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당일치기 전주여행기... 맛과 멋의 도시 전주

자작나무1 2012. 7. 30. 10:17

 오늘은 아는 형이랑 예전부터 가보고 싶어했던 맛과 멋의 도시, 전주에 가는 날이다.

신도림역에서 만나 전철로 영등포역에 내리고 영등포역에서 여수EXPO로 가는 임시열차를 타고 전주로 내려간다(07:32)

우리를 태운 기차는 서대전역을 통과하고 익산을 거쳐 전주로 달리고...

시원한 기차 안에서 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익산을 지나자 넓게 펼쳐진 호남평야가 나타나고...

끝없이 펼쳐진 논과 그 위로 뭉게뭉게 떠 있는 구름들이 한폭의 여름풍경을 이룬다.

기차는 세시간 넘게 달려 전주역에 도착하고...

전주역에 내린다.

한옥으로 지어진 전주역이 멋지다.

아, 이곳이 맛과 멋이 살아있는, 전통이 살아 숨쉬는 전주이구나 도착하자마자 느끼게 된다.

역 안의 여행안내소에서 전주관광지도를 얻고 안내소에서 근무하고 계시는 직원에게 덕진공원으로 가는 버스편을 알아본다.

역 앞의 버스정류장에서 덕진공원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무더위에 고생할까봐 그런지 덕진공원으로 가는 버스는 금방 다가온다.

버스 안은 시원한데 안내방송이 없다.

옆의 아주머니에게 덕진공원에 닿으면 알려달라고 부탁을 한다.

10년전만 해도 전주에 자주 내려왔다.

전주의 덕진공원에서 연꽃을 보기 위해서...

그래서 나름 전주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10년 정도 안 다녀서 그런 것인지, 기억이 희미해져서 그런 것인지 통 방향감각을 모르겠다.

덕진공원 입구의 버스정류장에 내리고...

이제부터는 어느 정도 길을 알 것 같다.

골목을 통해 전주 덕진공원 입구에 도착한다.

공원 입구부터가 전통양식의 문이다.

입구 안으로 들어가고...

화단의 배롱나무꽃이 두서없이 붉게 피어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이번 여행에서 제일 주안점을 두고 사진에 담고 싶은 것이 연꽃이 아니라 배롱나무꽃이다.

껍질이 없어 매끈매끈한 줄기에 붉은색 꽃을 피우는 배롱나무는 좀 특이해 보이면서도 아름답다.

여름을 대표하는 꽃 중의 하나이고,

특히 배롱나무의 붉은 꽃들은 남도의 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남도의 여름날들을 화려하게 채색해 주는 것 같다.

조금 더 들어가자 덕진공원의 연못과 넓게 펼쳐진 연꽃밭, 거기에 호수 중앙의 팔각정과 팔각정을 이어주는 긴다리가 나타난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만나는 풍경이라 남다른 감회에 젖어 들게 된다.

 

 

 푸른 연잎 사이로 길게 이어진 다리를 따라 걷는다.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즐거워지는 길이 아닐 수 없다.

팔각정에 도착하고...

매점에서 냉커피를 사고, 3층 전망대로 올라간다.

3층 전망대에서는 시원한 전망이, 녹색의 커다란 잎들이 펼쳐주는 시원함이 마음마저 탁 트인게 해준다.

연꽃이 활짝 필 때 이곳에 왔다면 더 없이 좋았을텐데...

입구의 매점 아저씨의 말씀에 의하면 이번 연꽃은 7월 첫주가 절정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미 여기 오기 전에 연꽃이 이미 져서 없다는 것을 알고 왔기에 그리 서운하지는 않는다.

다만, 내가, 우리가 이곳에 와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감사할 뿐이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전망대를 내려와 다시 다리를 건너고, 조금 걷다보니 연지정으로 가는 목재 다리가 나타난다.

이 곳은 좀 전보다 아직도 연꽃이 많이 남아있다.

연지정 안에는 몇몇 젊은 사람들이 앉아서 커다란 사진기를 매만지고 있다.

연지정을 지나쳐 다리를 건너고, 등나무 벤치가 나타난다.

벤치 옆에는 오죽이 있고, 그 옆에는 예의 배롱나무가 붉은 꽃을 토해내고 있다.

공원을 나와 가까운 식당에서 백반을 시킨다.

밑반찬이 나오는데 반찬수가 장난이 아니다.

김치찌개, 고등어조림, 홍어무침을 비롯해서 가짓수가 무려 16개나 된다.

형과 나는 그런 반찬들에 입이 쩍 벌어진다.

아무리 맛의 고장 전주라지만, 이렇게 잘 나올 줄은 미처 몰랐다.

우리형이랑 10년 가까이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많은 곳에서 밥을 먹었는데, 이런 곳은 처음이다.

맛도 고등어조림의 고등어가 생고등어가 아니라서 맛이 조금 별로였고, 다른 반찬들은 다 맛있었다.

김치찌개 하나만으로도 밥 두그릇은 뚝딱 해치울 수 있을 정도다.

추가로 공기밥 하나를 더 추가했는데, 공기밥은 값을 받지 않았다.

생각지도 않은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에 넉넉한 인심까지 함께 맛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형하고 이 식당에 대해 두고두고 이야기 할 것 같다.

무엇보다도 호남에 와서도 제대로 된 백반을 접해 보기가 참 힘들었는데, 이곳에서 제대로 된 전라도 백반을 만날 수 있어서 너무너무 좋았다.

점심을 거하게 먹고나서 길 건너 버스정류장에서 한옥마을로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버스는 금방 도착하고... 오늘은 나름 운도 따라주는 하루인 것 같다.

버스를 타고 한옥마을 입구에서 내린다.

한옥마을의 인기를 보여주듯이 많은 사람들이 우리와 함께 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길 건너 한옥마을 입구에 있는 전동성당으로 들어간다.

서양 건축양식의 오래된 성당... 게다가 종교적인 색채까지 더해져서 뭔가 엄숙한 분위기를 나타낸다.

안내문에 의하면 이곳은 순교자들이 순교한 곳에 이런 성당을 만들었다고 씌여있다.

순교의 자리가 예배 공간으로 거듭난 성스러운 공간...

그런 곳에서 사진을 찍는 나도 조금은 엄숙하고 성스러운 분위기에 휩쌓인다.

성당을 나와 건너편의 경기전으로 들어간다.

 

 

 경기전은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의 어진이 모셔진 곳이다.

예전에 이곳 경기전에 왔을 때에는 이렇게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서울의 탑골공원이라고 할 정도로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쉬고 계셨는데,

점점 떠오르는 전주 한옥마을의 인기 탓인지 이곳에도 젊은 사람들이 가득차 조금은 시끄러울 정도이다.

전에 이곳에 왔을 때에는 많은 나무들과 시원해 보이는 나무 그늘... 무엇보다도 조용한 분위기가 좋아서 자주 찾았던 곳이었는데...

문득 유홍준 교수님의 지적대로 우리의 문화유산들도 나름대로의 사주팔자가 있다는 글이 떠올랐다.

 

 

 이제는 본격적인 한옥마을 탐방이다.

그런데 한옥마을은 사람들이 넘쳐나 복잡하고 제대로 구경할 만한 곳도 사진 찍을 곳도 나타나지 않는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한옥마을에 대해 공부를 하고 올 걸...

그냥 정신 산만하고 복잡하여서 형과 나는 한옥마을은 그냥 지나친다.

원래 이곳에 올 때는 나름대로 기대가 많았는데, 아쉬울 뿐이다.

한옥마을을 지나치고, 오목대를 가기 위해 계단을 오른다.

계단 중간에서 뒤로 보이는 한옥마을의 전경들이 참 보기 좋다.

기와 지붕들이 연이어 이어져 있고, 그 끝에 전동 성당의 첨탑이 우뚝 솟아있다.

오목대에 도착.

이곳도 태조 이성계의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 곳이다.

태조 이성계가 왜구를 토벌하고 한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곳에 들러 연회를 베풀었다고 한다.

그것을 기념하기 위하여 훗날 비석이 세워지고...

비석 옆으로는 오목대라는 커다란 누각이 세워져 있다.

그 누각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창을 연습하고 계신다.

정말 오래간만에 여러사람들이 함께 부르는 창을 듣는 것 같다.

마치 횡재한 기분이 들 정도이다.

앞의 선생님의 지도 아래 여러 사람들이 흥부가의 한대목을 부르고 있다.

내가 처음 전주에 왔을 때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면,

이런 조그만 정자 안에서, 또는 나무 그늘 아래에서 몇몇의 사람들이 창을 부르는 모습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전주가 맛과 멋의 도시이자, 소리의 도시이므로 이런 모습들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어느 순간 그런 모습들을 볼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웠었다.

아마 내가 10년 동안 전주를 멀리했던 이유 중의 하나가 이런 모습들을 볼 수 없다는 서운함에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오늘 이곳에서 이런 소리들을 귀동냥할 수 있어서 너무너무 기분 좋았다.

한여름 무더위에 땀을 삐질삐질 흘려가면서 전주를 돌아다닌 보람을 여기서 한꺼번에 얻는 기분이다.

 

 

 행복했던 귀동냥을 마치고 오목대에서 향교 방향으로 계단을 따라 내려온다.

행복했던 귀동냥은 귀동냥이고, 더위는 더위이다.

오늘 전주 기온이 아마 33도는 넘는 것 같다.

그늘 안에 앉아 있으면 그런대로 있을만 하지만, 양지쪽을 걸어다니면 완전 죽을 맛이다.

앞에 예다원이라는 전통 찻집이 보여 무작정 들어간다.

의자에 앉아서 오늘 찍은 사진들도 살펴보고, 무엇보다도 더위에 익은 몸들을 식힌다.

시원한 냉커피를 마시고, 찻집 내부를 사진 찍는다.

찻집 안에 이것저것 소품들을 많이 갖다놓아 좀 어수선한 분위기이지만,

천장의 서까래가 드러난 모습과 둥근 등만은 괜찮았다.

찻집을 나와 향교를 가기 위해 길을 나선다.

그런데 전주향교는 공사 중이어서 들어가지 못했다.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든다.

전에 다른님들의 블로그를 통해 보았던 전주향교는 참 예쁘게 기억에 남아 있는데...

향교를 지나쳐 한벽당을 보기 위해 길을 계속 걷는다.

전주천을 따라 길이 이어지고...

한벽당에 도착한다.

그런데 한벽당은 별 볼일 없다.

비좁은 터에 옹색하게 세워진 정자...

정자 앞의 전경도 그리 시원하지 않다.

다시 정자를 되돌아 나와 하천을 따라 걷는다.

얼마쯤 걷자 새로 만든 듯한 다리 위에 커다란 누각이 나타난다.

 

 

 청연정

나도 이런 모습은 처음이다.

TV나 인터넷을 통해서도 이런 것은 처음 본다.

다리 중간에 커다란 누각을 만들어 놓고...

많은 사람들이 누각 안에서 더위를 피하고 계셨다.

다른 도시의 사람들이 다리 밑에서 더위를 피하는데, 이 곳 사람들은 다리 위 넓은 누각 안에서 여유롭게 더위를 피하시는 모습들...

멋의 도시 전주의 색다름이 아닐 수 없다.

우리도 그런 사람들에 끼여서 한숨 자고 싶었지만, 그냥 지나친다.

이런 누각 안에서 한 숨 자는 것이 멋의 도시 전주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 중 한가지일텐데...

참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누각 안에서 자고 싶다는 생각을 뒤로한 채 또 다시 길을 걷는다.

얼마 걷자 처음 한옥마을로 들어서는 입구에 선다.

뒤로는 전동성당이, 길 건너편으로는 전주의 한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풍남문이 위엄있게 서 있다.

풍남문 앞 에서 사진을 찍고...

골목길을 따라 객사를 찾아 나선다.

내가 예전에 전주에 오면 덕진공원의 연꽃과 객사는 반드시 들렸다.

전주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지칠 때쯤 만나게 되는 전주객사...

그런 의미에서 객사는 나에게 객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 옛날 관원들이 머물던 공간이었다는 의미 이상으로 나에게는 지친 몸을 쉴 수 있는 휴게공간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객사 내의 그늘진 툇마루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쉬는 공간.

오늘도 형과 툇마루에 앉아 오래간만에 망중한을 즐긴다.

시간은 어느덧 4시 가까이 되어가고...

시내로 나와 시원한 냉면을 먹는다.

원래는 시내 안쪽의 고궁이나 한국관 그런데 가서 전주 비빔밥을 먹을 계획이었는데,

너무 더운 날씨에 몸도 지치고 그래서 시원한 냉면 한그릇을 먹는다.

에어컨 시설이 잘 되어있는 식당 안에서 먹는 시원한 냉면...

오늘 하루 더워서 고생 많았던 몸과 마음도 더불어 시원해진다.

먹고나서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전주역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이번에는 한참을 기다려서야 버스가 들어온다.

버스는 여기저기 들러 한옥으로 지어진 전주역에 도착하고,

전주역 한가운데 얼음이 놓여있다.

요즘 일기예보를 보면 가장 더운 지역이 대구에서 밀양이나 전주로 옮겨갔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런 전주 시민들의 더위 고생을 조금이나마 줄여주기 위한 시청이나 구청의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나 같은 외지인에게도 참으로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고...

정말 더위와 싸워가며 돌아다닌 하루였고, 그런 무더위 속에서 맛과 멋의 도시 전주의 여러 모습들을 많이도 볼 수 있었던 여행이었다.

더웠기 때문에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