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통영, 창원으로 3박4일 여행을 떠나는 날
아침에 부지런히 서울역을 향해 집을 나선다.
지하철로 서울역에 도착하고
담배 두대를 피우고 열차시간을 기다린다.
시간에 맞춰 승강장에 내려가 마산으로 가는 KTX에 올라탄다.
내가 탄 기차는 정시에 출발을 하고(08:40)...
멍하니 창 밖을 내다보면서 마산을 향해 달린다.
겨울이라 특별한 볼거리들은 없다.
눈이라도 쌓여 있으면 눈구경이라도 할텐데...
그러지 못하다.
한동안 빈들판이 창 밖으로 보인다.
그런 빈들판을 바라보면서
비록 허허로운 빈들판이지만,
창 밖으로 바라보는 풍경들은
따뜻한 겨울햇살과 내년 봄에 대한 기약으로
꽉찬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텅빈 충만
갑자기 법정스님의 책제목이 떠올라진다.
평택을 지나면서 개울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있는 철새들도 보인다.
겨울이라 볼 것들이 그리 많지 않지만,
자세히 보면 이것저것 보이기 시작한다.
하늘을 날아가는 새들
가까이 다가왔다 뒤로 물러가는 산능선들...
지난 추석 때 2박3일 여행을 했던 대전을 지나고,
지난 늦가을 1박2일 여행을 다녀왔던 대구를 지나면서는
들판 위의 파릇파릇 싹이 오른 채소들도 보이기 시작하고...
창원중앙역, 창원역을 지나 마산역에 도착한다.
진해, 창원, 마산이 창원으로 통합을 이루었지만,
세부적으로는 완전한 통합을 이루기에는 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마산역을 나와 입구의 식당에서 점심으로 선짓국을 먹는다.
그리 큰 기대를 가지지 않고 먹었는데, 참 맛있다.
103번 월영아파트행 시내버스를 타고 마산남부 시외버스터미널로 간다.
버스가 남부터미널로 가는 도중 오른편으로 마산의 진산 무학산이 가까이 보인다.
언젠가는 마산의 무학산에 올라가야지 맘을 먹는다.
마산남부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통영으로 가는 시외버스에 올라탄다.
통영은 내가 좋아해서 자주 갔던 곳이다.
바다와 도시와 산이 잘 어울리는 곳
아름다운 항구도시, 통영
박경리 선생님, 유치환 선생님, 윤이상 음악가가 태어나신 곳, 통영
충무공 이순신 장군님의 얼이 깃든 도시, 통영
공룡 모형이 간간이 보이는 고성을 지나 통영 종합버스터미널에 내린다.
다시 터미널 앞 버스정류장에서 중앙시장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주말이라 통영으로 여행을 온 사람들이 정류장에는 많다.
커다란 사진기를 목에 건 사람들도 많고...
통영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301번 미수동행 시내버스에 많은 여행자들과 함께 올라탄다.
몇년만에 다시 찾아온 통영
아름다운 도시 통영에 왔다는 사실에 마음이 뿌듯해진다.
내 마음을 알았다는 듯이
길가에는 제주에서 많이 보았던 붉은 열매를 매단 먼나무 가로수가 반겨준다.
중앙시장 입구를 지나 문화마당 버스정류장에 내린다.
버스정류장에는 김상옥님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도로를 건너 바닷가쪽, 강구안 문화마당에 이른다.
한쪽에는 작은 배들이 정박해 있어
조그만 항구에 와 있다는 기분이 든다.
중앙에는 새로 만든 거북선을 비롯한 조선수군의 배들이 새로 만들어져 있다.
입장료를 내고 배 안으로 들어간다.
거북선을 비롯한 여러 배들이 설치되어 있고,
안으로 들어가 이것저것 구경을 한다.
통영...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도시
통영도 삼도수군통제영 본영의 약자이고,
예전 이름 충무도 충무공 이순신 장군님에서 이름을 따왔다.
어렸웠던 상황에서 조선을 구한 이순신 장군님
최악의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끝내 승리를 이루신 이순신 장군님
거북선과 그 시대의 군선들을 둘러보면서 이순신 장군님에 대한 고마움을 다시금 되새긴다.
세계4대 해전의 하나인 한산대첩에 대한 설명도 읽어본다.
세계4대 해전은 그리스와 페르시아와의 살라미스해전, 영국의 칼레해전과 넬슨 제독의 트라팔가해전
그리고 우리의 이순신 장군님이 대승을 이룬 한산도 대첩이라고 한다.
여행이 공부가 되는 귀중한 시간들이다.
배를 구경하고 나와 강구안의 바다풍경을 사진기에 담으면서
남망산을 향해 길을 걷는다.
왼쪽으로 동포루와 동피랑 벽화마을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오르고 내리는 모습들이 보인다.
어서 남망산에 올랐다가 동피랑 마을로 가야지 마음을 먹는다.
조급한 마음으로 빨리 걷고...
잘 가꾸어진 나무들을 사진기에 담고,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강구안과 바다풍경도 사진기에 담는다.
옆에 조각공원도 만들어져 있는데,
원래 조각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어 그냥 지나친다.
남망산 정상에는 이순신 장군님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남망산은 여러번 올라왔는데,
오늘따라 이순신 장군님의 동상이 너무 작은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웬지 초라하게 느껴진다.
남망산이 그리 높지 않으니, 그에 맞춰 작게 만들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이순신 장군님의 동상 크기를 따지는 것은
무식의 소치가 아닐까 그런 생각도 없지 않다.
의자에 앉아 집에서 싸온 고구마를 먹으면서 다시금 이순신 장군님의 동상을 올려다본다.
남망산을 내려와 건너편의 동피랑마을을 향해 부지런히 걷는다.
중앙시장 입구에는 동피랑마을 이정표가 세워져 있어
쉽게 동피랑마을 입구에 다다른다.
초입부터 예쁜 벽화와 카페가 있고...
주말을 맞아 동피랑마을을 찾아온 많은 사람들 때문에
벽화들을 사진기에 담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여기서도 동피랑마을의 인기를 실감한다.
나도 여기저기 벽화마을을 찾아다녔는데,
서울의 이화 벽화마을, 부산의 감천문화마을, 묵호의 벽화마을
그리고 이곳이 제일 인기가 많은 것 같다.
많은 벽화들을 사진 찍으면서 골목길을 따라 위로 올라간다.
좁은 골목에는 사람들이 많아 지체가 되고...
위로 올라갈수록 강구안 앞 바다와 통영이 넓게 보이고...
아름다운 도시 통영이 눈앞에 펼쳐진다.
바다 뒤로 우뚝 솟은 미륵산도 보이고...
동포루 아래 동피랑 구판장에 들어가 시원한 냉커피를 마시고,
동피랑마을의 정상 동포루에 올라선다.
매번 강구안에서 위로 올려다보면서 저 누각이 무엇이지, 한번 가봐야지 하면서 가보지 못했었다.
오늘 동포루 앞에 서니, 한동안 밀쳐두었던 숙제를 한 것처럼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바닷쪽 풍경도 멋지지만, 반대쪽 주택단지도 멋지다.
이곳에서도 새삼 통영의 아름다움에 빠진다.
건너편에는 긴건물의 세병관도 보인다.
오늘은 동포루에 이어 세병관도 가봐야지 맘을 먹는다.
골목길을 따라 아래로 내려서고...
작지만 이쁜 카페들이 많은데,
그 카페들 마다 사람들로 꽉차 있어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골목길을 따라 세병관 입구에 선다.
입구에는 문화동 벅수가 세워져 있다.
책을 통해 장승과 벅수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실제로 보기는 처음이다.
확실히 장승과는 다른 모습이다
설명문에는 액운을 쫓기 위한 주술적인 이미지가 더 강하다고 써 있다.
일반적으로 장승은 시골할아버지, 할머니처럼 정겹고 해학적인 모습인데 비해,
벅수는 좀 더 무섭고 괴상하게 생겼다.
세병관을 오른다.
가로로 길게 늘어진 건물
통영에 통제영이 생기면서 부속건물로 세워졌다고 한다.
세병관 건물을 보면서 몇년 전에 여수에서 보았던 진남관이 떠올라졌다.
두 건물 다 전쟁을 치르기 위한 군사건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흔치 않은 건물이 아닌가 싶다.
기둥과 기둥 사이도 넓고, 천정도 높고,
건물이 커서 사진기에 다 담기도 힘들 정도이다.
건물 옆에는 기둥을 받쳤을 석인상이 있다.
앞에 무엇인가을 끼워넣었을 구멍이 나 있다.
여수의 진남관에는 여수 석인상이 있었는데...
진남관 앞에서는 지휘소답게 여수시내와 바다가 훤히 내다 보였다.
여수 진남관에서도 그런 생각을 가졌는데,
세병관이 좀 더 높은 곳에 있었다면 더 멋진 전망을 보여주지 않았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가져본다.
전쟁을 치르기 위한 건물을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는데...
세병관을 나와 중앙 활어시장으로 간다.
주말에는 통영에는 사람들이 엄청 많이 오는 것 같다.
강구안도 그렇고, 동피랑도 그렇고, 시장 안에도 사람들이 엄청 많다.
시장 안의 조금은 허름한 식당에 들어가 저녁으로 매운탕을 먹는다.
나는 매운탕을 좋아해서 바닷가에 오면 꼭 매운탕을 먹는다.
지난번에 아는 형과 왔을 때에도 시장 안에서 매운탕을 먹었는데,
이게 매운탕 맞나싶게 맛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매우 조심스럽게 식당을 찾았는데,
다행히 맛이 괜찮아서 다행이다.
시장을 나와 강구안에 다시 선다.
어두워진 바다에는 조명 불빛이 가득하고...
많은 사람들이 바다를 보면서 오고가고 있다.
가까운 카페에 들어가 사진을 찍고 카푸치노 한잔 마신다.
전에는 겨울바다라고 통영에 올 때마다 갔던 카페가 있었는데,
없어졌는지 찾을 수가 없다.
따뜻한 카푸치노 한잔 마시면서 오늘 하루동안 찍은 사진들을 살펴본다.
여행 첫날
느긋하고 여유롭게 첫날 여행을 마무리한다.
카페에서도 김광석님의 노래들이 피아노 연주로 들려왔는데,
모텔에 들어와 씻고, TV를 켜니,
불후의 명곡에서 김광석편으로
김광석님의 주옥같은 노래들이 다시금 불려지고 있다.
올해는 첫날부터 김광석님의 노래를 자주 듣는 것 같다.
침대에 누워 김광석님의 노래를 들으면서
김광석님의 노래들은, 목소리는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 속에는 느끼는 일상적인, 소소한 감정들이
그의 노래 속에, 목소리 속에
담겨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한다.
조금은 어둡고,
조금은 쓸쓸하고,
조금은 애절하고...
그래서 슬픈 감정에 들게하는 그의 노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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