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일부러 해돋이 사진을 찍을려고 바다가 보이는 모텔에서 잠을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 바다를 보니 많은 구름에 제대로 해돋이를 보지 못한다.
해돋이가 나에게는 이렇게 보기 어려운 장면이라니...
씁쓸한 마음을 뒤로한 채
한 숨 더 자고 일어나 모텔을 빠져나온다.
기장 연화리
바닷가 옆의 포장마차에 들어가 아침으로 전복죽을 먹는다.
일인분은 안된다고 해서 2인분을 2만원에 사 먹는다.
비싼 아침식사
그나마 옆으로 바다를 보면서 식사를 한다는 것으로
내 나름대로 위안을 삼는다.
옆의 연죽교를 통해 제방 위로 가고...
그 옆의 죽도는 막혀져 있다.
제방 위에서의 대변항 풍경이 보기 좋다.
뒤에는 그리 높지 않은 산이 버티고 있고...
싱그러운 아침의 대변항 풍경이다.
작년 겨울 아침에 보았던 통영 강구항의 풍경들이 겹쳐지기도 하고...
오늘도 갈 길이 멀어 부지런히 걷는다.
큰 호를 그리며 둥그런 길 따라 대변항을 지나가고...
가끔씩 좌대 위에 미역들이, 생선들이, 멸치가 바닷바람에 말려가고 있다.
그래, 기장은 미역이, 멸치가 유명하지...
기장 미역, 기장 멸치
대변항에서는 멸치찌개를 먹어야 하는데...
기장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면서 길을 걷는다.
대변항 앞에는 방파제 뒤로 등대가 보여
방파제를 지나 등대 앞에 선다.
월드컵 기념 등대
기장에는 갖가지 모양의 등대들이 있어
등대 투어를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등대 주변의 방파제에는 많은 사람들이 낚시를 하고 계신다.
예전에는 방파제에는 주로 오토바이를 타고 오신 남자 어른들이 많았는데,
오늘 보니까, 남자들 뿐만 아니라, 아줌마, 아이들도 많다.
이제 낚시도 남녀노소 모두가 즐기는 여가 활동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
방파제를 나와 다시 도로를 따라 길을 걷는다.
도로가 좁아 길을 걷는 일이 위험하다.
큰 차들은 교행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인도도 없는 도로길을 조심스럽게 걷는다.
짧지 않은 오르막길을 오르고
언덕 위에 벽돌로 지은 깔끔한 카페가 보여 안으로 들어간다.
Cafe Rosso
마을에서도 한참 떨어진 곳에 위치한 카페인데,
차들이, 사람들이 이 카페로 엄청 몰려든다.
오죽하면 입구 주차장에는 두사람이 나오셔서
주차관리를 하고 계신다.
이 지역에서는 꽤나 유명한 카페인가 보다.
카페 안에는 이 카페는 빵이 맛있다고 씌여 있었다.
카페 내부도 서양의 옛소품들과 함께
잘 꾸며져 있다.
아주 오래 전의 서양 가정집 같은 분위기
창 밖으로 보이는 바다풍경도 멋지다.
이곳에 잘 왔다는 생각과 함께...
많은 사람들을 피해 카페 사진을 찍고
카페 밖 테라스에 앉아 바다를 보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앞으로 드넓은 바다가 보이고
따뜻한 햇살과 파도소리
내 스스로 행복감에 빠진다.
카페를 나와 많은 차들이 몰리는 비탈길을 내려간다.
월전마을, 월전항
이 마을은 숯불장어가 유명한가 보다.
마을 전체가 장어집이고...
장어 굽는 냄새로 마을 전체가 진동을 하고 있다.
아침에 전복죽 2인분을 먹어 배불려서 비싼 장어를 먹을 생각을 안 했지만...
그렇지 않고 배고플 때 이 마을에 도착했다면
비싼 장어를 사 먹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무척 고민을 했을 것 같다.
아침에 이만원에 전복죽을 먹은 것이 조금 마음에 걸렸는데,
그 이인분 덕분에 이 곳에서 장어에 대한 유혹을 쉽게 뿌리칠 수 있었다.
이런 것이 새옹지마인가...
항구 가운데 월정항 방파제 등대에 올라가 바다 전망을 사진 찍고
바다 옆길을 따라 죽성리로 들어선다.
산 위로 거대한 소나무가 보여 저기가 죽성리 해송이구나 금방 알아차린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죽성리 해송
4년전, 내가 처음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청솔객님의 블로그를 통해 보았던 죽성리 해송
나무나 숲을 좋아하여 이곳저곳 많이 돌아다녔던 나도
기장에 이런 멋진 소나무가 있다는 것은 미처 몰랐었다.
그 때의 놀람
그 사진들을 보면서 언젠가는 꼭 찾아가야지...
대중교통이 없다면 걸어서라도,
아니면 비싼 택시를 타고서라도 가야지
굳게 마음먹었던 죽성리 해송
이번에 4박5일 여행을 준비하면서
부산 기장을 택한 첫번째 이유는
기장 죽성리의 해송을 보기 위해서였다.
좁은 골목길을 지나고 산길을 따라 죽성리 해송 앞에 선다.
소나무 5그루가 한나무처럼 보인다.
소나무 사이에는 작지만 예쁘장한 당집이 있다.
다음에 이곳에 온다면 북어 한마리 사가지고 와서
넙죽 절을 올리고 싶은 생각이 든다.
어쩌면 나보다도 내 마음 속의 무당이 더 신나하는 것 같다.
사방으로 넓게 가지를 펼친 모습
나무 아래에서 하늘을 쳐다보니, 하늘 전체가 소나무 줄기로 꽉 채워져 있다.
사진기로 해송을 꽉 차게 찍으니까, 내 마음 속도 소나무로 꽉 차는 행복한 느낌
멋진, 아름다운 소나무를 직접 보게 되어 행복해하는 나
내 마음 속의 해송, 기장 죽성리 해송
소나무 밑에서 한참을 쉰다.
소나무 아래로는 기장 죽성 드림 세트장과 건너편으로 두호항과 등대가 보인다.
소나무 뒤로는 죽성리 왜성이 보이고...
해송을 나와 왜성을 찾아 산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입구에는 멋진 해송들이 늘어서 있고...
계단길을 따라 왜성에 올라선다.
임진왜란 당시 왜적들이 주둔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일본식 성
임진왜란을 일으킨 일본은 이 전쟁을 장기전으로 보고
이런 준비를 했나 보다.
그 때의 절박했던 상황들은 시간의 흐름 속에 잊혀져가고...
성 주위의 나무들과 함께 자연으로 돌아선 느낌
아무리 무서웠던, 치욕의 역사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고 작아지는 것 같다.
치열했던 역사의 순간들조차도 자연의 일부인지 자연으로 환원되어 가는 모습들이 보이는 것 같다.
이 말에는 많은 논란이 있을 수 있겠다.
역사적으로 당한 우리의 입장에서는 이런 말을 할 수 있겠지만,
그런 것이 시간의 흐름에 따른 마음의 여유이겠지만,
가해자인 일본이 이런 식으로 역사적인 과오를 얼버무리면 안 된다는 생각
또 하나
일본은 오랜기간 준비와 연구를 바탕으로
역사부정, 역사왜곡, 독도문제를 일으키는데,
우리나라는 그에 대한 철저한 대비 없이
그때그때 감정적으로만 대응하는 것은 아닌지 그런 걱정이 든다.
마을 뒤로 넓게 펼쳐진 바다를 내려다보면서 산길을 내려오고...
벽화가 그려진 골목길을 따라 죽성 드림 세트장을 찾아간다.
드림 성당은 인기가 아직도 여전한지 도로부터가 차들로 밀리고
성당 앞에도 사람들이 많다.
한참을 기다려서 사진 한장 찍고...
또 한참을 기다려서 사진 한장 찍고...
멀리서 보면 멋진데, 가까이서 보니, 이곳저곳 망가지고 있어
어서 빨리 보수를 해야 할 것 같다.
사람이 많아 복잡한 드림 성당을 나와
좁은 도로를 따라 두호항 방향으로 걸어간다.
드림 성당 앞보다는 두호항 방향에서 바라보는 드림 성당이 더 멋있다.
길 옆에는 깔끔한 당집이 보이고...
이번 4박5일 부산여행을 다니면서
이런 당집을 많이 보아서 기쁘다
작은 항구 두호항과 두호항 등대를 보고...
두호항 입구의 마을에서 지나가는 택시를 기다린다.
원래 계획은 기장 군청까지 걸어가는 것이었는데,
너무 힘들어 택시를 타기로 마음을 고쳐 먹는다.
내가 몸이 허약해졌는지 걷는데 통 힘을 못 쓰는 것 같다.
마을 앞 구멍 가게에서 콜라를 사 먹고
한참을 기다려 택시를 타고 기장역으로 간다.
택시 기사님이 지금 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가면
기장 롯데몰 앞길이 많이 막힌다고
기차를 타고 가라고 말씀을 해 주셔서 그러기로 마음을 먹고...
창 밖으로 멀리 큰 바위를 이고 있는 산이 보여
저 산이 달음산 맞지요 기사님께 물어보니,
그렇다고 말씀을 해 주신다.
전북 부안의 개암사 뒤의 울금 바위가 떠올려지는 모습이다.
원래 계획은 오늘 기장 시장 주변에서 자고
내일 아침에 기장의 달음산에 오를 계획이었는데,
몸도 무겁고 내일은 오후부터 비가 온다는 예보에
쉽게 그 계획을 접는다.
조그만 기장역에 내리고...
기장은 10여년 전에 한번 왔던 곳인데,
그 때하고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이 변했다.
높은 건물에 아파트도 많이 생기고...
진짜 예전의 기장군이 아니었다.
그에 비해 기장역은 예전하고 똑같다.
기장역에서 해운대역으로 가는 기차표를 끊고...
한동안 시간이 남아 대합실 의자에 앉아
YTN 뉴스를 본다.
기차시간에 맞춰 승강장으로 나가고
동대구역에서 출발한 무궁화호에 오른다 (16:35)
입석이라 열차 맨뒷칸에 서서 창 밖을 내다보면서 해운대역으로 간다.
어제 지나온 송정을 지나고 해운대역에 선다.
해운대역은 커다란 역사로 바뀌어 있다.
그렇다면 예전의 해운대역도 기차가 다니지 않는 간이역으로 바뀌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커다란 해운대역을 나와 걸어서 해운대역을 찾아가는데,
아무리 걸어도 해운대역은 나오지 않고...
한참을 걷다가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고 예전의 해운대역으로 간다.
기차가 다니지 않는 해운대역
관리가 되지 않아서 그런지 앞모습이 영 아니다.
앞뒤로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그래도 도심지의 간이역인데, 예쁜 모습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안에 공사하는 모습을 보니, 사진 갤러리로 바뀔 것 같다.
큰 도로를 건너 해운대 시장 입구의 생선구이집 고삼이에 들어가
고등어 조림을 시킨다.
한참을 기다려 고등어 조림이 나오고...
엄청 매운데, 그 만큼 맛있다.
오늘은 생각해 보니, 점심을 먹지 않았다.
매콤한 고등어 조림에 밥 두그릇을 먹고 식당을 나와
엊그제 잠을 잤던 모텔을 찾아 도로를 건너
해운대 모텔촌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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