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운동장, 바람, 검은 봉지 두개
오늘 아침은 바람도 많이 불고 무척 추웠어요.
다시 봄에서 겨울로 되돌어선 느낌
아침에 학교로 출근을 해
운동장을 바라보니,
커다란 검은 비닐 봉지가 회오리 바람에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있었어요.
그런 모습도 볼만하였지만...
운동장 한가운데 비닐 봉지가 있으면 안 되니까
주워야지 하는 마음으로 운동장으로 나갔어요.
바람에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비닐 봉지는
맘처럼 쉽게 잡을 수가 없었어요.
바람에 둥그렇게 원을 그리면서 날라다니고,
어떨 때는 제 키보다 높이 날 때도 있었어요.
한참을 비닐봉지와 씨름을 하다가
나중에 바람이 잠잠해지면 그 때 주워야지 맘 먹었어요.
날도 춥고...
그런데 웬지 쉽게 돌아설 수가 없었어요.
이런 작은 일에 오기를 부릴 일이 아닌데...
괜시리 오기가 나서
추운 것도 잊은 채 한참을 비닐봉지를 따라 다녔어요.
가라앉았다가 다시 날아가고
앞에 있다가 어느새 제 뒤로 돌아서고
마치 저한테 장난을 거는 것 같았어요.
한편 재미있다는 생각에 열심히
비닐 봉지를 쫓아다녀
겨우 비닐 봉지 두개를 제 손에 잡을 수가 있었어요.
비닐 봉지를 쫓아다니는 동안은 추운 줄도 모르고...
잠시 동안이나마
제가 어릴 적 아이로 돌아가
비닐 봉지를 쫓아다니는 착각에 빠지기도 했어요.
퇴근을 하고
집에 와 저녁을 먹고
이루마님의 피아노곡을 들으면서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이
먼 옛일처럼 떠올라졌습니다.
춥고 바람이 많이 불던 아침의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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