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늦게 자고, 중간에 잠을 설쳤는데도,
새벽 다섯시 반에 정확히 일어난다.
더 누워 있어도 잠이 올 것 같지 않아 씻고, 호텔방을 내려온다.
아무도 없는 2층 로비에서 냉커피를 제조해 마시고,
호텔을 나와 호텔 뒷편 주택가를 돌아다닌다.
새벽시간이라 조용한 거리
밤새도록 술을 마셨는지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길을 걷고 있다.
텅빈 거리에는 까마귀들이 지나다니고,
여기저기서 까마귀들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골목 한쪽에 오래된 집들이 보여 가보니까 대부분 절이었고,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골목 주변으로 절들이 열개나 넘게 보였다.
절과 신사의 도시, 교토
다시 호텔로 돌아와 2층 로비에서 두번째 모닝커피를 타 마시고,
큰 책상에서 어제의 여행기를 열심히 적어 나간다.
어제의 여행기를 다 쓰고, 오늘 아침의 일들을 공책에 적은 후에,
방에 올라가 "게이샤의 추억" 소설책을 가지고 내려와 소설을 읽는다.
그 사이 준비를 마친 내 동생이 내려와
호텔 옆의 코에 도넛츠를 사와 호텔 로비에서
아이스 커피와 함께 먹는다.
KOE DONNUTS
이 빵집도 유명 빵집인지 낮에는 항상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고,
안에 천장에 대나무 장식을 둥그렇게 걸어놓아 무척 멋지고, 근사해 보인다.
고급 빵집 이미지
그런데 도너츠 맛은 그저 그랬다.
던킨 도너츠처럼 달지는 않았지만, 맛이 밋밋했다.
제일 잘 팔리는 빵이라는데, 맛이 좀 싱거웠다.
도너츠로 아침을 먹고, 호텔을 나와 가모강을 건너
기온 시조역에서 내일 오사카로 가는 케이한 전철표를 수령하고,
전철역 위, 기온 시조역 버스정류장에서 86번 시내버스를 타고 청수사로 간다.
청수사는 작년 5월에 한번 다녀온 곳이다.
청수사에서 교토 전망이 좋아 다시 한번 더 찾아가는 것이다.
유홍준 교수님의 글처럼 위치설정이 뛰어난 절
나에게는 교토의 첫번째 절이기도 한다.
청수고조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긴 언덕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내 동생은 이 절은 언덕 위의 절이라 오전에 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한참을 언덕을 오르니, 일체사라는 조그만 절이 보여 안에 들어간다.
대웅전과 조그만 정원
작은 정원에 나무들이 많아 꽉찬 느낌이다.
절 밖은 많은 여행객들로 시끄러운데, 절 안은 고요하다.
세와 속이 담장 하나로 나누어진다.
절을 나와 또 다시 언덕길을 오른다.
커다란 주차장 입구의 흡연장소
작년에도 관광버스를 타고 와 이 주차장에 내려 이곳에서 담배를 피웠다.
그래서 낯익은 흡연장소
이곳에서 담배를 피운다.
교토는 도시 전체가 금연도시이다.
그래서 아무 곳에서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
벌금 천엔, 우리돈으로 만원
우리나라에서는 벌금이 오만원, 십만원인데, 벌금은 우리나라보다 싸다.
또 그 만큼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낯익은 흡연장소를 나와 계속 언덕길을 오른다.
양편의 상가지역
아이스크림 가게와 전통과자 가게들이 자주 보인다.
어제 기온처럼 기모노를 입은 사람들도 자주 보이고...
청수사 입구
주황색의 삼문과 삼층탑
일년만에 이 문과 탑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웬지 뿌듯한 느낌, 기분
문과 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언덕길을 오른다.
중간의 매표소에서 매표를 하고, 본당으로 올라간다.
작년처럼 지붕공사 중인 본당
어두운 실내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부처님께 절을 올리고,
난간 앞에서는 사진 찍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이곳에서 교토 전경이 좋다.
도시를 감싼 산의 연릉들
교토 타워가 이 도시의 상징처럼 우뚝 솟아있다.
교토라는 도시가 내 마음으로 들어오는 느낌
참 좋다.
복잡한 본당을 나와 그 위의 지주신사로 올라간다.
인연의 신사
그래서 그런지 이곳에도 사람들이 많다.
작은 터에 여러 신사들이 있다.
신불습합
이런 모습에 현세적인 일본인들이 그려진다.
절에도 가고, 신사에도 가고...
신사를 내려와 왼쪽 길로 들어선다.
내 동생은 산 밑이라 공기가 좋다고 말하고...
나는 드문드문 내다보이는 교토 시내를 바라보면서 길을 걷는다.
자안탑 아래 철문이 있고, 서양인들이 그 안으로 들어가 산길을 걷고 있다.
신기하게도 그 안에는 동양인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 신기함에 쏠려 우리도 그 안으로 들어간다.
산 비탈면에 키 큰 나무들
상해처럼 나무들이 잘 자라고 있는 교토
한참을 걸으니, 이번에는 대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대나무숲
평지길은 좁은 오름길로 바뀌고...
청한사라는 이정표가 씌여있다.
조그만 산사이겠거니 생각하면서 산길을 오른다.
꾸준한 오름길
그 길 끝에는 조그만 절이 나타난다.
산 아래 조용한 절
그런데 관리가 허술하여 산사로서의 이미지는 약하다.
몇개의 건물과 그 앞의 정원
서양인들이 왜 여기까지 오는지 통 이유를 모르겠다.
산길 트레킹
절을 내려와 철문을 지나 오르막길을 올라 자안탑에 이른다.
탑은 오래되었다고 하는데, 탑은 그저 그랬다.
탑을 내려와 오토와 폭포 옆의 줄 맨 끝에 선다.
내 동생이 여기에서 폭폿물은 꼭 먹고가야 한다면서 차례를 기다린다.
애정과 지혜와 장수를 기리는 폭포
작년에는 긴 기다림이 싫어 그냥 지나쳤다.
폭포에서 물을 마시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 폭포 때문에
여기에 절이 생기고, 청수사라는 이름을 얻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긴 장대 끝에 달린 컵에 떨어지는 물을 받아
처음에는 손을 씻고, 두번째는 손에 물을 받아 마신다.
위생에 철두철미한 일본인들
우리도 그들처럼 손에 물을 부어 마신다.
청수사를 내려오고 전통과자, 화과자를 파는 가게에 들어가
차 얻어마시고, 과자 앞에 놓인 과자들을 집어 먹으면서
가게를 한바퀴 돈다.
언덕길 아래 과자가게가 보이면, 안에 들어가 순례처럼 한바퀴 돈다.
또 어느 가게 안에서는 마차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다.
좁은 골목길, 양편으로 전통가옥들이 있고,
언덕길에서 오른쪽으로 삼년고개로 들어선다.
에도시대로 떠나는 시간여행
신넨자카 & 니넨자카
"에도시대 말기부터 다이쇼시대까지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상점가로, 청수사를 둘러본 후, 기온 방
면으로 내려가는 길에 나란히 자리한다. 중요 전통 건물
보존기구로 지정되어 있으며, 공예품점, 기념품점, 전통 찻
집, 음식점 등이 모여있다. 완만한 언덕과 넓적한 돌로 깔
끔하게 포장된 거리를 걷다보면 에도시대로 시간여행을
떠나온 듯한 기분이 든다."
황성민님, 정현미님의 "리얼 오사카 교토 PLUS 고베 나라" 중에서 p.384
가게 안에서 음식과 상품을 파는 곳
작년에 청수사에서 삼년고개와 이년고개를 제대로 보지 못해서 또 찾아왔다.
내 동생은 어제 다녀왔던 기온과 비슷하다고 이야기 한다.
좁은 골목길에 많은 사람들
기모노를 입은 여자분들
어제처럼 기모노를 입은 사람들의 뒷모습을 내 사진기에 담는다.
이번 여행의 사진주제
골목 안쪽의 교토안도에서 참치런치세트를 먹는다.
참치를 주재료로 한 가정식 식단
참치회, 구이
안에서는 스탄 게츠, 질베르토의 재즈가 흘려나오는 집
가게 안이 가정집 분위기라 더 좋다,
아저씨, 아주머니가 친절하셔서 더욱 가정적으로 느껴진다.
일본 가정집에서 먹는 집밥
식당을 나와 골목길 2층 STARBUCKS COFFEE에서 아이스 커피를 마신다.
이 카페에도 손님들이 많아 내 동생이 1층에서 주문하는 사이,
난 2층으로 올라가 빈자리를 기다린다.
한참을 기다려 빈 좌석을 차지하고,
또 한참을 기다려 내 동생이 커피를 들고 2층으로 온다,
커피를 마시고, 화장실에 갔는데, 화장실이 남녀공용에 한칸이라
한참을 줄 서서 기다린 끝에 들어갔다 나온다.
중국도 아니면서...
하긴 상해 남경동로의 STARBUCKS에서는 화장실이 아예 없었다.
동생에게 화장실이 한칸이라고 투덜거리니까,
요즘은 남녀차별이라고 해서 화장실도 남녀공용인 경우가 많다고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 한다.
내 동생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세상은 빠르게 변해가는데,
술만 마시는 내가 떠올랐다.
STARBUCKS를 나와 청수사 버스정류장에서 100번 교토역행 시내버스를 타고 교토역으로 간다.
교토역 앞 무대에서 누군가가 노래를 부르는데,
무대 앞의 관객들과 지나가는 사람들이 노래에 맞춰 박수를 치는데,
그 박수소리가 딱딱 맞는다.
질서정연한, 일사불란한 박수소리
일본에게 피해의식이 많은 한국인으로서,
많은 사람들의 박수소리가 한사람이 치는 박수소리처럼 들려서 좀 섬뜩했다.
자유로운 공연장에서조차 군국적인 획일주의가 보여서...
어쩌면 그런 것들이 일본의 무서운 힘인지도 모르겠다.
교토의 에펠탑
교토 타워
"교토 역 앞, 131m 높이로 세워진 교토의 상징으로 1964년
완공되었다. 초기에는 교토의 분위기와도 어울리지 않
는데다 경관마저 헤친다는 이유로 교토 사람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교토에서 유일하게 360도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으며, 맑은 날에는 멀리 오사카와 나라
까지 볼 수 있다. 철골 기둥 없이 특수 강판을 사용해
원통탑체가 전체 강도를 지탱하도록 만들어져 태풍과 지진
에도 안전하다고 한다. 지하3층에는 대욕장이 있어 여행
피로를 풀기에도 좋다."
황성민님, 정현미님의 "리얼 오사카 교토 PLUS 고베 나라" 중에서 P.362
교토타워를 찾아간다.
지난번에 교토에 왔을 때 삐죽 솟은 교토타워를 보았었다.
저기에 올라가면 교토가 전체적으로 잘 보일 것 같아
다음에 교토에 오면 교토타워에 올라가야지 맘을 먹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교토타워에 올라간다. 131m
전망대답게 교토 시내가 잘 보인다.
높은 산으로 둘러쌓인 분지형태의 교토 시내
좀전에 다녀온 산 아래 청수사도 잘 보인다.
타워 아래 동서 혼간지
넓은 터에 큰 건물이 무척이나 기품있게 보인다.
옛스럽고 고아한 정취가 느껴지는, 나름 기품을 가진 혼간지
웬지 범접하지 못할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다음에 교토에 가면 제일 먼저 찾아가고 싶다.
교토타워를 내려와 교토역 공중정원으로 간다.
철을 엮어 부드러운 돔형태의 교토역
역이 크고 웅장하다.
중국의 상해역처럼...
내가 외국에 돌아다닌 곳이 상해 뿐이어서
교토를 돌아다니면서 상해와 서울을 많이 비교하게 된다.
교토와 도쿄를 두번씩 다녀온 내 동생은
교토 여성들은 순진하고 착해 보이고,
도쿄 여성들은 세련돼 보인다고 이야기 한다.
내 동생은 중국, 일본, 미국, 유럽 등등 세계 여러 곳들을 돌아다녀서
나보다는 비교대상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외 여러나라들을 여행할 마음은 아직까지는 없다.
세상이 넓다는 것을 깨닫기 위해 집을 나서는 사람은 어리석어 보인다.
교토역에서 가까운 곳에 포장마차촌이 있다고 해서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포장마차촌
네오 수진 포장마차촌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포장마차촌이라서 그런지 컨테이너로 이루어진 포장마차촌은
일본답지 않게 엉성하다.
어수선한 분위기
하긴 포장마차촌은 좀 엉성해야 술맛이 날 것이다.
한쪽의 모닥불 앞에서 안주없이 생맥주를 마신다.
내 동생은 꼬치를 먹고싶어 했는데, 꼬치가 없어 그냥 안주 없이 마신다.
생맥주를 마시고, 근처의 버스정류장에서 205번 버스를 타고 가모강 근처로 간다.
폰토초
기모강 근처의 비좁은 골목길을 지나 야끼집을 찾아간다.
좁은 골목길 앞에 사람이 오면 어깨를 부딪치며 지나가야 하는 골목길
그 골목길 양편으로 불을 밝힌 술집들이 뻬곡하다.
술집거리
야수베라는 술집에서 야수베 야끼를 먹는다.
동래파전 형태의 오코노미야끼, 야수베 야끼
앞의 철판 위에 빈대떡을 올리고, 그 위에 갖가지 양념을 올려 먹는다.
야수베 야끼에 아사히 맥주를 먹는다.
3박4일 일본 교토, 오사카 여행 둘쨋날 밤
술과 함께 밤이 깊어만 간다.
술집을 나와 사람들로 복잡한 거리를 지나
TOKYU STAY KYOTO로 간다.
방에 올라와 목욕을 하고 잠자리에 든다.
'여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3박4일 일본 교토, 오사카 여행... 넷쨋날(5.7) (0) | 2019.06.01 |
---|---|
3박4일 일본 교토, 오사카 여행... 셋쨋날(5.6) (0) | 2019.05.25 |
3박4일 일본 교토, 오사카 여행기... 첫쨋날(5.4) (0) | 2019.05.11 |
2박3일 경주 벚꽃 여행기... 둘쨋날(4.6) (0) | 2019.04.13 |
2박3일 경주 벚꽃 여행기... 첫쨋날(4.5) (0) | 2019.04.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