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에는 악동뮤지션의 CD를 사려고 신촌에 나갔어요.
백화점 뒤의 음반가게에서 악동뮤지션의 CD를 사고
골목길을 따라 이대 방향으로 올라갔어요.
올라가다보니, 신촌 역사라는 표지판이 보여서
표지판을 따라 (구)신촌역에 갔어요.
저는 새로 신촌역이 만들어지면서
예전의 신촌역은 없었졌는지 알았는데...
옛신촌역을 보면서
반갑고 없어지지 않아 고맙고 그런 마음들이 들었어요.
우리 외갓집이 파주 금촌이에요.
그래서 외갓집에 놀러갈려면
서부역이나 신촌역에서 기차를 타곤 했어요.
그 시절이 문득 떠올려지기도 했어요.
신촌 역사 안은 신촌관광 안내소로 바꾸어져 있었어요.
그럼에도 옛역사의 모습들이 많이 간직되어 있었어요.
저는 신촌역을 나오면서 예전에 읽었던 황지우님의 시가 두서없이 생각났어요.
일 포스티노
자전거 밀고 바깥 소식 가져와서는 이마를 닦는 너,
이런 허름한 헤르메스 봤나
이 섬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해보라니까는
저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으로 답한 너
내가 그 섬을 떠나 너를 까마득히 잊어먹었을 때
너는 밤하늘에 마이크를 대고
별을 녹음했지
태동하는 너의 사랑을 별에게 전하고 싶었던가.
네가 그 섬을 아예 떠나버린 것은
그대가 번호 매긴 이 섬의 아름다운 것들, 맨 끝번호에
그대 아버지의 슬픈 바다가 롱 숏, 롱 테이크되고
캐스팅 크레디트가 다 올라갈 때까지
나는 머리를 박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어떤 회한에 대해 나도 가해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 땜에
영화관을 나와서도 갈 데 없는 길을 한참 걸었다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휘파람 불며
신촌역을 떠난 기차는 문산으로 가고
나도 한 바닷가에 오래오래 서 있고 싶었다
... 저도 이 시처럼
신촌역을 떠나
어느 한적한 바닷가에 서서
오랫동안
오랫동안
바다를 쳐다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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