침묵의 부당성을 공박할 수 있을까
아마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삶속에서 벌어진 일들 중에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다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있는 법이다.
다산의 치욕은 침묵속에 잠겨있다.
나를 두렵게 하는 것은 치욕이 아니라 그가 한평생 간직했던 침묵이다.
치욕은 생애의 중요한 부분이고, 침묵은 역사의 일부다.
이승훈은 매우 머뭇거리면서 사형장으로 나아갔다.
그는 형이 집행되기전에 이미 천주교를 배교할 태도를 분명히 했다.
죽음앞에서 그는 신앙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의 죽음은 순교도, 배교도 아니었다.
그는 살고 싶었을 것이다.
나는 살고 싶어하는 그의 편이다."
김훈님의 "자전거 여행2"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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