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밖에 나가 담배를 피우면서 하늘을 쳐다보니,
일기예보와는 달리 하늘이 무척 맑다.
청명한 하늘
그런 하늘을 보면서 문득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집에 아버지는 아프셔서 누워 계시는데...
철딱서니 없이...
집으로 올라와 엄마한테 오늘은 아침 일찍 공주에 갔다오겠다고 말을 하니,
순순히 다녀오라고 말씀을 해 주신다.
고마운 엄마
밥에 계란후라이와 치즈를 올려 김치에 먹고
씻고 부지런히 집을 나온다.
신도림역에서 2호선을 타고 교대역으로
교대역에서 3호선으로 갈아타고
강남 고속버스터미널로 간다.
매표소에서 공주로 가는 표를 끊을려고 하니,
예매가 끝나 11시에 출발하는 버스표가 남이 있다고 한다.
이런...
오늘 비소식이 있는데, 그럼에도 길을 나서는 분들이 많이 계시는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천안으로 가는 고속버스표를 산다.
8시 30분 천안으로 가는 고속버스에 오른다.
고속버스는 금방 만석이 되고,
정시에 출발을 한다.
출발
이른 시간임에도 고속도로는 정체를 이어간다.
버스 중앙차로임에도 버스는 제 속도를 유지하기가 힘들고...
봄이라 행랑객들이 많은 것 같다.
봄이라고 길을 떠나는 많은 사람들과 고속도로 정체
길 옆에는 영산홍이 활짝 피어있고
산에는 산벚꽃이 아직도 한창이다.
고속도로는 막히어도 창 밖 풍경은 봄풍경이다.
안성에 들어서면서 과수원에는 배꽃이 지천이다.
무엇보다도 산에 올해 싹이 틔어오른 연하디 연한 신록이 참 보기 좋다.
마음 편안한 풍경들...
그럼에도 여행을 잘 떠난 것 같다.
천안 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을 하고
그 옆의 천안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공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탄다.
공주로 가는 시외버스는 출발부터 막히기 시작하고...
천안 구간을 지나면서 정체에 정체를 거듭한다.
예전에는 천안에서 공주를 갈 때
예산방향으로 가다가 유구로 내려갔는데,
이번에는 천안 광덕산이 있는 풍세 방면으로 간다.
천안 박물관 앞을 지나가는데, 도로변 화단에는 민들레꽃이 많이 피었있다.
작고 노란꽃
하늘의 작고 노란 별들이 땅에 떨어져 있는 느낌
시외버스는 1번 국도를 따라 공주로 달려가고...
천안을 지나면서 길이 조금씩 뚫리기 시작한다.
국도 1번 팻말을 보면서
지난달에 읽었던 사진작가 신미식님과 이민님의 "대한민국 국도1번 걷기여행"이 떠올라졌다.
정안면을 거쳐 공주 종합버스터미널에 도착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공주 종합버스터미널까지 무려 3시간 20분이 걸렸다.
그럼에도 떠난 여행
터미널 안의 김밥천국에 들어가 김치볶음밥을 먹고
그 앞의 카페, COFFEE NAMU 609에 들어가
카페 사진을 찍고 시원한 냉커피를 마신다.
이 카페는 전에 공주에 왔을 때 사진 찍고 싶었는데,
다른 일정으로 찍지 못했던 곳이기도 하다.
커피를 마시고 터미널을 나와 육교를 건넌다.
금강 천변 주변에는 노란 유채꽃밭이 펼쳐져 있다.
내 마음은 어느새 유채꽃밭으로 달려가고 있다.
공주 금강변에 노란 유채꽃밭이 있으리라고는 미처 알지 못했다.
뜻밖의 행운
지난 여름에는 공주 정안천변에서 연꽃을 보았는데...
나의 몸도 유채밭으로 달려간다.
중간의 나무를 중심으로 유채가 심어져 있다.
노란 유채밭
노란색이 너무나 따뜻하고 밝게 보인다.
밝고 맑고 싱그럽고 상쾌한 봄의 풍경
그 풍경 속에 푹 빠진다.
봄은 노랑이다.
유채밭 위의 금강철교도 보기 좋고
강 건너편의 공산성도 아름답게 보인다.
한폭의 그림
또한 유채꽃과 상관없이 강을 쳐다보면서 앉아 계시는 사람들의 뒷모습 또한
한폭의 그림이다.
편안한 풍경
유채밭을 나와 도로 위로 올라와 금강철교를 건넌다.
금강철교 위에서 내려다 본 유채밭도 멋지다.
연신 사진을 찍으면서 금강철교를 건넌다.
공산성 입구
화장실에 들렀다가 화장실 앞의 자판기에서 사이다를 뽑아 마신다.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공산성으로 간다.
공주와 공산성
매번 공주에 오면 제일 먼저 들렸던 곳이 공산성이다.
한 때는 공산성 안의 영은사라는 절을 좋아해서
일부러 찾아왔던 곳이기도 하다.
산능성이를 따라 자연스럽게 쌓아올린 산성
산성 주변의 오래된 나무들과
산성에서 바라본 공주시내의 모습들이 보기 좋아
내가 자주 찾았던 곳
공산성 입구의 금서루를 지나고...
왼편 언덕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짧은 언덕길 위에는 공산정이 세워져 있다.
유채꽃밭에서 잘 보였던 정자
공산정을 지나 언덕길을 내려오고
입구부터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 비
공산정을 지나면서 제법 내리기 시작한다.
비를 맞으면서 산성을 돈다.
그럼에도 여행
언덕 아래에는 공북루가 세워져 있고...
건너편으로 금강과 공주시내가 아련히 보인다.
공북루를 지나 다시 언덕길을 오르기 시작하고...
언덕 위에서는 산성 보수공사가 진행 중이라
옆길로 해서 내려간다.
위에서 아래에 영은사가 잘 보인다.
한때 내가 좋아했던 절
그런데, 10여년 전에는 영은사가 폐가처럼 망가져 있었다.
그래서 실망이 무지 컸었다.
지금은 다시 깔끔히 정비되어 있다.
그럼에도 전처럼 절에 대한 애정이 생겨나지 않는다.
영은사 앞에는 연지와 만하루라는 정자가 세워져 있다.
벽돌로 차곡차곡 쌓아놓은 연지
만하루 앞 풍경도 보기 좋다.
편안한 강변 풍경
노란 유채밭과 건물들로 이루어진 공주시내
그런 편안한 풍경에 한참을 쳐다본다.
집에 누워 계시는 아버지
아버지를 보살피시느라고 힘들어하시는 어머니
어두운 집안 분위기
이런 모든 일들에 많이 마음도 무겁고 힘겨웠는데,
앞으로 펼쳐진 금강과 공주시내를 쳐다보면서
그런 힘겨웠던 나날들을 잊는다.
이 풍경 때문에 공주에 온 것 같은 느낌
전에 아는 형이랑 이곳에 왔을 때에도
이곳에서 한참을 쉬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던 적도 있었다.
편안한 풍경을 뒤로하고
산성을 따라 길을 걷는다.
산성 안쪽으로는 지금도 보수공사 중이다.
산성을 따라 걸으면서
작년에 다녀왔던 고창읍성도 떠올라진다.
나무들이 무성했던 고창읍성
공산성도 주위로 나무들이 많다.
길가에는 이름 모를 새들이 바닥에서 모이를 찾고 있고...
길을 내려가면서 영동루와 진남루를 지난다.
성에서 공주시내가 더 가까이 보이고...
얼마간 길을 걷자 넓은 풀밭이 나타나고 그 옆에
인조임금과 관련이 깊은 쌍수정이 나타나
계단을 올라 쌍수정에 다다른다.
쌍수정 아래의 넓은 풀밭
이곳이 백제시대 왕궁지라고 한다.
경주 월성과 비슷한 구조
다시 성벽을 따라 걷는다.
왼편으로는 평화로운 공주시의 풍경들이
오른편으로는 나무 아래 푸른 식물들로 풍성하다.
집과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습들...
저번 여수에서도 그런 생각을 해 보았는데,
집과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습들이
삶의 힘겨움을 함께 나누는 모습으로 보여
웬지 따뜻해 보인다.
옹기종기
아옹다옹 살아가는 모습들
성벽을 따라 내려오니,
처음 보았던 금서루 앞에 이른다.
이로써 성을 한바퀴 돌았다.
비는 내리다 말다... 그러고...
공산성을 내려와 택시를 타고 고마 나루로 간다.
나는 공주는 여러번 왔는데,
고마 나루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도 못했다.
당연히 가보지도 못 했고...
블로그 자체가 대한민국 교과서인 초희님의 블로그를 통해
고마 나루의 소나무숲과 곰사당을 알게 되었다.
강 옆으로 소나무숲이 이루어져 있고,
숲 안에는 곰사당이 있다.
곰사당 안에는 곰상이 모셔져 있고...
웅진, 곰나루, 곰의 도시, 공주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한성 백제의 몽촌토성은 촌락이 중심이었고,
웅진 백제는 강과 곰을 숭배하는 자연이 중심이었다면,
사비 백제는 그 동안의 문화적 축적으로 인한
문화의 나라가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솔숲 안으로 들어간다.
초희님의 사진으로는 소나무숲이 장관이었는데,
날이 흐려서 그런지 기대와는 별로이다.
숲도 그리 넓지 않고...
또한 소나무숲 안에는 곰조각품들이 놓여있다.
고마 나루숲을 나와 넓다란 도로를 따라 걷는다.
버스정류장은 보이지 않고, 지나가는 택시도 보이지 않는다.
그냥 무작정 공주시 방향으로 걷는다.
사람들이 걸어다니지 않는 도로에서는
차들만이 쌩쌩 달린다.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웬지 내 자신이 처량해 보인다.
공주 상징탑을 지나 한참을 걸으니, 길 옆에 2층으로 이루어진 카페가 나타난다.
반가움
카페 외관을 사진 찍고 2층의 카페 안으로 올라간다.
도로에는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없었는데,
카페에는 손님들이 많다.
요즘은 이렇게 도시 외곽에 세련된 카페들이 많이 생겨나는 것 같다.
사장님의 양해 아래 카페 내부 사진들을 찍는다.
사장님이 무척 친절하신다.
나를 쫓아다니면서 사진을 많이 찍어 홍보 좀 많이 해달라고 부탁을 하신다.
이런 적은 없었는데...
이렇게 손님이 많은데 홍보할 필요가 있으시냐고 물어보니까
주말이라 손님들이 많은 것이고
평일에는 손님들이 적다고 말씀하신다.
또한 봄에 창 밖 풍경이 멋지다고 말씀을 해주신다.
넓은 창을 통해 바라보는 풍경
금강과 그 뒤의 얕으막한 능선들
봄에 꽃피는 계절에는 사장님 말씀처럼 멋질 것 같다.
창가에 앉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비 내리는 강변을 바라보면서 마시는 커피 한잔
여러 안 좋은 상황 속에서도 길을 떠난 이유
그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여행
카페를 나와 도로를 따라 다시 걷는다.
정지산 터널을 지나고 백제 큰 다리를 걷는다.
공주 시내가 내 몸 안으로 들어오는 느낌
백제 큰 다리를 건너 터미널 방향으로 걷는다.
터미널에서 서울로 가는 버스표를 끊고
엄마한테 전화를 드린다.
엄마는 좀전에 아버지께서 응급실에 입원하셨다고 말씀을 하신다.
그러면서 빨리 병원으로 오라고 말씀을 하신다.
나는 공주에 있는데...
막히는 도로 사정에 내 마음은 더더욱 다급해지고...
아직 버스 출발시간은 많이 남았슴에도
버스승차장 앞에 나가 서울로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오전처럼 버스가 막히지 않기를 바라면서...
그럼에도 여행
그것은 생각처럼 마음 편한 여행은 아니었다.
한동안 제쳐두었던 집안일들로 내 마음은 한없이 무거워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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