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에서 아침에 일어난다.
TV를 켜고 브라질 월드컵 3,4위전 브라질과 네덜란드의 경기를 본다.
네덜란드의 공세에 브라질이 수세로 몰리는 느낌
주전 공격수 네이마르의 빈 공백이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중계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결국 3 대 0으로 네덜란드가 이긴다.
앞으로 네덜란드가 월드컵 우승을 하는 날도 그리 멀지 않았다는 생각도 함께 든다.
오늘은 설악산에서 케이블카를 타는 날
저번에는 설악산에 늦게 가는 바람에 케이블카를 타지 못한 아픈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는 부지런히 씻고 모텔을 빠져 나온다.
가까운 식당에서 아침으로 생선구이를 먹고
설악산으로 가는 7-1번 버스를 타고 설악산 입구로 간다.
버스 종점에 내리고 담배 두 대를 피우고
설악산 안으로 들어간다.
삐죽삐죽한 잘 생긴 바위들과 봉우리
잘 가꾸어진 나무들
연신 사진기에 담으면서 케이블카 승차장으로 간다.
이른 시간임에도 주차장에는 차들이 많고,
사람들도 많이 보여 조금은 급해지기도 한다.
다행히 케이블카 매표소에는 사람들이 없다.
금방 표를 끊고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2층 승강장으로 올라간다.
바로 케이블카에 올라타고...
이번 속초여행을 준비하면서 제일 주안점을 두었던 것이
갯배와 케이블카였다.
혹시 사람들이 몰려 타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그런 걱정
다행히 두가지 다 타서 다행이다.
기쁜 일이고...
케이블카를 타고 산 위로 올라간다.
날이 흐려 설악의 봉우리들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케이블카를 바로 탄 것도 큰 운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선명한 조망을 욕심 내다니...
여행 중에서도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내가
한심스럽기도 하다.
상부 승강장에 내리고...
건물을 나와 계단길을 따라 권금성에 오른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사람들도 적고...
천천히 권금성에 이르니,
그곳에는 사람들이 많다.
나보다 부지런한 사람들도 많구나...
바위봉우리로 이루어진 정상
몽고 침입 시 권씨와 김씨가 적의 침입을 대비해 성을 쌓았다고 한다.
북한산성을 오르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설악산 자체가 커다란 성벽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곳에 또 다른 성을 쌓아야 하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높은 곳이라 시원한 바람이 연신 불어오고...
위에 계시는 아저씨가 이 곳에 올라온 사람들을 위해
일부러 에어컨을 켜 놓았다고 농을 던지신다.
울퉁불퉁한 바위 사이로 자라는 나무들
그런 생명력에 또 다시 자연의 신비함을 느끼고...
날이 좋았다면 속초 시내가 내려다 보일텐데...
다시 한번 전망에 대한 욕심이 되살아난다.
산에서도 욕심을 버리지 못 하는 가련한 나
권금성을 내려와 이번에는 안락암을 가기 위해 산길을 내려선다.
가파른 내림길
이런 산중에 암자를 짓다니...
작은 암자와 그 밑에는 수령 800년이라는 무학송이 자라고 있다.
산 아래 설악동과 쌍천, 설악동으로 들어오는 도로가
희미하게 보인다.
케이블카 휴게소로 올라와 아이스크림을 먹고
케이블카를 타고 아래로 내려온다.
설악산을 빠져 나가고...
버스종점에서 버스를 타고 아래의 한옥 마을로 간다.
속초여행을 준비하면서 내가 모르는 속초 여행지를 찾아보았는데,
야옹이님의 블로그를 통해 속초에도 한옥 마을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속초를 자주 다녔던 내가 몰랐던 곳
버스를 타고 한옥 마을 입구에서 내린다.
버스정류장 뒷편에
한옥으로 지어진 매점과 민박집이 우선 눈에 띄인다.
마을 안으로 들어서고...
돌담과 기와 건물
언제보아도 정겨운 모습들이다.
특히나 돌담 아래 자라는 꽃들과 돌담, 한옥의 지붕이 한폭의 그림을 이루고 있다.
그런 정겨운 모습들을 사진기에 담고...
나도 모르게 한옥 마을의 아름다움에 푹 빠지기 시작한다.
고즈넉한 마을 풍경
돌담길은 또 다른 돌담길로 이어지고...
간혹 빈집들도 보여 안쓰러운 마음도 든다.
이런 빈집을 사들여서 한옥카페를 하면 어떨는지...
턱없는 상상 속에 젖어들기도 한다.
한옥마을 뒷편에는 학무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조그만 정자
정자보다는 그 뒷편의 소나무숲이 맘에 든다.
미인송으로 이루어진 송림
이 소나무도 금강송일까 그런 의문도 든다.
정자를 벗어나 송림길로 들어서고...
어둑어둑 그늘진 길로 들어선다.
속초에 이런 멋진 곳이 있었다니...
한옥마을과 송림은 이번 속초 여행에서 새로운 발견이다.
뿌듯한 마음에 송림을 나와 버스를 타고 해맞이 공원으로 온다.
매번 이 곳은 지나다니기만 했는데...
서울로 가는 버스시간(02:50)이 많이 남아 해맞이 공원에 온 것이다.
긴 방조제 아래 한무리의 해녀들이 보인다.
제주가 아닌 속초에서 해녀를 볼 수 있으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 했는데...
멀리서 그들의 모습을 조심스럽게 사진기에 담고...
대부분 나이가 많이 드신 할머니들이시다.
얼마나 힘드실까...
살아가는 일의 고단함이 절로 느껴지고...
마음 한편이 숙연해진다.
속초에서 듣는 숨비 소리
갑자기 나도 숨을 쉬는 것이 힘들어진다.
방조제를 올라 앞에 스키 타는 선수의 상이 앞에 세워진 등대 앞에 선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한 등대인 것 같다.
색다른 모습의 등대
요즘은 이렇게 기발하고 참신한 등대들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
등대가 등대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것 같다.
방파제 안쪽으로는 조그만 배들과 간이 식당으로 이루어진 설악항이 보이고...
바다가 아닌 어촌의 이미지가 물씬 풍겨진다.
방조제를 내려와 옆의 토산품 판매점으로 들어간다.
오징어젓을 사서 배낭에 집어넣고...
다시 해맞이 공원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고속버스터미널 버스정류장에 내린다.
아직 정오가 되지 않은 시간
서울로 가는 버스시간까지는 많은 시간들이 남아 있다.
담장 위에 능소화가 흐드러지게 핀
제비들이 날아다니는 골목길을 통해
속초 해수욕장으로 들어가다가
도중에 새로 생긴듯한 카페가 보여 안으로 들어간다.
어제 오픈을 했다고 한다.
오픈 기념으로 모든 메뉴가 천원
나는 카페들을 참으로 많이 다녔는데,
아메리카노 한잔에 천원을 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업한 지 얼마되지 않아 실내가 좀 엉성하다.
방금 이사온 집에 들어선 기분
어수선한 기분
그래도 원목의 탁자와 의자들이 마음에 든다.
카페를 나오고...
속초해수욕장에 다다른다.
속초해수욕장은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벌써 휴가 시즌이 시작된 것 같다.
빨간 파라솔이 쳐진 모래사장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훅훅 불어오는 더운 바람에 돌아다니기도 힘들다.
바닷가라고 해서 여름에 더 시원한 것은 아니었다.
작년 여름에는 부산의 송도해수욕장에 갔었는데,
그곳도 한여름에는 더워서 쉼쉬기조차 힘들었던 기억들이
떠올려지기도 한다.
더위를 피해 해수욕장 뒷편의 소나무숲 안으로 들어간다.
그 나마 이곳이 낫다.
그늘이 있고, 습기를 머금지 않은 바람이 불어오고...
숲 속 벤치에 앉아 바다쪽을 바라보고...
지난번 속초를 왔을 때에도 속초해수욕장과 이 곳 송림에 왔었다.
그 때는 서울로 가는 버스시간이 두세시간 후에 있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긴의자에 누워 낮잠을 잘려고 했는데
잠이 안 와 일어나서 공지영님의 "즐거운 나의 집"을 읽었던 기억
어제와 오늘 속초를 돌아다니면서
3년전 가을 속초로 떠난 도보 여행길이 자주 떠올려졌다.
어쩌면 그 때 타보지 못 했던 갯배와 설악산 케이블카를 탔다는 점에서
3년전 가을여행의 보충여행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도 든다.
송림을 나와 아침을 먹었던 고속버스터미널 옆 식당에 들어가
동태찌개로 점심을 먹고...
아직도 한시간 이상 버스 시간이 남았지만,
터미널 근처에 앉아 버스 시간이 어서 다가오기를 기다린다.
속초 고속버스터미널에는 젊은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다.
군부대가 많고 해수욕장이 있어서 그런지
다른 도시의 터미널보다 젊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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