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반지하 방

자작나무1 2015. 3. 14. 07:12

 반지하 방

 

 방에 누워 있다가

답답하여

창을 열면

창 앞으로는

앞집의 높다란 담벼락 밖에 보이지 않았어.

 

 고개를 빼고 하늘을 쳐다봐야만

쬐그만 하늘이

손바닥보다 작은 모양으로 보였지

 

 최초의 현생 인류가

동굴에서

반지하에서

지상의 집으로 옮기는데

백년, 천년...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렸을까

 

 점점 높아만가고 두터워지는

지상의 집값

집을 사는 것은 엄두도 안 나고

전세를 얻는 것도 하늘에 별따기라고 하는데...

 

 창을 닫고

이불 위에 누워

격자모양의 천장을 바라보면서

그 천창을 하늘이라고

낮에는 해가 뜨고

새가 날아가고

밤에는 달이 뜨고

풀벌레가 우는

하늘이라고 생각하면서

설핏 얕은 잠에 빠진다.

 

 반 지하 단칸방의 꿈

꿈속에서도 지상이 아닌

반지하의 세계를

순서없이 헤매인다.

 

 개 대신 두더지가

새 대신 박쥐가

꽃 대신 나무뿌리가 엉켜있는...

 

 지상이 아닌

반지하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