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는 대하와 삼겹살을 숯불에 구워 배불리 저녁을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한 12시가 넘었을까 한무리의 젊은이들이 야외 바베큐장에서 고기를 구워 술을 마셨다.
이야기를 나누고, 웃고, 떠들고...
그런 이야기 소리가 내가 자고 있는 방에까지 고스란히 들려왔다.
그들의 이야기 소리는 새벽 4시가 넘어서까지 이어졌고...
그 소리 때문에 제대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안면도에서 편안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밤새 이야기를 나누면서 술을 마시는 한무리의 젊은이들을 부러워해야하는지,
주변 사람들의 숙면을 방해하는 그들을 욕해야하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비몽사몽간에 새벽 5시가 넘어가고...
더 이상 누워 있기도 힘들어 담배를 필려고 밖으로 나온다.
담배를 피우기 전에 밤하늘을 쳐다보니,
세상에나...
깜깜한 밤하늘에는 수없이 많은 별들로 가득차 있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도 세상은 순리대로 돌아가
밤하늘에는 별이 뜨고 지고 그랬구나 하는 생각.
그러면서 웬지 모를 벅찬 감정을 느낀다.
뛰는 가슴을 진정하고 찬찬히 밤하늘을 살핀다.
머리 위로 북두칠성이 보이고, 그 옆에 북극성이 그 옆으로 카시오페아 성좌가 보인다.
그런데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아의 거리가 생각보다 짧다.
가을이어서 그런가...
머리 위에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오리온좌도 보인다.
짧은 시간 동안 별을 쳐다보면서 아득한 감상에 빠진다.
이른 아침을 먹고 우리 가족들은 떠날 준비를 한다.
짐을 챙겨 주차장으로 가지고 내려오고...
펜션을 관리하시는 젊은 분 두 분이 나오셔서
짐을 내리는 일을 도와 주신다.
나의 입장에서는 1박2일이지만,
우리 가족 입장에서는 하루 먼저 내려와서 2박3일이다.
2박3일 여행치고는 짐이 많다.
우리 어머니, 아버지께서는 여러 펜션을 돌아다니셨는데,
이 곳 펜션의 관리인들이 제일 친절하고 좋으셨다고 말씀을 하신다.
짐을 트렁크에 다 싣고,
관리하시는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펜션을 빠져나온다.
이 펜션은 승마펜션이다.
펜션 뒤에 말 농장이 있고, 손님들이 승마체험을 할 수 있는 펜션.
그래서 그런지 차 안에서 우리 아버지는 말이야기를 서두로 꺼내신다.
말똥을 양파 담는 자루에 담아 바닷가에 놓으면,
말똥을 좋아하는 뱀장어들이 그 안으로 파고 들어온다고...
바닷가에서는 그렇게 뱀장어를 잡는다고...
우리 어머니와 내 동생은 그런 더러운 뱀장어를 어떻게 먹느냐고 혀를 차시고...
우리 아버지는 그래서 말똥도 비싼 값에 매매가 이루어진다고 말씀을 하신다.
우리 아버지의 말이야기는 계속 이어지신다.
말이 얼마나 영리한지, 일을 나갈 때는 아무리 채찍을 하여도 천천히 나가는데,
집에 돌아갈 때는 귀신같이 집에 돌아가는 것을 알아서 채찍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빨리 집에 들어간다고... 말씀을 하신다.
영리한 말.
우리 어머니도 지지 않고 말 이야기를 꺼내신다.
예전에 어머니, 나, 작은엄마, 사촌동생 이렇게 제주도로 여행을 갔을 때,
나와 사촌동생이 승마장에서 말을 탔는데,
내 사촌동생이 덩치가 좋아 남들보다 몸무게가 더 나갔다.
내 사촌동생을 태운 말은 무거워서 그랬는지,
다른 손님들을 태운 말보다 반 밖에 승마장을 돌지 않았다고...
우리 엄마와 작은 엄마는 말의 속사정을 알아서 뭐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고...
말씀을 하신다.
차 안에서 말이야기를 들으면서
말은 보통 일어서서 잠을 자는데,
모든 법칙에는 예외가 있다고
말이 많이 아프거나 죽음이 가까이 다가왔을 때에는 앉거나 누워서 잔다는 이야기가 떠올라졌다.
미리 죽음이 가까이 왔슴을 깨달은 말,
누워서 죽음을 기다리는 말의 슬픈 눈이 떠올라졌다.
우리는 안면도를 지나서 홍성I.C를 가기 위하여
서산B지구 방조제를 지난다.
방조제 앞에는 바다 낚시를 즐기려는 사람들의 차로 이미 만원이다.
우리도 달리는 차를 세우고 방파제 위로 올라간다.
아침 햇살 아래 아침 바다 풍경이 펼쳐지고...
그 풍경에 마음이 시려올 정도로 맑아진다.
반짝반짝 빛나는 바다
둥둥 떠다닐 것 같은 조그만 섬
어선 몇척
그런 풍경이 시리도록 아름답게 보인다.
아름다운 아침 바다 풍경
아름다운 우리나라
우리 가족들은 그런 눈부신 아침 바다 풍경에 한동안 할 말을 잃는다.
그 사이를 틈타 담배 한대 피우고 차에 올라탄다.
서산지구B지구 방조제는 생각보다 길게 뻗어있다.
그 방조제 도로를 달리면서 바다 반대편의 논들을 바라본다.
바닷물을 막고 생긴 서산 간척지
도로 위에서 간척지로 생긴 가을날의 황금빛 벼들을 바라보면서,
방조제 공사 막바지에 조류를 막기가 힘들어 난관에 봉착했을 때
유럽에서 낡은 선박을 사와
그 선박으로 바닷물을 막고 공사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는 전설적인 이야기와
천한마리의 소를 이끌고 판문점을 통해 북으로 올라가시던
고 정주영 명예회장님의 뒷모습이 머리 속에 그려진다.
홍성I,C를 통해 서해안 고속도로에 들어서고...
홍성, 서산, 당진을 지나 서해대교를 건넌다.
서해대교를 건너는 중 휴게소에 들르기 위해
(구)행담도휴게소, 오션파크리조트에 들어선다.
언제 보아도 예쁜 건물이 보이고...
휴게소 안은 많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화장실에도 가고, 매점에서 감자튀김과 호두과자, 떡볶이를 사가지고
휴게소 앞 탁자에 앉아 커피와 함께 먹는다.
음식들이 많아 한동안 앉아 먹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먹고나서 휴게소를 돌면서 사진을 찍는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제대로 사진을 찍기가 힘들 정도이다.
휴게소 끝에는 풍차가 있고, 풍차 뒤로 서해대교의 웅장한 모습이 보인다.
이 휴게소는 건물이 예뻐 예전부터 사진기에 담아 내 블로그에 올리고 싶어했었다.
한참 동안 푹 쉰 후 다시 서울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서해대교를 넘고, 평택과 화성을 지나고...
운전을 하시는 어머니께서 뒷목이 뻣뻣하다고 해서
톨케이트를 빠져나와 마지막 휴게소에 들어가 좀 쉰다.
아침 일찍 안면도에서 출발을 하여 12시 이전에 집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차에 올라타고
약간의 정체를 뚫고 집에 도착한다.
다시 많은 짐들을 챙겨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들어온다.
내 동생이 말했나, 누군가가 그래도 집이 제일 좋다는 말을 하고...
내 동생이 끓여준 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내 방으로 들어가 깊은 잠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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