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방선거 선거날
지난 토요일에 구로1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사전 투표를 했기에
투표에 대한 부담없이 일찍 집을 나서 산으로 간다.
지하철로 망월사역에 내리고,
건너편의 신한대학을 옆으로 끼고 산으로 향한다.
도로 옆에 가로수로 심어진 느티나무가 아침 햇빛에 빛나고...
서울외곽순환 고가도로 아래는 무슨 공사가 한창이고,
공사장을 지나 숲으로 들어선다.
산새들의 소리가 들려오고...
갑작스러운 나의 출현에 새들도 놀랐는지
여기저기서 여러 종류의 새울음 소리가 들려온다.
자연이란 이런 것인지...
낯선 이를 경계하는 소리조차도 노래처럼 즐겁게 들린다.
넓은 길을 오르고,
어느 상가 앞의 도로에 개 한마리 앉아서
시건방지게 나를 쳐다본다.
혼자서 산에 가는구만...
앞의 개가 이렇게 생각할 것 같다.
계곡 옆으로 난 산길을 따라 산에 오르고...
졸졸졸 조용히 흐르는 물소리가 듣기 좋다.
어제 비가 많이 왔다고,
산길도 촉촉하고,
산공기도 부드럽다.
어느 정도 계곡길을 오르자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살던 곳이라는 표지판이 나타난다.
이름 석자만으로도 산이 되고, 산맥이 되는 이름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살던 곳 표지판을 지나자
두꺼비 바위가 나타나고,
오름길을 계속 오르자
큰바위 아래 덕재샘이 나타난다.
시원한 물을 세바가지나 들이키고...
앞의 의자에 앉아 푹 쉰다.
다시 오름길을 오르고...
키 큰 나무들과 함께 망월사가 보이기 시작한다.
절 앞으로 높다랗게 자란 전나무가,
그 뒤로 줄기를 활짝 편 느티나무의 푸르름이 보기 좋다.
절 입구의 안내판을 읽고,
안내판 옆의 부도의 단아한 모습에 자꾸 눈길이 간다.
조선후기에 만들어진 월조당 개총선산 부도탑
절 안으로 들어서고...
커다란 바위 아래 장독대와 커다란 수조가 보이고...
이렇게 높은 산중에 절이 유지될 수 있는 것은
이렇게 물이 많아서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망월사를 좋아하는 이유는
높은 곳에 위치했다는 점과
절 주변에 키 큰 나무들이 많아서이다.
절 내부를 사진을 찍고...
절 주위의 유월의 녹음이 싱그럽다.
초록의 바다,
피천득님의 수필 한 구절도 문득문득 떠올려지기도 한다.
오월이 갓 세수를 마친 스물 한살 처녀의 얼굴이라면,
유월은 원숙한 여인의 모습이라고...
절 한켠에는 이름모를 작은 꽃들이 피어있다.
망월사를 지나 포대능선에 다다르고...
암봉으로 이루어진 산불감시초소에 오르니,
넓게 넓게 시야가 펼쳐진 서울 시내와 의정부 시내가 보인다.
날씨가 맑아 시내 멀리 떨어진 산들도 선명하게 보이고...
의정부 방향 맨끝에 보이는 두 산은
남양주시와 가평군의 경계 지점에 있는
축령산과 서리산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주위에 계신던 할아버지들은 날 좋은 날에 산에 잘 왔다고 말씀을 하시고...
오래간만에 산에서 멋진 전망을 보아서 흡족스럽다.
또한 전에도 그런 생각을 해 보았는데,
이 곳 산불감시초소 있는 봉우리가
원도봉산의 정상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다시금 해 본다.
통신대앞 611m을 지나고 사패산 방향으로 산길을 걷는다.
예전에 아는 형이랑 이 길을 걸은 적이 있었는데,
오래전의 일이기는 했지만,
능선길이 편했던 기억이 있었는데,
오늘 능선길을 걸어보니,
생각보다 오르막, 내리막도 심하고,
사패산까지의 거리도 만만치않다. 2.3Km
이렇게 산에서의 지난 고생을 망각하면서 산에 오르고 또 오르나 보다.
굴곡이 심한 능선길을 오르락, 내리락하고...
나처럼 포대능선에서 사패산으로 가는 산객들보다는,
사패산에서 포대능선으로 오는 산객들이 더 많다.
그 산꾼들은 포대능선을 지나 Y계곡을 넘어 선인봉까지 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부지런히 오르고, 내리고
원래 사패산 정상에서 점심을 먹을 생각이었는데,
중간에 갑자기 배가 고파져서
중간에 바위에 걸터앉아 점심을 먹는다.
이럴 줄 알았으면 간식도 미리 챙겨왔어야 하는데,
능선길이 짧다는 이유로 간식을 준비하지 않았다.
다만, 더울까봐 물만 두통이나 가져왔다.
길 옆이라 지나가는 사람들이 쳐다보기도 하고...
어떤 아주머니는 남자가 산에서 혼자 밥 먹는 것은 봐줄만한데,
여자가 산에서 혼자 밥 먹는 것은 못봐주겠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지나가고...
주위 사람들의 눈치에 얼른 밥을 먹고 일어선다.
다시 부지런히 길을 걷고,
포대능선을 지나 사패능선으로 들어서고,
앞으로 바위로 이루어진 사패산 정상이 보인다.
원각사로 내려가는 삼거리를 지나고,
안골로 내려가는 삼거리를 지나고...
가파른 바위 오름길을 거쳐 사패산 정상 552m에 이른다.
다른 산들과는 달리 넓은 마당 바위로 이루어진 사패산
많은 사람들이 바위에 앉아 식사를 하시고,
도봉산의 튼실한 산줄기와 그 뒤로 북한산이 빼꼼 보이기도 하고...
멀리 한강과 일산 신도시가 눈에 들어오고...
시원한 바람이 많이 불어온다.
바위에 앉아 멍하니 앉아 있는다.
다시 한번 산에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정상을 내려와 안골방향으로 산을 내려온다.
급한 내림길이 이어지고...
이 산길에는 의외로 사람들이 적다.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조금은 적적한 산을
천천히 천천히 내려가고...
가끔 나무 위에 검은 열매가 보여
오디인가 하고 가지를 댕겨보면 오디가 아니다.
나와 함께 산에 다니는 형은
산에서 열매를 잘도 찾아내신다.
이맘 때에는 형 덕분에 이런저런 열매들을 따먹을 수 있을텐데...
특히나 산에서 오디를 따먹을 때가 가장 맛있다.
조금은 순해진 길을 따라 내려가고...
옆 계곡에는 물놀이를 나온 가족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자동차가 지나다니는 포장길이 나오고...
천천히 포장길을 따라 내려간다.
이 길 끝에는 예쁜 카페가 있지 않을까...
카페가 보이면 안에 들어가
시원한 냉커피를 마시면서
그 동안 산에서 피우지 못한 담배를 피워야지 하는
야무진 생각을 갖기 시작하고...
내 맘과는 달리 산 아래에는 마당이 있는 카페가 나타났는데,
아쉽게도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큰도로에 이르고
안골 버스정류장에서 의정부역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기다린다.
모처럼 산에서 맑은 전경을 보게 되어서 행복했던 산행이었다.
무엇보다도 유월의 녹음을 실컷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다시 한번 피천득님의 수필이 생각난다.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녹음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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