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많이 피곤하여 늦게까지 푹 잘려고 했는데, 새벽에 일찍 깨어난다.
다른 가족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더 누워 있었는데,
잠은 더 이상 오지 않고 정신만 말똥해진다.
어쩔 수 없이 침대에서 일어나 커피 한잔 타 마시고 어젯밤에 이어 여행기를 이어 쓴다.
집에서는 컴퓨터로 자판을 두드려 여행기를 썼는데,
이곳은 집도 아니고 한국도 아니어서 공책에 볼펜으로 여행기를 쓴다.
정말 오래간만에 이런 식으로 여행기를 쓴다.
새벽 시간이라 잘 써질 줄 알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쓰다가 막히고, 쓰다가 막히고...
두잔째 아침 커피를 타 마신다.
엄마를 시작으로 가족들이 일어나기 시작하고...
엄마와 작은 엄마가 끓여주신 된장찌개와 스팸으로,
어제와 같은 반찬으로 아침을 먹고...
내 동생은 오늘 상해에 비 예보가 있어 일찍 서두려야 한다고 재촉을 한다.
내가 날이 흐려도 바람이 많이 불어 비가 오지 않을 거라고 말하니까
내 동생이 중국에는 기상 위성이 있어 일기예보가 거의 맞다고 말한다.
아마 중국사람들이 정부에 대한 이런 믿음이 있어
14억 중국이 유지될 수 있구나 그런 생각을 가져본다.
각자 우산을 챙겨 호텔을 빠져 나오고...
플라타너스가 양편으로 잘 가꾸어진 도로를 지나
서안남로건국서로 버스정류장 앞에 선다.
42번 연안동로중산동일로행 시내버스를 타고...
오전시간이라 버스 안은 텅 비어 있다.
버스 안에 승객들이 없으니까 좀 이상하다
중국같지 않은 분위기
시내 중심가를 지나고...
화려한 매장에 세계의 명품샵들이 보이고...
홍콩이 따로 없다.
어느 곳에서는 한국배우 전지현님의 커다란 사진도 보인다.
곳곳에 크고 작은 공원들도 자주 보이고...
커다란 나무들이 우거진 곳은 대부분 공원인 것 같다.
예원과 가까운 곳의 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대나무가 잘 자라고 있는 작은 공원을 지나고...
상해의 작은 공원
도로 건너편으로 무지막지하게 많은 사람들이 긴 줄을 만들며 예원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어제의 재현
많은 사람들과 함께 큰 도로를 건너고 옆의 백화점과 상가지역을 지나 예원 방향으로 걸어간다.
옛건물의 상가지역
고색찬란한 고층의 건물들, 상가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상술에 이용하는 약삭빠른 중국인들
전에 우리 아버지와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고대에 실크로드를 통해 아라비아 상인들이 중국에 들어오고...
농경, 정착 민족인 한족은 그들을 통해 상술을 익히고...
지금은 장사를 잘하는 민족으로 거듭났다는 이야기... 화상
세계3대 상인... 아라비아 상인, 유태인, 중국인(화상)
복잡한 거리를 지나 예원 앞에 선다.
상가 2층의 식당 옆의 화장실에 들렀다가 과일쥬스를 사 마시고,
밖으로 나오려니까 갑자기 장대같은 비가 퍼붓고 있다.
아침에 내 동생 말이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
장댓비를 피해 예원 앞의 STARBUCKS COFFEE에 들어가고
그곳에도 손님들이 많아 커피도 못시키고 매장 안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서서 비를 피하고...
비가 쉬이 그칠 것 같이 않아 예원 방문은 취소하고,
푸동으로 점심을 먹으러 간다.
상해하면 예원인데...
내 나름대로 큰 기대를 갖고 있었는데...
적지 않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10호선 예원역으로 가서 남경동로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고
루지아주이역에서 내린다.
역을 빠져나와 정대광장으로 가니, 이곳에서도 엄청난 수의 사람들로 복잡하다.
광장 위의 원형의 육교에는 사람들이 난간 앞에 서서 상해의 상징, 명물,
동방명주를 바라보고 계신다.
동방명주 467m... 동방의 진주
중국의 순수한 자본과 기술로 만들어서 상해인의, 중국인의 자부심이 높다고 한다.
이 이름 속에는 상해 푸동지역이 동북아의, 더 나아가서는 아시아의 금융허브로 자리를
잡고자하는 중국의 의도가 숨어 있는 것 같다.
원형 모양의 육교를 지나 정대광장 백화점 안으로 들어간다.
이 곳도 백화점이 화려하게 잘 꾸며져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으로 올라갈려고 하니,
기다리는 줄이 너무 길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8층으로 올라가
우리가족이 점심을 먹을 ASHLEY로 간다.
한국에서도 ASHLEY에 간 적이 없었는데...
애슐리 안으로 들어간다.
중앙의 갖가지 뷔페음식들과 넓은 실내 공간
무엇보다도 넓은 통유리를 통해 보이는 비 내리는 날의 황포강과 와이탄 지역의
근대 유럽건물들의 모습에 와하는 환호성이 절로 터진다.
내 동생의 이야기로는 이 식당에서의 야경이 예뻐
상해에서도 인기있는 식당이라고 말해준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테이블에 손님들도 많이 앉아 식사를 즐기시고 계신다.
우리도 예쁜 야경을 볼려고 저녁에 올 계획이었으나,
오전부터 비가 내려 점심 때 오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는 애슐리가 패밀리 레스토랑 중에서 제일 저렴하고 그 만큼
음식들이 빈약한 편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 식당은 그렇지가 않다.
음식들이 해산물부터 시작해서 푸짐하다.
내 동생에게 가격을 살짝 물어보니, 일인당 4만원 꼴이라고 말해준다.
이번에 중국 상해여행을 하면서 먹는 것은 지난번의 2박3일 제주도 가족여행
다음으로 잘 먹고 있다고 가족들에게 자주 말했었다.
바다와 가까운 도시라 그런지 해산물들이 싱싱하고 다른 음식들도 다 괜찮다.
한시간 넘게 두시간 가까이 음식들을 먹고 커피에 과일들을 먹으면서
작은 엄마께서 우리들에게 애슐리가 누구인지 아느냐고 물어보신다.
우리가 다들 모른다고 하니까 애슐리에 대해 이야기 해 주신다.
소설보다는 영화로 유명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주인공 스칼렛이 처음으로 사랑한 사람이 장교 애슐리라고 말씀해 주신다.
스칼렛의 청혼은 이루어지지 않고 서로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한다.
결혼 생활은 순탄지 않아 서로 이혼과 사별을 겪게 되고
몇번인가 결혼할 기회가 있었슴에도 그들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나중에 스칼렛이 다시 애슐리에게 청혼을 하나
애슐리는 스칼렛의 프로포즈를 받아들이지 않고 등을 돌린 채 떠난다.
작은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언젠가는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읽어야지 맘 먹는다.
나는 애슐리가 그냥 여자이름인 줄 알았는데, 작은 어머니 덕분에
새로운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다.
또 하나
나는 주로 혼자 여행을 많이 다니는데,
실제로는 혼자 다니는 여행이
가장 비효율적인, 배움이 적은 여행이다.
달랑 눈 두개로 다니는 여행
이번처럼 여섯명이 함께 다니는 여행은 눈이 12개, 입이 6개
그래서 혼자 다니는 여행보다 여섯배 이상으로
많이 보고, 듣게 되는 배움이 많은 여행이다.
이런 사실들을 잘 알면서도 앞으로도 계속 혼자 여행을 다닐 나
... 문제가 많은 나
한시간을 넘겨 두시간 가까이 성찬을 마치고 식당을 나온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내려가 육교를 통해 황포강변으로 내려선다.
어제 저녁에는 인의 장막에 가려 황포강 앞에까지 가서도 황포강을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오늘은 황포강을 제대로 본다.
어제의 아쉬움이 하루만에 풀린다.
상해시를 가로지르는 강, 황포강
오늘은 어제처럼 사람들이 몰리지 않아 좀 편안하게 내다본다.
누런 황톳물,
오늘날의 중국 경제상황을 나타내듯이
커다란 화물선이 수시로 강을 거슬러 올라가고...
강 건너편의 와이탄의 근대건물들을 사진 찍고...
강을 배경으로 가족사진도 찍는다.
그러면서 나에게 황포강은 상해의 강이면서
피천득 선생님의 강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런 황포강물도 달빛을 받아 서울 한강같다.
선창마다 찬란하게 불을 켜고 입항하는 화륜선들이 있다.
문명을 싣고 오는 귀한 사절과도 같다.
'브라스 밴드'를 연주하며 출항하는 호화선도 있다.
저 배가 고국에서 오는 배는 아닌가
저 배는 그리로 가는 배는 아닌가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같은 달을 쳐다보면서도
그들은 바이칼 호반으로, 갠지즈 강변으로, 마드리드 거리로
제각기 흩어져서 기억을 밟고 있을지도 모른다.
친구와 작별하던 가을 짙은 카페
달밤을 달리던 마차
목숨을 걸고 몰래 넘던 국경
그리고 나 같은 사람이 또 하나 있었다면
영창에 비친 소나무 그림자를 회상하였을 것이다.
과거는 언제나 행복이요,
고향은 어디나 낙원이다.
해관시계가 자정을 알려도 벤치에서
일어나려는 사람은 없었다."
피천득님의 "황포탄의 추석" 중에서
다시 육교를 통해 정대광장 백화점으로,
백화점을 나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정대광장의 원모양의 육교 위에 올라선다.
많은 사람들이 난간에 기대어 날이 흐려 꼭대기층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동방명주를 쳐다보고 계신다.
그런 사람들의 뒷모습마저 장관을 이룬다.
2호선 루지아주이역으로 내려가 지하철을 타고
9호선 세기대도역에서 환승을 하여
지아산로드역에서 내린다.
어제처럼 가까운 편의점에 들러 칭다오 맥주와
내일 아침 우리 어머니가 마실 우유를 사고
우리 가족들이 이틀째 밤을 보낼
Somerset Hotel에 들어간다.
방에 들어와 얼마간 쉬었다가 다른 식구들은 헬스장으로 운동하러 가시고
나는 방에 남아서 뜨거운 물에 목욕을 한다.
씻고 나서 식탁 위에 공책을 펼쳐놓고 아침에 이어 어제의 여행기를 쓴다.
운동을 갔던 식구들이 들어오시고
어젯밤처럼 오징어 구이에 칭다오 맥주를 마신다.
내 동생에게 왜 매일 칭다오 맥주를 사오느라고 물어보니까
맥주 중에 칭다오 맥주가 제일 싸고 맛도 괜찮아서 그렇다고 얘기한다.
한국에서는 칭다오 맥주가 마실 때 톡 쏘는 느낌이 좋아 자주 마셨는데,
중국의 칭다오 맥주는 그런 톡 쏘는 맛은 없는 대신 부드럽다.
맥주를 마시면서 여행기를 이어 쓰다가 10시 30분에 잠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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