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4박5일 부산여행... 둘쨋날... 청사포, 송정해수욕장, 기장 용궁사

자작나무1 2015. 3. 1. 20:25

 해운대 여관골목 안의 모텔에서 일어나

한동안 멍하니 TV를 본다.

처음에는 엠넷 방송에서 최신노래의 뮤직비디오를 보다가,

어느 여행프로에서 변우민님의 중국 여행프로를 본다.

운남성, 구름의 남쪽에 있는 마을

그래서 그런지 길게 이어진 산맥과

그 위의 하얀 뭉게구름이 일품이다.

다음 여행지는 변우민님이 특별히 선정한

강남 수향마을 중의 하나인 우진

검은 지붕과 검은 벽, 회색빛 강으로 둘러쌓여진 운하마을

가뜩이나 비가 내리는 상황이라

화면에 비춰지는 모습들이 흑백사진처럼 보이고,

오래되고 융숭 깊은 마을 모습에 한참을 쳐다본다.

여행 둘쨋날 아침

TV를 통해 또 다른 여행지에 대한 환상에 젖어든다.

 

 씻고 나와 입구의 식당에서 아침을 먹는다.

밀양순대돼지국밥집의 수육백반

나는 부산에 자주 왔는데,

부산에 오면 꼭 먹는 음식 중의 하나이다.

국밥에 밥을 말아 수육과 함께 먹으면 한끼 식사로는 든든하다.

식당을 나와 폐철로가 놓여진 미포 건널목으로 간다.

예전에는 동해남부선이 다녔던 선로

그러나 이제는 기차는 새로운 복선구간으로 이전을 하고,

이 철길은 나 같은 도보여행자들의 도보코스로 바뀌었다.

옛철로에 서자 이 철로를 통해 부산에서 경주 불국사역으로

기차를 타고 갔던 먼 옛일이, 지난 일들이 떠올라진다.

사람들도 없는 한적한 길을 선로를 따라 걷는다.

오늘 일정은 이 곳에서 대변항까지 도보여행이다.

 

 

 

 

 

 오른편으로는 넓은 바다가, 그 뒤로 해운대 해수욕장이 보이고...

굴다리를 지난다.

굴다리에서 여러 각도로 사진을 찍고

한참을 걸어가니 이번에는 한쪽 벽에 태극기가,

수없이 많은 바람개비들이 돌고있는 모습이 장관을 이루고...

이 곳부터 조금씩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선로를 따라 걷다보니, 조그만 포구가 보여

포구마을로 내려선다.

청사포

이름이 예쁘다.

푸른 모래가 있는 포구

 

 

 

 

 

 전부터 청사포라는 이름이 예뻐 한번 찾아가 보고 싶었는데...

마을로 들어서고...

방파제 위의 등대를 보러 간다.

청사포항 북방파제 등대

그 건너편에 또 하나의 등대가 세워져 있다.

조그만 항구 위로는 산이, 그 위에는 달맞이 고개의 예쁜 건물들과 아파트가 보이고...

방파제를 나와 모닝커피를 마시러 Angel in us 커피점을 가는 중

커다란 소나무 아래 청사포 당산이 깔끔한 모습으로 세워져 있다.

300년된 망부송 아래 당집

망부송과 당집을 사진 찍으면서

바닷가에서 바다를 상대로 살아가는 이곳 사람들은

삶의 반쪽을 바다에,

삶의 반쪽을 죽음에 두고 사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

삶의 무자비함

그런 무자비함을 이겨내기 위해

초자연적인 무언가에 의지해야 하고...

그런 마음들이 모여 신을 모시고, 당집을 세우고,

마을 사람들이 모여 정성스레 제를 올리고...

바닷가 사람들의, 육지와는 다른 그곳 사람들의 고단스러운 삶의 편린들이 스쳐지나간다.

Angel in us 커피전문점에 들어서고...

냉커피를 주문하고, 냉커피를 받아 창가 옆 테이블에 앉아 마신다.

창 밖으로는 조그만 청사포항이,

두 개의 등대가 우뚝 솟아있는 모습이,

빨간등대와 하얀등대가 마주보고 서 있는 모습이,

그 뒤로 햇살에 반짝이는 바다 모습들이 너무나 아름답게 보인다.

내 마음도 따라서 즐거워지고...

카페를 나와 다시 철로 앞에 선다.

오늘도 걷고 또 걷는 것이 나의 일이다.

가끔씩 바다에서 차가운 바람이 몰아치고...

주위에 사람들의 모습이 안 보이면 웬지 휑한 느낌마저 든다.

한참을 철로를 따라 걷다보니,

저 건너편으로 송정해수욕장과 죽도공원이 보이기 시작하고...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있어 내려가니,

이곳은 구덕포, 이곳도 조그만 항이다.

구덕포를 지나니, 넓은 백사장이 펼쳐진 송정해수욕장이 나오고...

송정해수욕장은 아주 오래전 여름에 딱 한번 왔던 적이 있다.

백사장 옆 도로를 따라 걷다가

이제는 기차가 서지 않는 송정역을 찾아간다.

원래 간이역은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기에는 많이 불편하여

간이역 사진을 찍고 싶어도 찍지 못 하고 있는데,

이렇게 간이역을 만나게 되어서 기쁘다.

무엇보다도 올해는 일산역부터, 원주의 신림역, 부산의 송정역까지

간이역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어서 더욱 기쁘고...

골목길과 철길을 따라 송정역에 다다르고...

이제는 용도가 폐기된 송적역을 앞뒤로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는다.

주변의 벽화들도 내 사진기에 담고...

 

 

 

 송정역을 나와 골목길을 통해 송정해수욕장 앞에 서고...
가까운 식당, 대박 알쌈 쭈꾸미 식당에서

점심으로 대구탕을 먹는다.

이번 4박5일 부산여행을 준비하면서

제일 걱정했던 일이 먹는 것이었다.

설 연휴기간이라, 부산에서 식당들이 문을 닫아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

그러나 부산은 생활도시이면서도 관광도시이라

해수욕장 주변의 식당들은 대부분 영업 중이었다.

나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고...

몇년전에는 추석기간에 밀양으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는데,

그 때에는 밀양역 주변의 몇곳 식당 밖에 영업을 하는 식당이 없어

점심을 못 먹고, 저녁 때에는 빵과 우유로 식사를 대신했던 적도 있었다.

국물맛이 시원했던 대구탕을 먹고 나와

송정해수욕장 모래사장 위에 앉아있는 갈매기떼를 사진기에 담고

그 옆의 죽도공원으로 오른다.

 

 

 

 

 

 

 

 죽도공원은 사진으로는 많이 보았는데,

실제 공원 안으로 들어서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죽도공원 입구에서 바라본 송정해수욕장의 넓은 풍경도 보기 좋고

공원 안의 커다란 해송과 군데군데 무리지어 있는 동백도 장관이다.

죽도공원은 임진왜란 당시 이 섬에서 자라고 있는 조릿대로 화살을 만들었다고 해서

조릿대가 많은 곳이라고 해서 죽도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산사면에는 조릿대가 무리를 지어 자라고 있다.

조그마한 산봉우리를 올랐다 내려서니,

조그만 터에 일송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정자에서 바라보는 바다도 일품이지만,

그 옆의 울퉁불퉁한 큰 바위로 이루어진 조그만 송정항도 보기 좋다.

죽도공원을 나와 송정항을 지나고...

오늘은 기장 대변항까지 걸어가야 하는데...

벌써부터 몸이 무거워지고 피곤하여

걷기를 포기하고 가까운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다니기로 맘을 고쳐 먹는다.

처음 해운대 미포에서 울산까지 이어지는 갈맷길을 보면서

생각보다 쉬운 도보길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걸어보니, 생각보다 힘든 길이었다.

가까운 버스정류장에서 기장군청으로 가는 181번 버스를 탄다.

버스 안에는 용궁사로 가는 사람들로 만원이고...

용궁사 앞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용궁사를 향해 언덕길을 오른다.

용궁사는 전에 한번 다녀온 적이 있다.

절보다는 절 앞의 바다풍경이 멋진 절

그래서 해동 용궁사인가 보다.

언덕길을 오르고

좁은 골목길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내려가다가

2층에 "비움"이라는 전통찻집이 보여 2층으로 올라간다.

 

 

 

 앞의 골목길은 많은 사람들로 복잡한데,

이 찻집에는 손님이 나 밖에 없다.

작고 예쁜 찻잔들이, 다기들이 전시되어 있는 전시실 같은 찻집

창가에 앉아 냉커피를 마신다.

창 밖으로는 저 멀리 동해바다가 보이고...

건너편의 마을이 기장인가 내 나름대로 생각해 본다.

텅빈 찻집에서 사진을 찍고 냉커피를 마시고 나와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 함께 용궁사를 보기 위해

언덕길을 내려간다.

커다란 대나무들이 나타나고...

끈에 묶여진 무섭지만 점잖은 개들이 나타나고...

많은 전각들과 함께 바다가 코 앞으로 다가선다.

사람들을 따라 절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대웅전 꽃창살 무늬를 사진기에 담고

중간중간 동백꽃을 보면서 바위 위에 선다.

방생을 위한 기도처

기도처 옆에는 세기의 돌탑이 세워져 있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내 친척 중의 한 사람이

춘천에 살던 나에게 부산에 놀러갔다 왔다고 자랑을 했다.

나는 부산의 어디가 제일 좋았냐고 물었고

그 사람은 용궁사가 제일 좋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용궁사에 한번 찾아간 적이 있었는데,

솔직히 바다 빼고는 절은 별로였다.

이번에 부산 기장 여행을 하면서 이 절을 갈까말까 많이 망설였다.

그런데 기장하면 용궁사인데,

그 절을 뺄 수 없다는 생각에 이번에 용궁사에 왔다.

 

 

 

 용궁사 옆의 국립수산과학원 담벼락을 따라 길을 걷는다.

담벼락에는 바다 물고기들과 커다란 배들의 벽화들이 그려져 있고...

길 아래쪽에는 돌담 아래 무언가가 자라고 있다.

한참을 걸어 동암해안에 이른다.

 

 

 

 조그만 항구

특별히 무언가가 있지는 않지만,

조용하고 평범한, 그래서 웬지 마음에 드는 어촌마을이다.

동암마을을 지나 비포장길을, 더욱 좁아진 길을 따라 걷는다.

이 곳은 바람이 무척 세다.

주위에 사람들도 보이지 않아 을씨런스럽고...

웬지 안 좋은 생각도 든다.

다시 돌아서기에는 늦은 것 같고...

조금은 암울한 기분에 길 따라 걷다보니, 길은 철조망으로 막혀있다.

어느 노래에 이런 가사가 있다.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고...

아마 이승환님의 노래가사가 아닐까 싶다.

웬지 무서운 느낌은 어쩔 수 없는 상황과 부딪치게 되나 보다.

아마 군부대라 철조망으로 길이 막혀 있나 보다.

어째 이런 일이...

어쩔 수 없이 갈맷길 표지를 따라 산으로 오르기 시작하고...

희미한 길을 쫓아 산으로 올라간다.

한참을 올라 산봉우리에 이르고

이번에는 산봉우리를 내려간다.

한참을 내려서니, 이번에는 긴철조망이 둘러쌓여 있고

철조망 안쪽은 넓은 벌판이다.

한참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누군가가 밑에 나뭇대기를 받치고 울타리를 넘어선 흔적이 보여

나도 나무 받침대를 발판 삼아 울타리를 넘어선다.

안쪽의 넓은 터는 설 명절이라 지키는 사람들이 없어 다행이다.

광할한 빈터를 가로지르고...

도로 앞 버스정류장에 선다.

나도 모르게 긴 한숨을 쉬고...

한참을 버스정류장에 앉아 있으니,

기장으로 가는 181번 기장행 시내버스가 다가오고...

버스에 올라타고 기장 대변항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