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의 포장마차
날이 어둡기 전에
손님들이 포장을 걷어내고
마차 안으로 들어왔어
이른 손님들은
배고프다고 투정을 부렸고
삶은 국수와 오뎅 국물로 허기를 달랬어
누군가는 배고플 때 마시는 소줏맛이 일품이라고 했고...
누군가는 배고플 때 술을 마시면
나중에 술맛이 떨어진다고 천천히 마셔야한다고 했어
초겨울의 햇살은 금방 서편으로 넘어가고...
어둠과 함께
어둠을 헤치고
손님들이 하나둘씩
마차 안으로 들어왔어
닭똥집
꼼장어
라면
떡볶이
마차 안에서는
손님들이 원하는 음식들이
바로바로 나왔고
음식들과 함께
소줏병들이
두서없이 쌓여만 갔어
세상을 욕하는 사람
세상을 비웃는 사람
훌쩍훌쩍 우는 사람
좁은 마차 안에서
그들만의 밀어를 나누는 연인
마차 안은
또 다른 작은 세상이었어
손님들은
술에 취해
포장을 걷고
밖으로 나가고...
손님들이 드나들 때마다
포장 사이로
찬 겨울바람이 몰려왔어
그 겨울 바람들은
세상의 소문들을
세상의 슬픔들을
세상의 기쁨들을
세상의 무언가를
데리고 들어왔고...
소주와 안주에
세상의 소문과 슬픔과 기쁨과
그 무언가에
사람들은 취해서
비틀거리면서
마차 밖으로
세상 밖으로
떠났어
언제 다시 오겠다는 전언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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