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안면도로 외할머니, 아버지, 엄마, 동생이 떠난 바람에 밤에는 집에서 홀로 지냈다.
간만에 집에서 혼자 지내니, 그것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지난 개천절날 고양호수공원에서 찍었던 사진들을 정리하고 블로그에 올리면서
바쁘게 어젯밤을 보냈다.
오늘 아침에는 안면도로 가기 위하여 일찍 일어난다.
대충 씻고, 장조림에 김치로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선다.
또 다시 안면도로 1박2일 여행을 떠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기쁘다.
따라서 걷는 내 몸도 조금은 가벼워지는 것 같다.
전철을 갈아타고 남부 버스터미널에 도착
8시에 출발하는 태안행 직행버스표를 산다.
지난 2월 천리포 수목원에 가기 위하여 아는 형이랑 이곳에 왔던 일이 떠올려지고...
직행버스에 올라타고 경부 고속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달려간다.
이른 아침임에도 고속도로에는 차들이 많고...
단풍이 물들어가는 가을에는 항상 도로에 차들이 넘쳐난다.
나를 태운 직행버스는 경부 고속도로에서 음성평택 고속도로로 갈아타고...
평택에서 고속도로를 빠져나오고...
직행버스를 운전하시는 기사님은 서해안 고속도로가 막혀 국도로 간다고 방송을 하고...
버스는 평택의 국도를 달리다가 아산 방조제로 들어선다.
나는 예전부터 삽교천과 아산 방조제에 다시금 가보고 싶어했다.
20대 초반, 강원도 춘천에서 안면도를 갈 때 꼭 들렀던 길,
도로 양옆으로 바다인지, 강인지 모를 넓은 호수가 펼쳐져 있는 곳
그래서 다시금 그 때를 회상하면서 달리고 싶었던 길
그 길을 지금 달리고 있다.
감회에 젖어들고...
아산방조제를 건너 당진으로 들어서고,
당진을 지나 서산을 거쳐 태안 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편의점에서 시원한 냉커피에 담배 두대를 피우고,
태안 버스터미널에서 안면도로 들어가는 버스에 올라탄다.
다시금 지난 겨울 갔었던 내 마음의 수목원, 천리포 수목원이 떠올라진다.
버스는 안면도로 들어선다.
섬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섬 안은 크고 넓다.
한동안을 달려 안면도 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버스터미널 앞에서는 우리 엄마, 아버지, 동생이 기다리고 있다.
하룻 동안이었지만, 못 보다가 만나니 반갑다.
터미널 건너편의 대박식당에 들어가 점심으로 게국지를 먹는다.
처음 먹어본 게국지
실제 먹어보니, 해산물이 많이 들어가 있어서 무척이나 시원하다.
작은 새우들이 맛을 깊게하고, 호박이 많이 들어간 음식
우리 가족 모두가 맛있다고 하면서 잘 드신다.
식당에서 우리 가족 모두 맛있다고 하면서 먹는 경우는 드문 일이다.
아니 거의 없었던 일이었던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꽃지 해수욕장으로 간다.
요즘은 한동안 안면도에 오지 안 왔지만, 못 했지만,
예전에는 가족끼리 안면도에 자주 놀러왔었다.
안면도 휴양림을 예약하고, 그곳에서 지낸 적이 많았다.
그러면서 우리 가족의 여행지는 강원도와 강화도, 안면도로 자리를 잡아갔다.
여름이 지난 꽃지해수욕장에는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할미, 할아버지 바위 주위에 있다.
엄마와 아버지는 힘들다고 차에 계시고,
동생과 함께 갯벌을 가로질러 할미, 할아버지 바위까지 간다.
날씨도 맑고, 시원한 바닷바람도 불어오고...
여행을 다니기에는 참 좋은 날이구나 싶다.
할미, 할아버지 바위를 떠나 꽃다리로 올라선다.
다리 위에서는 꽃지해수욕장이 넓게 펼쳐져 보이고...
우리를 따라 밀물이 빠르게 들어오고 있다.
다리 위에서도 여러장의 사진을 찍고...
부모님이 기다리고 있는 주차장으로 온다.
다시 차를 타고 이번에는 안면도 휴양림을 찾아간다.
안면도는 바다보다는 숲이 좋다.
안면도 소나무...
안면송...
안면도 소나무가 맘에 들어 안면도를 좋아하게 되었다.
가는 줄기에 길게 자라나는 미인송.
날씬하고 키 큰 미녀를 만난 듯하다.
우리가 10년 동안 안면도에 오지 않은 동안 안면도 휴양림 앞에 수목원이 생겼다.
반가운 마음에 지하통로를 통해 수목원 안으로 들어간다.
양쪽으로 안면송이 쭉쭉 자라고 있는 언덕길을 오르고,
엄마와 아버지, 동생은 힘들다고 다시 휴양림 안으로 들어가고...
나 혼자 수목원 안으로 들어가 곳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수목원은 엄청 넓어 단시간에 다 보기는 힘들 것 같다.
큰 길을 따라 언덕을 내려오고...
봉우리 위의 정자가 보여 산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길 옆에는 쭉쭉 자란 편백나무숲이 보이고...
남부지방이 아닌 중부지방, 안면도에서 편백나무를 볼 수 있다니...
오래간만에 보는 편백나무숲에 마음이 즐거워진다.
봉우리 위의 정자에 도착
정자에서는 섬 바깥의 넓은 바다와 섬이 보인다.
정자를 내려와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을 휴양림을 찾아 내려간다.
그런데 이정표에 출구 표지가 없어 한참을 헤맨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는 싫고...
그렇게 헤매다가 나무 밑의 꽃무릇을 만나고...
이미 제 빛을 잃어가기 시작한 꽃무릇.
그런 꽃무릇을 보면서 지난번 대전 한밭수목원에서 보았던 꽃무릇도 떠올려지고...
겨우 출구를 찾아 휴양림 입구에 선다.
예의 안면도 미인송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안면송 아래의 의자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숲은 그래서 쉼이다.
지치고 힘든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
엄마와 통화를 마치고, 엄마를 찾아 숲속길을 걷는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더욱 멋진 소나무숲이 나타나고...
예전에 우리가족들이 자주 묵었던 휴양림 집들이 나타난다.
아버지, 엄마, 동생은 넓은 풀밭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있다.
제대로 숲을 즐기는 우리 가족들의 모습이 다정스럽게 다가온다.
돗자리에 앉아 엄마가 꺼내준 커피와 과자, 과일을 먹으면서 한참을 쉰다.
다시 일어나 엄마와 동생이랑 풀밭 뒤로 걷는다.
가파른 나무 계단길이 나오고...
동생이 올라가보자는 제의에 순순히 계단길을 오른다.
나무계단 밑에는 벌들이 윙윙거리고...
나무가지 아래에는 벌조심이라는 팻말이 달려있다.
조심조심 산길을 올라 새조개봉에 선다.
이름이 이쁘다.
바닷가 봉우리 이름으로 안성맞춤이라는 생각도 들고...
이제는 편안한 능선을 따라 걷고...
약간의 오름을 걸쳐 탕건봉에 선다.
탕건봉에는 돌무더기와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다.
엄마와 동생은 바닥에서 주운 돌을 돌무더기 위에 정성스레 올려놓고, 무언가를 기도 드린다.
전망대에 서니 아래로 들판과 저수지와 바다가 펼쳐진다.
휴양림 정자에서 보았던 풍경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이런 풍경에 안면도가 더더욱 마음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전망대에서의 사진 찍기를 뒤로하고
내림길을 거쳐 풀밭에 도착한다.
아버지는 의자 위에서 주무시고 계신다.
숲에 들어오니, 자꾸 잠만 쏟아지신다고 말씀을 하신다.
옆에서 숲을 제대로 느끼는 방법이 잠을 자는 것이라고 아버지께 말을 한다.
휴양림을 빠져나와 외할머니가 홀로 계시는 펜션을 찾아간다.
펜션 앞에는 누렇게 익은 논과 언덕 위의 밭
그 너머로는 바다와 섬 하나가 오롯이 보인다.
이런 풍경에 자연스럽게 강화도가 떠올려지고...
강화도와 안면도가 비슷해서 우리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황금빛으로 변해가는 벼들을 보면서
봄날의 개나리, 산수유, 수선화의 노란색이
가을에도 따뜻한 색이라는 생각이 든다.
펜션에서 TV를 보면서 쉬다가
야외 바베큐장에서 삼겹살과 새우를 구워먹기 위하여
돼지고기와 새우, 그릇과 밥통을 챙겨 바베큐장으로 내려온다.
점점 어두워지는 시간
바베큐장을 관리하시는 젊은 종업원들이 숯불을 피워 주시고,
큰 철판에 고기를 올리고 굽기 시작한다.
숯불에 구워 먹는 음식들은 다 맛있다.
삼겹살도 맛있고, 새우도 맛있고...
우리 가족들은 밥 대신 어제 산 고구마를 구워먹기로 한다.
군고구마도 참 맛있다.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찬바람을 맞으면서 먹는 저녁
성찬이다.
맛있는 음식들로 배불리 먹고 방으로 들어와 목욕을 하고 이른 잠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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