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학교운동장, 바람, 검은 봉지 두개

자작나무1 2015. 3. 10. 19:19

 학교운동장, 바람, 검은 봉지 두개

 

 오늘 아침은 바람도 많이 불고 무척 추웠어요.

다시 봄에서 겨울로 되돌어선 느낌

아침에 학교로 출근을 해

운동장을 바라보니,

커다란 검은 비닐 봉지가 회오리 바람에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있었어요.

그런 모습도 볼만하였지만...

운동장 한가운데 비닐 봉지가 있으면 안 되니까

주워야지 하는 마음으로 운동장으로 나갔어요.

바람에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비닐 봉지는

맘처럼 쉽게 잡을 수가 없었어요.

바람에 둥그렇게 원을 그리면서 날라다니고,

어떨 때는 제 키보다 높이 날 때도 있었어요.

한참을 비닐봉지와 씨름을 하다가

나중에 바람이 잠잠해지면 그 때 주워야지 맘 먹었어요.

날도 춥고...

그런데 웬지 쉽게 돌아설 수가 없었어요.

이런 작은 일에 오기를 부릴 일이 아닌데...

괜시리 오기가 나서

추운 것도 잊은 채 한참을 비닐봉지를 따라 다녔어요.

가라앉았다가 다시 날아가고

앞에 있다가 어느새 제 뒤로 돌아서고

마치 저한테 장난을 거는 것 같았어요.

한편 재미있다는 생각에 열심히

비닐 봉지를 쫓아다녀

겨우 비닐 봉지 두개를 제 손에 잡을 수가 있었어요.

비닐 봉지를 쫓아다니는 동안은 추운 줄도 모르고...

잠시 동안이나마

제가 어릴 적 아이로 돌아가

비닐 봉지를 쫓아다니는 착각에 빠지기도 했어요.

 

 퇴근을 하고

집에 와 저녁을 먹고

이루마님의 피아노곡을 들으면서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이

먼 옛일처럼 떠올라졌습니다.

 

 춥고 바람이 많이 불던 아침의 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