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1박2일 청도, 대구 여행기... 첫쨋날

자작나무1 2013. 11. 26. 16:37

 어젯밤에는 모처럼 잠을 푹 잤다.

보통 여행 가기 전날 밤에는 들뜬 마음에 제대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는데,

오늘 떠나는 청도 운문사와 대구는

내가 자주 간 곳이라 그런지,

편한 느낌에 잠을 잘 잤다.

 

 아침에 일어나 베낭에 엄마가 챙겨주신 귤과 물병을 집어넣고 집을 나선다.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1박2일 청도, 대구여행

짧은 여행

 

 신도림역에서 지하철로 영등포역에 내린다.

영등포역 입구에서 담배 두대를 피우고

열차를 타기 위하여 2층으로 올라간다.

단풍 시즌이 끝나서 그런지 대합실은 한산한 편이다.

얼마간의 시간이 남아 의자에 앉아 스포츠 TV를 본다.

기차시간에 맞추어 승강장으로 내려간다.

광주로 떠나는 무궁화호가 떠나고

내가 탈 해운대행 무궁화호(08:01)가 정시에 들어온다.

기차에 올라타고

내 자리에 앉자마자 기차가 출발하기 시작한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여행갈 때 기차에 올라타고 좌석에 앉아서 기차가 출발을 하면

이제 여행이 시작되는구나 그런 기분이 든다.

출발

 

 평택을 지나간다.

강 사이로 빈들판이 펼쳐지고,

그 위로 많은 철새들이 날아다니고 있다.

창 밖으로 보여지는 그런 풍경들이 더없이 평화스러워 보인다.

지난 추석에 왔었던 대전을 지나고

여행에 대한 들뜸도 잠시 기차에 앉아 있는 것이 지루해지기 시작한다.

영등포역 구내 매점에서 사온 과자와 커피를 마시고

대구를 지나자 내가 내릴 청도가 가까와지고 있다는 생각에

그런 지루함이 누그러진다.

대구, 경산, 청도에 도착

기차에서 내리고 역구내를 빠져나온다.

역 앞의 간이상가에서 엄마와 아버지께 드릴 감 말린 것을 사고

옆의 식당에 들어가 점심을 먹는다.

고디탕을 먹었는데, 너무 맛이 없었다.

원래 청도역 주변은 추어탕 골목이라고 해서 추어탕이 유명하다.

그런데 내가 추어탕을 못 먹어서 다른 것을 먹은 것이다.

식당을 나와 청도 버스터미널에 들어서니,

운문사로 가는 농어촌버스가 방금 내 앞을 지나간다.

이럴수가...

매표소에 가서 표를 끊으면서 버스시간을 물어보니,

두시간 후에나 운문사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고 말씀을 해주신다.

조금만 일찍 서둘렀다면 이런 시간 낭비는 없었을텐데...

갑자기 두시간 동안 무엇을 하지 막막해진다.

한동안 터미널에 앉아 있는다.

그러다가 청도읍성이 생각나서

베낭을 메고 무작정 청도읍성을 향해 길을 걷는다.

한참을 걸어가도 읍성은 나타나지 않고

처음부터 일이 꼬여간다는 생각에 머릿 속이 복잡해진다.

그냥 기차를 타고 대구로 갈까 그런 생각도 들고...

한참을 읍성을 향해 걷다가 포기를 하고

눈 앞에 예쁜 카페가 보여 무작정 안으로 들어가

시원한 냉커피를 시킨다.

 

 

 

 

 이 카페는 사진카페이다.

한쪽 벽면에는 많은 사진들이 걸려있고,

카페 뒷편으로는 증명사진을 찍을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이런저런 생각들은 뒤로 미루고

편하게 앉아 서울에서 가지고 온 책을 읽으면서

느긋하게 냉커피를 마신다.

그러면서 조급해졌던 마음들이 누그러진다.

청도, 낯선 도시 낯선 시간 속에서

마시는 커피 맛도 괜찮다.

카페를 나와 내가 걸었던 길을 되돌아간다.

한적하고 조금은 심심할 것 같은 청도읍내를 찬찬히 살피면서

길을 걷는다.

청도터미널에 도착하고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은 버스시간을 기다리면서

무료한 시간들을 보낸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

세시 삼십분에 떠나는 운문사행 농어촌 버스에 올라탄다.

이럴 줄 알았으면 동대구역에서 내려

남부 정류장에서 운문사로 가는 직행버스를 탈 걸...

간발의 차로 버스를 놓친 것에 대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버스는 청도읍을 지나 운문사를 향해 내달리고...

감으로 유명한 청도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매달렸을 때 와야하는데,

그 시기를 놓친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많은 감나무에는 거의 감이 매달려 있지 않다.

운문댐을 옆으로 지나쳐 운문사 공용정류장에 도착한다.

운문사는 내 마음 속의 절이다.

한 때는 일년에도 몇번씩 찾아오곤 했다.

한여름에는 대구에서 경산으로 와서

영남대 안의 연못에서 연꽃을 구경하고

경산에서 운문사로 오곤 했다.

연꽃 필 무렵의 여행코스로 자리를 잡았었다.

내 마음 속의 숲

운문사 소나무숲을 지난다.

 

 

 

 

 

 

 오래간만에 운문사 소나무숲을 보아서 그런지 더더욱 기분이 좋아진다.

굵은 나무들이 이리 휘고, 저리 휘고...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예전에, 아니 지금도

여행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유홍준 교수님이 쓰신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나에게 있어 소중하고 또 소중한 책이다.

특히나 그 책을 통해서 운문사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더더욱 고마운 책이기도 하다.

소나무숲을 지나고

운문사에 도착

 

 

 

 

 

 

 

 

 

 

 운문사 소나무숲도 일품이지만,

운문사 돌담도 그에 못지 않다.

낮은 돌담,

그 돌담 너머로 보이는 운문사도 참 보기 좋다.

운문사를 중심으로 빙 둘려쌓여진 산들

높은 산봉우리에 갇혀 있으면서도

절터가 널찍널찍하여서

답답하기보다는 시원해 보인다.

운문사 안으로 들어간다.

커다란 소나무가 보이고

넓은 마당 안에 여러 전각들이 보인다.

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주위로 보이는 산능성이들을 바라본다.

우람하고 늠름한 산의 능선들

그런 멋진 산들을 배경으로 그 산들의 품에 안긴 절

그럼에도 절터가 넓고 마당도 넓어 답답해 보이지 않는다.

운문사에는 낮은 담장이며, 주위의 산들의 모습들 등등

볼만한 것들이 참 많은 절인데,

그 중에서도 승가대학 학생들의 모습들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어서

더욱 좋은 절이다.

학생들이 줄을 맞춰 걸어가고,

일터로 나가고,

밭에서 공동으로 일하는 모습들을 옆에서 보면,

불교란, 종교란 저런 것이구나 그런 느낌을 받는다.

추상적인 불교가 아닌 직접 눈으로 구체적으로 볼 수 있는 불교의 모습

그런 질서정연하고 자연친화적이며 소박한 모습들에서

나름 불교의 참모습을 엿볼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내 마음 속의 절로 운문사가 남은 것 같다.

비록 오늘은 늦게 와서 그런 모습들을 볼 수 없었지만...

넓은 마당에 못생긴 모과를 달고있는 모과나무와

잎은 다 떨어지고 몇개의 까치밥만 남은 감나무를 보고

다시 운문사를 나온다.

어느새 하늘은 어두워지고...

깜깜해진 운문사 소나무숲을 조심스럽게 빠져나온다.

부지런히 걸어 운문사 공용정류장에 다다르고...

그 때 등 뒤로 운문사에서 치는 북소리가 들린다.

둥 둥 둥

아주 머언 곳에서 들려오는 것 같은 북소리

먼 북소리

그 북소리가 내 마음 안쪽의 어딘가를 때린다.

그런 감상도 잠시

정류장에 들어서니,정류장을 지키는 아주머니께서

대구로 가는 버스는 좀 전에 떠났다고,

한시간 후에나 버스가 온다고 말씀을 해주신다.

이런...

오늘 버스는 내편이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정류장 건너편의 카페에 들어가

저녁으로 치즈케잌 한조각과 핫초코를 시켜 먹는다.

 

 

 

 

 카페에서는 조용한 피아노곡이 잔잔하게 흘려나오고...

이 곡이 너무 맘에 들어 일하시는 분께 이곡의 제목을 물어본다.

이루마님의 "When The Love Falls"

이 노래를 들으면서 몇일 전에 어느 님의 블로그에서 읽었던 글이 새삼 떠올라졌다.

날씨가 추워지면 피아노 소리가 더욱 따뜻해진다고...

그 글에 공감을 하면서 카페를 나온다. 

 

 어두운 밤하늘에는 별이 하나 둘 뜨기 시작하고

어디선가 찬바람이 나에게 불어오고...

정류장 앞에 내가 기다리던 대구행 직행버스가

어둠을 뚫고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