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1박2일 안동여행기... 첫쨋날... 하회마을

자작나무1 2014. 12. 7. 12:13

 아침에 일어나 엄마가 해주신 빵과 우유를 마시고 집을 나선다.

신도림역에서 전철을 타고 청량리역으로 오고

청량리역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담배 두대와 함께 맛있게 마신다.

한동안 대합실 의자에 앉아 TV를 보다가

시간에 맞춰 열차승강장으로 내려간다.

기차에 오르고 내 좌석을 찾아 앉는다.

또 다른 여행의 시작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창 밖을 내다본다.

기차는 정시에 출발을 하고(8시 25분 부전행 무궁화호)...

창 밖은 짙은 안개로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서울 도심 구간을 지나고

덕소를 지나 양수리 방향으로 달리고...

안개 때문에 어디가 어딘인지 모르겠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양수리를 지나고 양평을 지나고...

양평을 지나면서 창 밖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용문역을 지나면서 내가 좋아하는 한옥카페가 보인다.

알록달록한 펜션 같은 석불역을 지난다.

이 간이역은 전에 금모래은모래님의 블로그를 통해 본 적이 있다.

이전 간이역, 낡고 허름한 모습의 간이역 모습이 아니라

밝고 귀여운 모습의 간이역, 석불역

나중에는 용문역과 석불역으로 사진 찍으러 와봐야지 맘을 먹는다.

어느새 기차는 원주역에 도착하고...

이곳에서도 안개 때문에 치악은 보이지 않는다.

제천과 단양을 지나고...

소백을 옆에 끼고 터널을 통해 지나가고...

충북에서 경북 영주로 들어선다.

소백산을 오르는 입구 역할을 하는 희방사역을 지나고

풍기역, 영주역을 지난다.

나중에 풍기역으로 부석사를 보러 와야지 맘 먹는다.

또한 부석사 뿐만 아니라 순흥 주변의 역사유적도 찾아봐야지 맘 먹는다.

한참을 달린 후에 안동에 도착한다.

안동은 내가 많이 갔던 도시이다.

조선시대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많은 문화유산을 간직한 곳

내 생각으로는 산봉우리 하나에 문화유산들이 서너개 있는 것 같다.

가만 생각해 보면, 나는 주로 강릉과 영주, 안동, 경주로 여행을 많이 다닌 것 같다.

한지역 안에 많은 역사문화유산들이, 볼거리가 많아 자주 찾았던 것 같다.

내가 처음 안동에 왔을 때가 생각난다.

그 때는 돈 없이 와서 차비와 여관비를 빼면 남은 돈이 없었다.

그래서 점심은 터미널 앞 식당에서 2천9백원짜리 소고기 국밥을 먹고,

그날 저녁과 아침은 여관에 들어가 빵과 우유로 때우고

다음날 점심은 도산서원 앞 매점에서 컵라면으로 때우고...

그 때는 왜 이리 돈이 없었는지...

그렇게 초라하고 가난했던 여행이었지만,

그래서 그런가... 그 만큼 잊혀지지 않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다.

 

 

 안동역을 나와 역 옆의 동부동 5층전탑을 보러간다.

나는 안동에 오면 제일 먼저 동부동 5층전탑을 보러간다.

안동을 지켜주는 듬직한 벽돌탑

어느 사이에 내 마음 속의 전탑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 전탑은

어떤 탑들 보다 멋지고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음에도

안동의 많은 문화유산에 파묻혀 제대로 대접을 받고 있지 못하다는 안쓰러움

안동 입구를 지키고 있다는 수문장의 이미지, 당당함

전탑이라는 내가 자주 보지 못한 탑이라는 희귀성,

이런 것들이 합쳐져서 내 마음 속의 탑이 된 것 같다.

 

 내 마음 속의 전탑, 동부동 5층전탑을 보고나서

안동역 건너편의 버스정류장에서 하회마을로 가는 46번 시내버스를 탄다.

시내버스 안에는 승객들이 많다.

안동 하회마을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나 커다란 사진기를 들고있는 젊은 여자분들이 많이 보인다.

많은 승객들과 함께 하회마을을 향해 간다.

신시장을 지나고, 새로 옮겨진 버스터미널을 지나고,

풍산읍을 거쳐 안동 하회마을 입구에 도착한다.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이라

하회마을 입구의 장터의 식당에 들어가 국밥을 먹고

새로 생긴듯한 커다란 카페에 들어가 시원한 냉커피를 마신다.

 

 

 커다란 카페치고는 손님들이 없어

편안한 마음으로 카페 내부사진을 찍고

테라스 앞 탁자에 앉아

담배를 피우면서 느긋하게 냉커피를 마신다.

 

 카페를 나와 셔틀버스를 타고 안동 하회마을로 간다.

셔틀버스 안도 관람객들로 만차이다.

하회마을 입구에 도착하고...

하회마을 안의 한옥교회를 찾아 골목길 안으로 들어간다.

 

 

 나는 안동 하회마을은 자주 왔었는데,

이렇게 한옥으로 지어진 예배당이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

너무 안쪽에 숨어있는 듯이 있어서 모르고 지나친 것 같다.

그런데 언젠가 시인이신 초희님의 블로그에서 이곳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하회마을에서 제일 먼저 한옥예배당을 찾아 나선다.

반듯한 기와집의 한옥예배당

그 옆의 높다란 종탑도 보기 좋다.

 

 

 한옥예배당을 사진기에 담고 골목길을 통해 안쪽으로 들어서니,

담장 사이에 놓여진 나무와 가로등이 보인다.

안동 하회마을을 갈려고 준비하면서

내 나름대로 안동 하회마을을 어떻게 쓸까 고민을 했는데,

이런 담장과 나무와 가로등을 보면서

그 해답을 조금은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사람과 나무와 가로등이 함께 어울리는 곳, 하회마을

나무에 대한, 가로등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면,

결코 이런 모습을 볼 수 없을텐데...

하회마을에 대한 여러 생각들이 겹쳐온다.

 

 

 나는 원래 단풍이 한창일 무렵에 안동 하회마을에 오고 싶었는데,

기찻표를 구하지 못해서 단풍철을 다 보내고

11월 말에 오게 되었다.

안동으로 오면서 단풍에 대한 아쉬움 대신에

춥지는 않을까 또 다른 걱정을 하였는데,

내가 안동하회마을을 갔을 때에는

화창한 날씨에 기온도 높아

잠바를 벗어 배낭에 집어넣고 다녔다.

 

 하회마을 최초로 지어진, 풍산류씨 대종택 양진당을 구경하고

서애 류성룡 선생님의 종택인 충효당에 이른다.

충효당 앞마당에는 몇년 전에 영국의 엘리자베스2세 여왕님의

안동 하회마을 방문을 기념하는 구상나무가 심어져 있고...

안동 하회마을에서 양진당과 충효당이

안동 하회마을의 중심인 것 같다.

충효당 안에는 만지송이라는 밑둥부터 가지가 여러개로 펼쳐진 소나무가 심어져 있고...

 

 

 

 

 

 

 충효당 대문에는 방으로 국태민안이라는 글자가 써 있다.

나도 아산 외암 민속마을, 순천 낙안읍성, 용인민속촌 등등

여러 민속마을을 돌아다녔는데,

대문 앞에 이런 글을 적여 놓은 곳은 이곳이 처음이다.

특별한 하회마을

정말 하회마을의 정신, 그런 것이 있다면

대문 앞의 네 글자처럼

국가에 충성하고,

부모님께 효도를 하고,

만백성이 편안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

그런 것이 하회마을의 정신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을 꽉 채웠던 글자 네 자, 국태민안

 

 충효당을 나와

강변 옆의 만송정을 지나고

나룻배를 타고 강 건너편으로 간다.

넓은 모래사장을 거쳐

부용대에 오르기 위해 산길을 오른다.

내가 맨처음 안동 하회마을에 왔을 때에는

부용대에 오르지 못했다.

부용대에 대해 알지 못했기에

부용대를 오르지 못한 것이다.

여행을 다녀와서 부용대에서 안동 하회마을이 전체적으로 보인다는 사실을 알고나서

얼마나 억울하고 분했던지...

아는 만큼 보인다고

알지 못하면 결코 볼 수 없는 것들

그런 분함 때문인지 그 다음 해에 안동 하회마을을 또 갔다.

산길을 오르면서 그 때의 일이 제일 먼저 떠올랐고,

또 하나의 생각이 드는데,

선비에 대한 생각 하나

조선시대 선비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글을 익히고,

책을 읽고

과거시험을 치르고

관리가 되는 일련의 과정들...

그런 선비들에게 과거시험은 큰 일이었겠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당쟁과 사화가 많았던 조선시대에

관직에서 물러나 낙향하는 일도 그 만큼 중요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어느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선비가 해야할 일 세가지

평생을 책을 읽어야하고,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책에서 배운 지식들을 조선 땅에, 현실에 적응을 시켜야하고,

마지막으로 평생을 배운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책을 만들어야하고...

실제로는 말로만 선비였던 껍데기 선비도 많았겠지만...

선비의 고장 안동, 하회마을에서 선비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들이 두서없이 떠올라진다.

 

 

 부용대에 오르다.

부용대에서는 안동 하회마을이 넓게 펼쳐져 보인다.

시원스런 전망

마을 뒷편의 산이며, 둥그런 마을이며, 소나무숲이며,

마을 앞을 휘돌아 돌아가는 낙동강이며...

모든 것들이 정겨운 모습으로 내려다보인다.

안동 하회마을의 특급 전망대

 

 

 부용대를 내려오고

화천서원을 지나

옥연정사에 이른다.

옥연정사는 찻집으로 꾸며져 있다.

부용대에서 내려오면서 이곳에서 차 한잔 마시고 싶었는데,

뱃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그냥 지나친다.

 

 옥연정사 안내문을 읽는다.

탄홍스님이 낙향하신 류성룡 선생님이 머물 집을 마련하기 위하여

물자와 함께 손수 앞장서서 이 집을 지었다는 이야기

조선시대 유교와 불교는 양립관계가 아니라 주종관계였다는데,

양반집 자제들이 술 먹고 절에서 깽판을 부리면

그 자제들을 막을 수 있는 사람들이 절에는 없어서

마을을 떠나 산 속 깊숙한 곳에 절을 세웠다는데...

스님과 류성룡 선생님의 이야기가,

유교와 불교의 이야기가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하회마을의 하회이야기

이곳에서 류성룡 선생님은 임진왜란에 관한 책 징비록을 써서

더욱 뜻깊은 곳으로 다가온다.

 

 옥연정사를 내려와

나룻배를 타고 낙동강을 건너고

하회마을을 나와 46번 안동역행 시내버스를 타고 하회마을을 떠난다.

이번에도 버스 안은 어김없이 만차이다.

앉을 자리가 없고 서 있기조차 힘든 버스 안

풍산읍을 지나고 창 밖으로 넓은 빈논이 펼쳐져 있다.

이 곳 사람들, 안동사람들은 이 들판을 풍산평야라고 부른다고 한다.

전라도의 평야지대에 비하면 평야라는 이름이 쑥스러울 정도인데...

그럼에도 이 곳 사람들은 계속 평야지대라고 우긴다.

또 다른 안동 사람들의 고집이고 자부심이겠지만...

창 밖으로 보이는 빈 들판, 풍산들녘을 바라보면서

비록 평야라고 하기에는 턱없이 작은 평야지대이기는 하지만,

이 평야가 있슴으로 해서

안동 하회마을이,

안동이 양반마을로 더 나아가서는 정신문화의 수도라는 거창한 이름을 얻을 수 있었던

밑바탕, 하부구조라는 점에서 나도 평야라는, 풍산평야라는 말에 한표를 던진다.

 

 안동역 버스정류장에서 내리고

도로를 건너 안동 문화의 거리에 들어선다.

골목길 안쪽의 식당에 들어가

안동 고등어를 먹는다.

안동의 유명한 음식 중의 하나

고등어는 서울에서도 먹지만,

식당에서 사먹는 고등어구이로는

영주 부석사 앞 식당과 안동 문화의 거리 식당에서 먹는 고등어가 제일 맛이있다.

 

 거한 저녁을 마치고

식당 앞의 카페를 찾아 들어간다.

이 곳도 새로 생긴지 얼마 안되었는지 좀 휑한 느낌이 든다.

한쪽 벽면에 고양이 사진들로 가득찬 카페

이 카페를 운영하시는 부부사장님은

수원에서 안동으로 오셔서 카페를 열었다고 말씀을 하신다.

왜 수원에서 안동까지 내려오셨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였는데,

물어보는 것은 예의가 아닐 것 같아 꾹 참는다.

카페 안에서 시원한 냉커피를 마시고 카페를 나온다.

 

 

 

 카페를 나와

안동 문화의 거리를 지나가면서 보았던 맘모스제과를 사진 찍기 위하여

맘모스제과를 찾아간다.

이 빵집은 안동에서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도 유명한 빵집이라고 한다.

다른 님들의 블로그를 통해 알았는데,

군산의 이성당, 전주 한옥마을의 풍년제과, 대전의 성심당과 함께

전국 4대 빵집이라고 한다.

저녁을 너무 많이 먹어서, 배불러서

빵은 사 먹지 못하고 사진만 찍는다.

이 곳은 벌써 크리스마스 트리와 장식물로

성탄 분위기가 물씬 난다.

아직 성탄은 멀리 남았는데...

한 해의 마지막 감사축제

 

 맘모스제과에서 사진 찍기를 마치고

가까운 모텔을 찾아 빵집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