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화성은 아버지 장헌세자에 대한 효성으로
부친의 원침을 수원 화산으로 옮긴 조선 제22대 정조대왕이
1794년 1월에 착공하여 2년 9개월만인 1796년 9월에 완공한 성곽이다.
둘레가 약5.7Km, 성곽의 높이가 4~6m로,
실학자 유형원의 이론을 바탕으로 정약용이 설계하였고,
석재와 벽돌의 병용, 화살과 창검, 총포를 방어하는
근대적 성곽 구조를 가졌다.
또한 용재를 규격화하고 거중기 등의 신기재를 이용하여
과학적이고 실용적으로 축조해,
'건축상 독보적인 건축물'로 평가받고 있다"
오늘은 수원화성 봄나들이를 가기로 한 날
아침에 신도림역에서 아는 형을 만나고,
신도림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수원역으로 온다.
오래간만에 만난 형
지난 가을 추석 무렵 성북동 탐방 후에 처음 만나는 것이다.
그래서 할 말이 많으셨고...
형은 전철 안에서 그동안 다녔던 산들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무릎팍까지 빠지는 눈길을 헤쳐 다녀왔던
게다가 칼바람에 얼굴이 따가웠던 소백산 종주
기분 좋게 올랐던 가야산
너무 멀었던, 그리고 입구까지 걸어가는데 시간을 많이 소비한 거제 계룡산 등등
형의 산이야기는 끝이 없다.
형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올해부터 산들을 조금씩 다녀야지 맘 먹는다.
한동안 등산을 다니지 않았던 나
그 만큼 게을러진 나.
나를 반성하게 된다.
수원역 도착
수원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수원의 남문, 팔달문으로 간다.
우리가 버스에서 내려 횡단보도를 건널려고 하는데,
경찰의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끝도 없이 자전거들이 밀려온다.
이렇게 자전거 타시는 분들이 많나하는 생각으로
한참을 기다려도 자전거줄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경찰아저씨가 한눈을 파는 사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잽싸게 횡단보도를 건넌다.
매표소에서 입장료 천원을 내고 표를 사고...
긴 오르막 계단을 오른다.
수원 화성 완주시 이 계단길이 제일 힘든다.
계단 주변의 벚꽃
서울 시내에는 이미 벚꽃이 지기 시작하였는데,
이 곳은 벚꽃이 한창이다.
벚꽃구경
오를수록 더 많은 벚꽃들이 보이고...
남포루, 서남암문 주변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성벽을 따라 서장대로 간다.
주변에 나무들이 잘 가꾸어져 있고,
조금 있으면 연산홍이 활짝 피어
또 다른 꽃세상을 이룰 것 같다.
수원 화성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설치한 서장대
서장대 뒤로는 서노대가 있다.
서장대 앞의 멋진 소나무 2그루
아래로는 수원 화성이 잘 보인다.
수원 시내는 미세먼지로 맑게 보이지 않는다.
시내 뒷편으로 보이는 높은 산은 광교산일 것 같다.
광교산을 보면서 형한테 다음달에는 광교산에 가보자고 제안한다.
형은 항상 O.K
서장대에서 계단길을 내려오니,
풀밭에 진달래가 피어있다.
수줍게 피어있는 진달래
숲속 처녀같은 느낌이다.
화서문 도착
화서문 사이로 차가 지나다니고
사람들이 이 문으로 오고가고 있다.
이제부터는 평지같은 성곽길이다.
성곽 주위로 오래된 나무들이 보이고...
좁은 도로 건너로는 집들이 즐비하다.
수원 화성
도심 속의 건축물
도심과 잘 어울리는 성곽이다.
지형에 따라 성곽이 만들어지고...
주변사람들과 함께하는 수원 화성
수원 화성이 아름다운 건축물이지만
수원 화성이 더욱 아름다운 이유는
수원 시민들과 함께해서이다.
김훈님의 표현대로 일상 속에 내려앉은 수원 화성
수원 시민들이 누각 안에 들어가서 앉거나 누워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시는 모습,
평일에는 동네개들이 수시로 화성 주변을 돌아다닌다.
내가 수원 화성을, 수원을 좋아하는 이유
화성 북문인 장안문을 지나고
화홍문에 도착
아직 12시가 못되었지만
근처의 식당, 갈비집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이 식당은 몇년 전에 나 혼자 와서 먹은 적이 있었다.
오늘은 형한테 갈비를 사 줄려고 내가 일부러 모시고 왔다.
그런데 가격에 비해 맛은 그저 그랬다.
형한테 미안한 생각
형은 음식값이 너무 많이 나왔다고 반반씩 내자고 해서
반반씩 갹출한다.
그러면서 형한테 더더욱 미안한 생각이 들고...
형은 10여년 넘게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밥을 사 먹었는데,
오늘이 제일 비싼 식사였다고 말씀을 하신다.
다음에 이 식당은 오지 않을 것이다.
비싼 점심을 먹고 자판기 커피에 담배 두대를 피우고...
다시 성곽길을 걷는다.
하천 위의 수문과 화홍문
야무지게 만들어진 북암문을 지나
그 옆의 방화수류정으로 간다.
방화수류정
'꽃을 찾고 버들을 따라 노닌다"는 뜻
수원 화성에서 동북공심돈과 함께
가장 아름다운 건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화려한 건물
군사적인 목적 뿐만 아니라
정자로서의 여유로운 기능, 풍류까지 함께하는 건축물
그 당시 건축기술의 자부심
그런 바탕 위에서 세워졌다는 생각이 든다.
방하수류정 안으로 들어가
그 아래의 연못을 사진기에 담는데,
정자 안의 어느 선생님이 어린 학생들을 모아놓고
정조와 수원 화성의 축조에 대해 말씀을 해주신다.
효심이 깊으셨던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을 수원 화산으로 옮기시고,
수원 화성을 쌓고, 수원으로 천도할 계획을 세우셨다는 말씀
영의정 체제공의 기획
정약용이 실무를 맡았다는 말씀
원래 10년을 예상했는데,
정약용의 거중기와 실학의 도움으로
3년 안에 만들어졌다고 말씀을 해주신다.
실학의 현실적 적용... 수원 화성
특히 정약용은 서양의 건축기술까지 익혀
수원 화성을 만드는데 이용하셨다고...
나는 나대로
영정조 시대의 조선의 융성이
정조의 죽음으로 너무 허무하게 끝났다는 아쉬움이 또 다시 든다.
정조의 개혁정치
그러나 그의 부재 이후 그의 개쳑정치는 허망하게 끝나버리는데,
왕 개인의 개혁정치라는 것이 얼마나 힘이 약한지...
개혁정치 이전에 신하와 백성들에게 그 필요성을 인식시키는 것이
개혁못지 않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하는 생각이 든다.
항상 수원 화성에 오면 드는 생각
개인에 의한 개혁은 단기적으로 끝날 수 밖에 없고...
모든 사람들의 동의 아래 시스템적으로 움직여야
진정한 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생각
개혁의 어려움
그 어려움을 기존의 기득권층에게 돌리는 것은
개혁을 더 힘들게 할 뿐이다.
기득권층에게도 동의를 얻어 시작해야
제대로 된 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정조, 개혁정치, 개혁의 어려움...
방화수류정을 지나 언덕길을 오른다.
동북포루 위로 열기구가 보인다.
이국적인 풍경 하나
함께했던 형은 열기구 타는 비용이 비싸지 않으면 타지 않겠냐고
은근 슬쩍 제안을 하시는데,
난 싫다고 단번에 거절을 한다.
비용도 그렇고
무서움 그런 것도 이유겠지만,
세월호 휴유증
제주도에 갈려고 비행기를 타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그 외에 일부러 열기구나 배를 타고 싶지는 않다.
아직 우리나라가 그렇게 안전하다는 믿음도 없고...
그러고 보니, 내일이 세월호 3주기이다.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이 있고...
세월호의 진실도 밝혀지지 않았는데...
3주기라니...
우리나라나 동양보다는 서양 건축물에 가까워 보이는 동북공심돈
창룡문을 지나고 동일포루와 동포루를 지난다.
갑자기 화장실이 급해 아래의 화장실로 들어간다.
깨끗한 화장실
내가 수원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 화장실
수원의 공용화장실에는 화장실 이름이 있고,
화장실도 깨끗하다.
봉화대 화장실
광교산 입구의 반딧불이 화장실도 유명하다.
잘 만들어진 화장실, 깨끗한 화장실
또한 광교산을 가기 위한 만남의 장소
봉화대를 지나고 동이포루와 동남각루를 지난다.
수원 화성... 일주를 마친다.
계단을 내려오고
수원천을 건넌다.
지동시장 2층에 예쁜 카페가 보여
2층으로 올라간다.
앞의 지동시장이 보이는 카페
벽에 팔달문 그림이
주위 벽에는 고양이 그림이 그려진 고양이 카페
생각과 달리 고양이는 없다.
카페를 돌아다니면서 카페 사진을 찍고
커피를 마시면서 형과 이야기를 나눈다.
형의 관심사... 산
아침 전철에서의 산 이야기에 이어 또 다시 시작된 산 이야기
너무 고독해서 지방 멀리 높은 산들을 오르신다는 말씀
나는 형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형이 고독이 깊어질수록 멀리, 높은 산을 가신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면서
나도 쓸쓸해서 평일 저녁에는 술을 마시고,
토, 일요일에는 쓸데없이 돌아다닌다는 말은
차마 형한테 못한다.
"수원 화성의 아름다움은 돌과 벽돌의 조화에 있다.
돌은 희고 벽돌은 회색인데 돌의 흰색은 거무스름하고
벽돌의 회색은 희끄무레해서 돌빛과 벽돌빛은 서로 튕겨내지 않는다.
대체로 돌은 구조물 전체의 기초를 버티고,
벽돌은 그 기초 위에서 장식적인 부분을 이룬다.
벽돌의 장식성은 군사적 실용성에 엄격히 복종하지만,
그 복종의 흔적을 성벽 위에 드러내지 않는다.
팔달문이나 장안문은 그 복종의 흔적을 성벽 위에 드러내지 않는다.
팔달문이나 장안문은 그 문 앞을 에워싼 반원형의 옹성과 적대,
그리고 홍예 부분까지를 모두 벽돌로 쌓았다.
이 웅장한 벽돌담의 질감이 수원 화성이 방문객에게 주는 첫번째 인상이다.
벽돌은 돌에 비해 훨씬 더 단정하게 규격화되어 있고,
설계자의 의도에 따라 조형물을 만들기에 편하다.
이 벽돌의 옹성은 군사적 실용성을 생활 속의 친근함으로 바꾸어 놓는다.
대체로 말해서 성벽의 기초 부분은 돌이고
그 벽 위나 벽 주변에 설치하는 치성, 옹성, 망루, 여장, 봉수대는 벽돌이다.
그래서 수원 화성은 공격하는 자의 사나움이나 방어하는 자의 움추림을 드러내지 않고,
마을의 일상생활과 자연지형을 따라서 조화롭게 뻗어나가는 평화로운 구조물의 흐름을 보여준다."
김훈님의 "자전거 여행2 - 마음 속의 왕도가 땅 위의 성곽으로, 수원 화성" 중에서 p.250~ 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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