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2박3일 양산, 부산여행...첫쨋날... 내 마음 속의 절, 통도사

자작나무1 2014. 10. 11. 20:06

 시월 연휴의 첫날

아침에 CD Player로 양희은님의 "가을 아침"이라는 노래를 듣고

베낭을 걸쳐메고 집을 나온다.

 

 " 이른 아침 작은새들 노래소리 들려오면

  언제나 그랬듯 아쉽게 잠을 깬다.

  창문 하나 햇살 가득 눈부시게 비쳐오고

  서늘한 냉기에 재채기 할까, 말까 음-

  눈 비비며 빼꼼이 창 밖을 내다보니,

  삼삼오오 아이들은 재잘대며 학교 가고

  산책 갔다 오시는 아버지의 양손에는

  효과를 알 수 없는 약수가 하나 가득, 음-

  딸각딸각 아침 짓는 어머니의 분주함과

  엉금엉금 냉수를 찾는 그 아들의 게으름이

  상큼하고 깨끗한 아침의 향기와

  구수하게 밥 뜸드는 냄새가 어우러진

  가을 아침 내겐 정말 커다란 기쁨이야

  가을 아침 내겐 정말 커다란 행복이야

  응석만 부렸던 내겐"

 

 신도림역에서 지하철로 서울역으로 간다.

서울역에는 연휴 첫날 길을 떠나는 사람들로 복잡하고...

역 안의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막히는 고속도로 상황들이 그려진다.

출발시간에 맞춰 승강장으로 내려가고...

부산으로 가는 KTX에 올라탄다.

이번에는 열차표를 늦게 예매하는 바람에 출발시간도 늦고,

더구나 영화칸을 예매하여 영화를 보면서 울산역으로 간다.

나를 태운 기차는 정시에 출발을 하고(10시 50분)

기차가 출발을 하자 실내등을 끄고 영화를 보여줄 준비를 하신다.

영화는 다코다 패닝 주연의 "Very Good Girls"

다코다 패닝을 위한 영화였다.

다코다 패닝의 어린 모습을 기억하는 나의 입장에서는

지금의 모습이 별로였고...

귀여운 모습이 사라져서...

영화도 그저 그랬다.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

기차에서 보기에는 무리 없는 영화인 것 같다.

영화는 동대구역 도착 전에 끝나고...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면서 울산역으로 간다.

울산역이 가까워지고...

건너편으로 쌀바위와 가지산이 파란하늘 아래 우뚝 솟아있다.

전에도 1박2일 울산, 양산여행을 하기 위해 울산역에 온 적이 있었다.

그 때는 울산, 통도사역이었다.

내가 모르는 동안에 울산역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힘 센 울산시와 힘 약한 양산시, 통도사의 다툼이 떠올려진다.

어느 블로그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울산, 통도사역이 울산역으로 바뀌면서

실제 울산시내에 있던 울산역은 태화강역으로 이름이 바뀌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사연 많은 울산역을 나와 통도사가 있는 신평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기다린다.

울산, 통도사역에서 울산역으로 이름이 바뀌어서 그런지

통도사로 가는 시내버스는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나타난다.

13번 부산 롯데백화점 동래점으로 가는 시내버스이다.

부산의 시내버스들의 번호는 1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내가 부산을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

12번 버스도 여전히 운행을 하고 있다.

부산 롯데백화점 동래점에서 언양 버스터미널까지...

예전에 몇달 동안 부산에 있을 때

심심하면 12번 언양터미널행 시내버스를 타고 절구경을 다녔던 기억

내원사와 통도사

언양 터미널에서는 버스를 갈아타고 석남사까지 다녔다.

그래서 12, 13번 시내버스는 나에게 절에 가는 버스이다.

나를 태운 버스는 언양 터미널을 지나 신평 버스터미널을 향해 달리고...

창 밖으로 우람한 영축산 능선이 보인다.

날이 맑아 선명하게 보이는 실한 능선들...

내가 비록 산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 바라보고 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다.

신평 버스터미널에 내리고...

통도사 방향으로 가다가 편의점에서 부산우유 150ml를 사고...

집에서 싸온 샌드위치 2개로 늦은 점심을 해결한다.

빵을 먹고 시원한 냉커피까지 마신 후에 통도사를 향해 길을 걷는다.

통도사는 내가 좋아하는 절이다.

내 마음 속의 절

그래서 자주 찾아오는 절이기도 하다.

2년 전 여름에도 다녀온 적이 있다.

그 때는 기차시간 때문에 제대로 구경을 하지 못하고 서둘러 되돌아와야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느긋하게 구경할려고 오늘은 통도사 일정만 잡았다.

 

 

 

 

 

 

 

 

 일주문을 지나고 양편으로 소나무가 우거진 길을 걷는다.

내가 좋아하는 길... 통도사로 가는 길

왼편으로는 시냇물이 흐르는 길

이 아름다운 길에는 "무풍한송로"라는 다소 어려운 이름이 붙어있다.

이름이 어려워도 길은 멋진 길이다.

길 위로 나무들이 우거져 있어 한여름에도 시원한 길

많은 사람들과 함께 통도사를 향해 길을 걷고...

천왕문을 지나면서 영축행사의 일환으로 길 양편에 간이 천막이 세워지고

장이 벌어지고 있다.

시장 같은 좁을 길을 지나고...

전각 안으로 들어서고...

절 안에도 많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통도사

많은 전각들과 예쁜 나무들이 많은 절

처음 문화유산이나 불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찾으면 좋은 절인 것 같다.

그 만큼 볼거리가 많은 절

수 없이 많은 전각과 돌탑들을 사진기에 담으면서 위로 올라간다.

나는 통도사를 오면서 붉은 배롱나무꽃을 은근히 바랐는데,

아쉽게도 배롱나무꽃은 다 지고 없다.

 

 

 

 

 

 

 

 

 통도사를 벗어나 서축암을 향해 길을 또 다시 나선다.

통도사에는 본절도 좋지만, 그에 못지 않게 예쁜 암자들이 많다.

오늘은 시간이 많이 남아서 그 중에 하나인 서축암을 향해 걷는다.

왼편으로 예의 계곡물이 흐르고...

멀리 영축산 능선이 가까이 다가온다.

항상 통도사에 오면서 어딘가에서는 영축산 능선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곳이 있을 줄 알았는데...

몇번을 왔슴에도 그런 곳을 찾지 못했는데,

오늘 서축암을 찾아가면서 내가 바라는 곳을 찾았다.

 

 

 

 

 

 

 누런 논 위로 펼쳐친 울퉁불퉁한 영축산 능선

영축산 능선이 한꺼번에 다 보인다.

뜻밖의 행운

연신 영축산 능선을 사진기에 담고...

영축산 정상에서 함박등, 채이등이 다 잘 보인다.

예전에 영축산 정상에서 함박등 방향으로 길을 걸으면서 고생을 무척 많이 했다.

등산로는 바윗길의 연속이고...

이정표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힘들게 힘들게 길을 찾아가던 경험들

그 때, 힘들게 고생했던 영축산 정상 능선이 멋지게 펼쳐져 있다.

또 하나, 영축산은 통도사 뒷편에서 바라볼 때 보다

신불산에서 단조산성을 지나면서 바라보는 정상 모습이 더 멋있다.

커다란 독수리가 머리를 바짝 치켜들고

양날개를 활짝 편 듯한 영축산 정상의 모습

그 모습에 반해 영축산은 나에게 특별한 산으로 바뀌었다.

영축산 능선과 황금빛으로 변한 논을 사진기에 담고...

 

 

 

 

 

 

 

 조그만 암자 서축암에 닿는다.

암자는 작아도 절이 깔끔하다.

단정하고 반듯한 건물들

건물 옆의 리어카도 깔끔하고 예쁘다.

잘 가꾸어진 정원과 함께...

서축암을 나와 이번에는 자장암을 향해 걷는다.

연꽃과 금개구리로 유명한 암자

그런데 내가 찾아간 자장암은 한창 공사중이다.

돌 깨는 소리가 요란한 절

절 앞의 소나무와 계곡은 참 좋은데...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길을 되돌아 통도사로 간다.

가다가 힘들어 길 중간에 앉는다.

내 뒤로 계곡물이 소리를 내며 끊임없이 흐른다.

계곡물 소리에 내 마음 속의 근심이 줄어드는 느낌

이래서 산을 찾고, 계곡을 찾나 보다.

통도사를 지나가는데, 올라갈 때 열리고 있던 음악회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바위에 앉아 음악회를 본다.

어느 스님이 나오셔서 송창식님의 "피리 부는 사나이"를 부르신다.

힘을 빼시고 편안하게 부르시는 목소리

노래가 듣기 좋다.

내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

산중다원 앞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어둑어둑해지는 길을 따라 통도사를 빠져나온다.

내 마음 속의 절, 통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