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1박2일 4월의 여수여행기... 첫쨋날... 오동도, 동백섬

자작나무1 2015. 4. 12. 14:21

 아침에 일찍 일어나 밥을 먹고 집은 나선다.

오늘은 여수로 1박2일 여행을 떠나는 날

일기예보에는 비소식이 있는데,

아침 날씨는 예보와는 달리 맑고 쾌청하다.

설마 비는 오지 않겠지...

그런 마음을 안고 신도림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용산역으로 간다.

용산역 대합실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여행사 팻말 아래 많은 사람들이 모여

안내자의 설명을 듣고 계신다.

시간에 맞춰 승강장으로 내려가고...

여수 엑스포로 가는 KTX에 오른다.

여수는 지난 4년 전에 한번 다녀온 곳이다.

그 때는 8월 한여름이었다.

너무 더워서 돌아다니면서 힘들었던 기억들

그래도 금오산 정상에서의 멋진 전망과

오동도의 오래된 동백나무들은 잊혀지지 않고 기억에 남아 있다.

내가 올라탄 기차는 정시를 조금 넘겨 출발한다.(07시 05분)

창 밖으로는 개나리와 벚꽃, 목련과 산수유 등등

많은 봄꽃들로 봄을 노래하고...

얼마간 창 밖을 내다보다가

창 안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너무 강해 가림막을 내리고

배낭에 있는 책을 꺼내 읽는다.

중국 모엔의 "붉은 수수밭"

20여년 전에 영화로 보았던 붉은 수수밭

너무 오래되서 그리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이 없다.

끝없이 펼쳐진 수수밭과 커다란 술독에 오줌을 누던 모습들이 간간이 떠올라질 뿐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참 중국적인, 대륙적인 영화였다는 기억만이 남아있다.

소설의 시작,

영화와는 달리

뤄한 할아버지가 일본군에 끌려갔다가 노쇠와 함께 도망칠려다가

노쇠의 반항에 어쩔 줄 몰라하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뤄한 할아버지는 노쇠를 죽이려다가

일본군에게 발각되어 처형을 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하고 있다.

문장 중간중간 붉은 수수밭의 장면이 끝없이 연이어서 나오는 소설

처음에는 영화와는 달라

무엇보다도 시간의 순서가 아닌, 뒤죽박죽 사건이 전개가 되어 다소 혼란스러웠는데,

어느새 익숙해져 글 따라 읽기 시작한다.

마을 전체의 수수밭을 묘사하는 배경 장면이 일품이다.

간간이 창 밖을 쳐다보고...

공주를 지나고 익산과 전주를 지난다.

곡성을 지나면서 창 밖으로 섬진강이 보이고

강 건너편 도로 옆으로 벚꽃이 활짝 피어있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가 도로변에는 그리 차들이 많지 않다.

도로 위의 차들이 천천히 천천히

창 밖의 벚꽃을 보면서 지나가는 모습들이 그려진다.

구례구역을 지나면서 멀리 지리산 연봉들도 얼핏 보이고...

순천을 지나 율촌역을 지날 때에는 저 멀리 바다가 아스라이 보인다.

전에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율촌역 건너편으로 보았던 바다가 실제 바다였는지,

내가 상상으로 생각했던 바다였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던 기억들...

헷갈리던 기억들...

이제사 확실히 분명해졌다.

여천역과 여수역을 지나 종착역인 여수 엑스포역에 도착

역을 빠져나와 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2번 오동도행 시내버스를 타고 오동도로 간다.

버스종점에 내려 주변의 식당을 찾아다니다가

로터리 앞에 서울깍두기식당의 서대회 비빔밥이 보여 안으로 들어가 비빔밥을 시킨다.

무척 맛있다.

봄에 먹을 수 있는 서대회

식당을 나와 오동도 방파제 방향으로 길을 걷는다.

주차장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관광버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여수의 인기를 새삼 느낄 수 있다.

푸른하늘(여행)님의 말씀으로는 서울과 전주, 여수와 제주가 일년에 천명이 넘는

관광객을 모으는 도시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 생각난다.

오동도 입간판 아래에는 많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앉아 계시고...

오동도로 들어가는 긴 방파제 위를 걷는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방파제 옆에는 여수와 관련된 그림들이 그려져 있고...

다소 어색한 그림들인데,

여행 첫날의 들뜸이라 그런지 그림들이 예뻐 보인다.

많은 사람들을 피해 사진을 찍고...

진남관 그림은 참 맘에 든다.

건너편으로는 지난 여수 박람회 때 자주 보았던 엠블호텔이

배와 돛대 모양으로 서 있고...

그 앞으로 널찍한 바다가 보인다.

중간에 빨간등대와 하얀등대가 서 있는...

지난 2월달에 4박5일 부산 기장여행을 하면서 바다를 실컷 보았는데,

그럼에도 바다를 보니까 마냥 좋다.

바다만의 매력

보고 또 보아도 질리지 않는 바다.

어쩌면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라 여행하기에 좋은 나라인 것 같다.

긴 방파제를 지나고 오동도 섬으로 올라선다.

입구에는 붉은 동백꽃 아래 떨어진 동백꽃들이 누군가에 의해 하트모양으로 그려져 있다.

누군가의 작은 배려로 더욱 아름다운 섬, 오동도

 

 

 

 

 

 기름을 바른듯한 매끈매끈한 푸른잎과 붉은 동백꽃

마치 푸른 나무 위에 붉은 등이 매달려 있는 것 같다.

오동도는 내가 좋아해서 자주 왔던 섬이다.

그런데 8월 한여름에 주로 찾아왔었다.

붉은 동백꽃은 없어도 오래된 나무들이 많아 자주 찾아왔던 섬

이번에 동백꽃이 활짝 핀 오동도는 동백섬이라면,

한여름의 동백섬은, 그냥 오동도이다.

많은 동백꽃들과 바닥에 널려있는 붉은 동백꽃

바닥에 흥건히 널려있는 동백꽃을 보면서

내 마음마저 우련 붉어진다.

울컥 뭔가가 치미는 느낌

처연한 아름다움

바닥에 떨어진 동백꽃들에 많은 상념에 빠진다.

풍덩

 

 

 

 

 

 

 

 

 

 섬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더 많은 동백나무와 동백꽃들이 나를 반기고...

바닥에 홍건히 떨어진 많은 붉은 동백꽃들에 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솔직히 바닥에 떨어진 붉은 동백꽃은

글로, 말로만 들었지 실제 이렇게 보는 것은 처음이다.

그래서 그런지 더욱 놀랍고 장관이다.

동백꽃이 이렇게 멋진, 아름다운 꽃이었구나...

놀람에 놀람을 더하면서 안으로 들어가고...

용굴이라는 이정표가 보여 이정표를 따라 계단 아래로 내려선다.

오늘따라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불고

바람에 따라 거친 파도가 암벽 위에 부딪치고...

바다 위로 유람선이 지나가고 있다.

다시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오고...

잘 만들어진 데크길,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명품 산책길

길 따라 걷는 내 마음마저 가벼워지고 흥이 난다.

오동도 등대를 지나치고...

커다란 대나무 터널을 이룬 곳을 지나고...

앞의 조그만 터에 동박새꿈정원이라는 간이매점이 서 있다.

이름이 참 예쁘다. 동박새꿈정원

아름다운 섬에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가게 하나

예쁜카페에 들어선 마음으로 매점 주변을 사진 찍는다.

작은 인형들과 소쿠리 위에 담겨있는 동백꽃

붉은 동백꽃을 모아놓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룡한 작품이 된다.

동백꽃의 매력

매점에서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마시고 나와

다시 명품 산책길에 들어선다.

길이 아름다와서 그런가

유난히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 연인들이 많이 보인다.

웬지 부러운 마음으로 뒷모습을 쳐다보고...

커다란 나무들에 하늘을 가득 메운 나무줄기들

모실잣밤나무라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팻말을 단 커다란 나무도 보인다.

주변의 새들 소리로 또 다른 세상을 이루는 곳, 오동도

산책길을 마치고 아래로 내려온다.

넓은 바다가 그 옆으로 2층으로 이루어진 횟집이 나타나고... 

넓은 공터에는 오동도의 명물, 동백열차가 보인다.

바다를 사진 찍으면서 방파제길로 들어서고...

또 다시 높다란 엠블호텔이 마주 보인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방파제길을 지나고...

해상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조금은 가파른 경사의 철계단길을 오른다.

오르는 중에 일출정이라는 정자가 보이고...

조금 높은 곳에 올라섰다고 아래의 풍경이 넓게 보인다.

오동도와 이어진 긴 방파제와 엠블호텔

뒤로 여수시내가 보인다.

 

 

 

 봄꽃들이 활짝 핀 길을 따라 올라서니 더더욱 멋진 풍경들이 보이고...

들뜬 마음을 가라않히고 주변 풍경을 사진기에 담고...

바다 건너 섬들이 예뻐 보인다.

케이블카 승강장에 들어가 표를 끊고

긴 줄 앞에 선다.

전에 통영에서도 미륵산에서 한려수도 케이블카를 탔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긴 줄이라 한참을 기다려 케이블카에 오른다.

해상 케이블카는 홀릭님의 사진을 통해 처음 알았다.

볼 것 많은 여수에 또 다른 명물이 생겼다는 생각과 함께...

 

 

 

 

 

 

 나이 드신 어르신들과 함께 케이블카에 오른다.

케이블카가 운행을 하면서 주변 경치가 보이기 시작한다.

푸른색 계열의 지붕들이 모여있는 장면

긴 방파제 끝에 세워진 빨간등대, 하멜등대

여수 시내쪽으로 산 아래에 많은 건물들과 집들이 다닥다닥 붙여있는 풍경 등등

모든 것들이 아름답게 다가온다.

아름다운 도시, 미항, 여수

짧은 케이블카 운행

지산공원과 돌산공원을 이어주는 케이블카

원래 지산공원도 가 볼 계획이었는데,

케이블카 타는데 신경이 팔려 깜빡했다.

케이블카 하차장에 내려 돌산공원을 천천히 둘러본다.

남도의 공원답게 나무들이 잘 가꾸어져 있고...

특이하게도 작은 동물 모양의 조형물들이 알록달록한 색깔로 세워져 있다.

예의 붉은 동백꽃과 풀밭에 흩어져 있는 동백꽃들

4월의 여수는 붉은 동백꽃들로 가득차 있다.

돌산공원을 한바퀴 돌고 내려와 돌산대교를 향해 걷는다.

 

 

 

 

 돌산공원 입구에는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관광버스로 주차장을 이루고...

많은 버스들에 밀려 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했다.

그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도로를 가득 채우고...

복잡한 도로를 지나 돌산대교 앞에 선다.

나는 여수에 오면 꼭 순례처럼 돌산대교를 직접 건넌다.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돌산대교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좋아서...

또 하나 여수를 몸으로 제대로 느끼는 방법 중의 하나라는 이유로

돌산대교를 걸어서 건너간다.

바다 가운데에는 장군도가 있고...

장군도 옆으로 크고 작은 배들이 지나가고...

바다 양편으로 작은 공장들과 집들이 서로 어깨를 맞대고 있고...

그런 풍경들이 여수의 진면목이 아닐까 그런 생각에 여수에 오면 꼭 돌산대교를 건너간다.

돌산대교를 건너고...

우측의 도로를 따라 걷는다.

10여년 전에는 이 도로 옆에 "항상 엔진을 켜둘게"라는

델리 스파이스의 노래 제목과 같은 이름의 카페가 있었다.

바다 옆의 카페라 창 밖으로 강 같은 바다가 보이고...

그런데 도로를 따라 걸으면서 이 카페를 찾았는데, 보이지 않았다.

아쉬움, 섭섭함...

그런 아쉬움에, 섭섭함에 전에 썼던 짧은 글을 떠올려본다.

 

  델리스파이스의 "항상 엔진을 켜둘게"를 듣고...

 

  10여년전 여름

 저는 남도의 아름다운 항구도시, 여수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기차로 여수 엑스포역에 도착하고,

 버스로 금오산 향일암에 가고,

 거기에서 많은 돌거북과 함께 드넓은 바다를 바라보고,

 다시 버스를 타고 여수시내로 되돌아나오는 도중에

 갑자기 돌산대교를 걸어서 건너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버스에서 내려

 시원한 바닷바람과 바다풍경을 바라보면서 돌산대교를 건넜습니다.

 

 다리를 건너고

 오른쪽 시내 방향으로 걸어나가는 중 만난 예쁜 카페

 델리스파이스의 노래제목과 같은 이름의 카페

 "항상 엔진을 켜둘게"

 

 그 카페에 들어가

시원한 냉커피를 마시면서

창 밖으로 펼쳐진

여수의 아름다운 바다풍경에 푹 빠졌습니다.

 

  지금도 라디오에서

 델리스파이스의 "항상 엔진을 켜둘게"를 듣게 되면,

 그 해 여름

 돌산대교를 걸어서 건넜던 일과

 같은 이름의 카페에서

 창을 통해 바라보았던

 돌산대교와

 여수 앞바다의 아기자기했던 풍경들이

 따뜻하고 아름다운 추억의 이름으로 떠올라집니다.

 

  델리스파이스의

  "항상 엔진을 켜둘게"

 

 

 돌산대교를 건너고...

한참을 걸어 수산시장에 이르고...

수산시장에 들어가 한바퀴 돌고

수산시장 앞의 연안여객선 터미널에 들어선다.

10여년 전에는 이 여객선 터미널 안에 다방이 하나 있었는데...

이 다방에서 냉커피를 마셨던 오래된 기억 하나

너무 오래되어서 그 기억 마저 희미해지고...

터미널을 나올려고 하니 후둑하고 빗줄기가 내리기 시작하고...

한참을 터미널 의자에 앉아 TV 뉴스를 본다.

여행 중에 만난 비

비를 맞고 돌아다니는 것도 그렇고...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여기서 여행을 접을 수도 없고...

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릿속은 복잡해진다.

한참을 대합실 의자에 앉아 YTN 뉴스를 보다가

비가 조금 그친 것 같아

여객선 터미널을 빠져 나온다.

큰 도로를 두번이나 건너 여수시내로 들어선다.

나이 어린 학생들로 복잡한 여수시내

시내를 걷다가 또 다시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커다란 빗방울을 피해 가까운 식당 안으로 들어간다.

원조 서울깍두기식당

점심은 오동도 앞의 서울깍두기식당에서 먹었는데...

저녁은 원조 서울깍두기식당이다.

양지탕을 시켜 천천히 천천히 이른 저녁을 먹는다.

밥을 먹는 동안 빗방울은 더욱 거세지고...

밥을 먹고나와 앞에 보이는 카페

Cafe Pascucci에 들어가 아이스 아메리카노 시키고...

2층으로 올라가 창 밖으로 떨어지는 비를 보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배낭에 있던 책을 꺼내

모엔의 붉은 수수밭을 읽는다.

날은 더욱 어두워지고

천둥, 번개와 함께 요란한 비가 내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