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는 안동 문화의 거리에 있는 맘모스제과를 사진찍고 모텔로 들어와 씻고 TV를 보고 있는데,
푸른하늘(여행)님과 배꽃님으로부터 카톡이 울렸다
내가 안동에 와 있다고 카톡을 드리니
푸른하늘(여행)님으로부터 안동에 맘모스제과가 유명하다고
그곳에서 빵을 먹어보라고 카톡이 온다.
그래서 내일 아침에는 맘모스제과에서 빵을 먹어야지 맘먹었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
한시간 정도 뮤직비디오를 보다가 일어나 씻고 모텔을 빠져 나온다.
가까운 맘모스제과에 들어가
맘모스제과에서 가장 인기가 있다는
크림치즈빵과 따끈한 우유로 아침을 먹는다.
크림치즈빵은 부드럽고 크림과 치즈가 적절히 섞여 있어서 맛있다.
다음에 안동에 온다면 아침은 이곳에서 크림치즈빵을 먹어야지 맘 먹는다.
간만에 여유롭고 느긋한 아침식사
내일부터는 간신히 일어나 아침도 먹는둥 마는둥 하고 출근을 할텐데...
그런 의미에서 오늘 아침의 식사는 오랫동안
내 마음 속에 부러움으로 남아있을 것 같다.
맘모스제과에서 부드러운 크림치즈빵을 먹고 나와서
문화의 거리에서 가까운 태사묘를 찾아간다.
태사묘는
고려 건국에 공을 세운 삼태사 김선평, 권행, 장정필의 위패를 봉안하고 있는 재사이다.
나는 안동에 올 때마다 그 다음날 아침에 태사묘를 찾아갔었다.
특히나 건물들보다 마당 안의 모과나무와 주렁주렁 매달린 모과가 보기 좋아
자주 찾아다녔는데,
이번에는 모과나무의 모과가 안보여 웬지 아쉬운 생각이 든다.
안동에서는 문에 그려진 태극무늬조차도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태사묘를 나와 그 옆의 웅부공원을 찾아간다.
어제 안동시내에서 하회마을로 가는 버스 안에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안동은 문화유산들이 널려 있다고 할 정도로 많은 곳이다.
웅부공원은 안동도호부시절 건물들이 새로 복원되어 있는 곳이다.
크고 웅장한 건물, 영가루와 대동루
공원 안에는 800년 정도로 추정하는 부신목이라는 느티나무도 있다.
오래된 마을에서 만나는 오래된 나무
이 느티나무에서 매년 정월에 제를 올리고 있다고 한다.
오래된 나무가 그에 걸맞게 대접을 받고 있어
그 안내문을 읽는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역사와 전통을 존중하는 안동이기에 가능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웅부공원 건너편에 예쁜카페가 보인다.
입구의 CAFE라는 큰글자가 제일 먼저 눈에 띄이고
나도 모르게 도로를 건너 카페 안으로 들어간다.
묘한 매력을 가진 네글자 CAFE
카페 안도 예쁘게 잘 꾸며져 있다.
카페에서 시원한 냉커피를 마시면서
창 밖으로 한적한 안동시내를 바라본다.
지방도시 휴일 아침의 여유로움이 나에게도 전해진다.
카페이름은 Alchemist 연금술사라고 한다.
별로 영어단어를 알고 있지 못하는데,
이 카페에서 어려운 단어 하나 쉽게 얻어간다.
연금술사라는 영어단어 Alchemist는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카페를 나와 안동역 건너편의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안동 버스터미널로 오고
그곳에서 택시를 타고 봉정사 입구로 온다.
봉정사 입구에서 매표소를 거쳐 언덕길을 오르기 시작하는데
언덕 위에서 어떤 할아버지 한분이 지게에 긴 나무토막을 얹고 내려오시고 있다.
나도 모르게 사진기를 꺼내 사진을 찍을려고 하니,
할아버지께서 사진 찍지 말라고 큰소리로 말씀을 하신다.
그래서 언덕 위로 올라와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살짝 사진기에 담는다.
할아버지, 죄송합니다.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사진 찍으면서
여러 생각들에 내 마음이 무거워진다.
삶의, 살아가는 일의 힘겨움 그런 것도 전해지고
힘들게, 어렵게 살아가시는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나는 너무나 가볍게 사는 것은 아닌지...
가벼운 삶과 무거운 삶
무거운 삶이 과연 정당한 삶인가 그런 반문도 들고...
여러 생각들로 머릿 속은 복잡해지고,
내 마음은 그 만큼 무거워진다.
할아버지와의 만남을 뒤로하고
언덕길을 오른다.
비 내리는 언덕길
주위의 소나무들에게서 풍겨오는 솔향
기분 좋은 솔향을 맡으면서 일주문을 지나고
커다란 나무들이 반겨주는 길을 지나
봉정사에 이른다.
안동...
정말 볼 것들이 많은 도시
그 중에서 꼭 보아야 할 것을 꼽으라면,
도산서원, 하회마을, 병산서원, 봉정사가 아닐까 싶다.
특히나 봉정사는 유교문화가 중심을 이루는 곳에서의 불교문화라
그 만큼 소중한 문화유산이 아닐까 싶다.
그리 넓지 않은 봉정사 안으로 들어간다.
처마 아래 곶감이 매달려 있고
앞마당 앞으로 만세루가 떳떳이 버티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천년의 역사를 지닌 극락전에 대하여 많은 애정을 쏟는데,
나는 극락전보다 만세루가 더 맘에 든다.
트인 공간, 열린 공간도 맘에 들고
그곳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맘에 든다.
무엇보다도 병산서원의 만대루와 비슷한 것 같아 더 좋아 보이는 것 같다.
만세루 뒤에는 대웅전과 극락전이 보인다.
극락전
봉정사의 국보급 건물
건축물의 단순함, 간결함
그런 단순함, 간결함으로 천년의 세월을 이겨나간 것은 아니었는지...
봉정사 정말 볼 것 많고 좋은 절이다.
또 산사로서의 분위기, 고즈넉함도 좋고...
앞으로도 안동에 오면 봉정사는 꼭 들를 것 같다.
볼 것 많은, 이야기들이 많은 봉정사를 나와
오른쪽 윗편에 있는 영산암을 찾아 올라간다.
영산암 입구의 계단에는 많은 낙엽들이 쌓여있다.
많은 낙엽들을 보면서 이 계단 저편에는
또 다른 가을이 있는 것이 아닐까 뚱딴지 같은 생각을 해본다.
영산암 입구에 선다.
입구의 목재들이 검은빛을 띠고 있다.
오래 시간에 검은색으로 변한 나무들
그런 모습들이 자연스럽고 보기 좋다.
좁은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고
작은 마당에는 커다란 소나무가 자라고 있고,
마당 주위로 많은 건물들이 ㅁ자형으로 배열되어 있다.
좁은 터에 많은 건물들
다소 어수선한 느낌도 들고
작은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 같은
소박함, 정겨움도 느껴진다.
암자 안에는 나 말고 한가족이 와 계신다.
딸 둘은 좁은 마당에 쭈그리고 앉아 놀고 있고,
어머니와 아버지는 툇마루에 앉아 아이들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시고 계신다.
좁은 마당을 돌아다니면서 들려오는 젊은 부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처럼 전국을 많이 돌아다녔는지,
전국에 있는 절들에 대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계신다.
작은 암자, 영산암을 나와 언덕을 내려와
매표소 앞에서 택시를 콜한다.
한참을 기다려 택시가 오고
택시를 타고 안동 버스터미널로 향해 간다.
택시 안에서 기사님과 이런저런 안동이야기를 나눈다.
예전에는 안동시에 인구가 점점 줄여 그게 큰 걱정이었는데,
경북도청이 안동으로 이전한다는 소식에 인구가 늘였다고...
앞으로 인구가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씀을 해 주신다.
나는 안동은 20여년 전부터 돌아다녔는데,
확실히 그 때보다는 안동이 밝아진 느낌이다.
처음 안동을 돌아다닐 때에는 웬지 어둡고 우중충하고 그랬다.
내 나름대로 역사와 전통의 무게에 짓눌려 도시가 어둡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역사와 전통이 아닌 인구의 감소가 더 큰 영향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고 보면, 안동 하회마을도 예전보다 많이 깔끔해지고 밝아진 것이다.
안동 터미널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안동역으로 온다.
비는 계속해서 구슬프게 내리고...
전에 금모래은모래님이 알려주신 안동역 뒷편의 벽화마을에 갈려는 마음은 접고
역 건너편의 문화의 거리에 들어가 까치 솥단지 삼겹살에서 솥뚜껑 삼겹살로 점심을 먹고
안동역으로 다시 와 2시간 이른 청량리로 가는 기찻표를 바꾼다.
15시 20분에 청량리로 가는 기차표를 받고
얼마간의 시간이 남아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역 앞에서 담배 두대와 함께 커피를 마신다.
시간에 맞춰 플랫폼으로 나가고
안동에서 출발하는 기차에 오른다.
기차는 정시에 출발을 하고...
청량리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나에게 여행은 무엇일까 그런 생각들을 해본다.
여행이란...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내 맘대로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는 일
내 나름대로의 스트레스 해소법
또 하나,
나에게 세상이란 울타리 없는 큰 학교라면,
학교에서 학생들이 선생님과 책을 통해 공부를 하듯이
세상을 떠돌아다니면서 세상을 공부하는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들을 해본다.
나를 태운 기차는 영주를 지나 단양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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