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당일치기 원주 여행기

자작나무1 2015. 2. 8. 20:20

 오늘은 원주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는 날

아침에 일어나는데, 일어나기가 힘들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5분만, 5분만

그렇게 일어나기를 미룬 채 누워 있다가 겨우 일어난다.

씼고, 밥 먹고, 가방을 챙겨 집을 나선다.

밖은 어둡고

부지런히 신도림역으로

신도림역에서 전철을 타고 청량리역으로 간다.

청량리역에 도착

지난 11월달에 안동에 가기 위해 왔던 청량리역

그날 아침처럼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밖에 나와 담배 두대를 피우고...

대합실 의자에 앉아 남북의 창이라는 TV를 본다.

내 뒤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인솔자의 이야기를 듣고...

어느 여행사를 통해 모인 사람들이 출석체크와 오늘 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이들은 원주역에서 버스를 타고 월정사와 대관령 양떼목장으로 간다고 한다.

이렇게 여행사를 통해 단체로 다니는 것이 하나의 여행 패턴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같이 개인이 기차표를 끊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고...

저번 안동여행도 기차표를 못 구해 한달이나 넘어서 가게 되었고...

그에 비해 이번 원주여행은 쉽게 기차표를 구할 수 있었다.

아마도 구정 연휴가 있어서,

구정 앞에 여행을 삼가는 사람들 덕분에 쉽게 기차표를 구할 수 있었다.

시간에 맞춰 기차 플랫폼으로 내려가고

기차에 오른다.

내 생각과는 달리 기차는 만석이다.

기차는 출발하고(08:25)...

서울 도심을 지나 덕소와 양수리, 양평을 지나고...

지난번에 예쁜 간이역 사진을 찍었던 석불역을 거쳐...

한시간 20분 정도 달려 원주역에 도착한다.

역을 나오면서 멀리 치악산을 바라보았는데,

날이 흐려 치악산은 보이지 않는다.

원주... 치악산이 있는 도시

내가 춘천에 살 때에는 원주에 자주 놀러왔다.

강원감영에도 가고, 치악산 구룡사에도 놀러가고...

역 입구의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다시 담배 두대를 피우고

역 입구의 버스정류장에서 52번 간현역행 시내버스를 타고 원주 시외고속버스터미널 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재작년이었던가

아는 형이랑 태백에 가기 위해 동서울 종합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가는데

그 날이 마침 5월 연휴의 첫날이라 아침부터 길이 막혔고

동서울종합버스터미널에서 원주시외버스터미널까지

장장 5시간 이상 걸렸다.

어쩔 수 없이 원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에서 내려

근처의 식당에서 닭갈비를 먹고 옆의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던 기억들...

형은 도저히 못 가겠다고 다시 서울로 올라가시고

나는 원주고속버스터미널에서 강릉으로

다시 강릉에서 시외버스로 태백까지 갔던 일들

서울에서 태백까지 무려 12시간을 버스 타고 갔던 일들...

지난 일들이 두서없이 떠올려지고...

시외고속버스터미널 건너편의 버스정류장에서

회촌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기다린다.

한참을 기다려도 버스는 오지 않고...

찬바람에 날씨도 쌀쌀하고...

원주는 서울보다 더 춥다.

한참을 기다려 회촌으로 가는 31번 귀래행 시내버스가 들어온다.

버스에 올라타고...

요즘 전국적으로 교통카드 하나로 다 버스를 탈 수 있는데,

원주는 아직도 교통카드가 되지 않는다.

일일이 돈을 꺼내 버스요금 천삼백원을 낸다.

나를 태운 버스는 원주시내를 지나고...

남원주를 거쳐 충주방향으로 내달리고...

한참을 달려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 안으로 들어간다.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는 이번이 처음이다.

캠퍼스 입구에는 커다란 저수지가 있고,

이 겨울에 꽝꽝 얼어있다.

산 밑에 붉은 벽돌로 지어진 단정한 건물들

주위가 조용해서 공부는 잘 될 것 같다.

앞의 산세가 예사롭지가 않다.

백운산일까...

버스는 미촌 버스정류장에 서고...

운전기사님이 여기에서 내려 언덕을 올라가라고 말씀을 해 주신다.

버스에서 내리니, 회촌마을 이정표가 있고

언덕 위를 올라가자

과수원 안의 커다란 개가 나를 보고 멍멍 짖는다.

그래 실컷 짖어라

나는 내 갈길을 가련다.

과수원을 지나고 토지문화관 앞에 다다른다.

이번에는 전깃줄 위의 까마귀들이 시끄럽게 우짖는다.

주위의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내가 찾는 박경리 문학공원은 안내도에도 없고

산 아래 토지문화원이라는 건물만 나타난다.

한참을 마을 아래로 들어가 찾아보아도

박경리 문학공원은 보이지 않고...

혹시나 하는 생각에 토지문화원 안으로 들어간다.

입구에는 이곳은 외부인의 출입을 삼가해 달라는 팻말에

한참을 서성이다가

안에 들어가 누군가에게라도 박경리 문학공원에 대한 위치를 물어 볼려고

안으로 들어간다.

입구에는 박경리 선생님의 흉상과 토지책들이 진열되어 있고...

한참을 기다린 후에 그곳에서 근무하시는 사람을 만나

박경리 문학공원에 대해 물어본다.

그 곳에 근무하시는 분은 이 곳은 토지 문화관이고

박경리 문학공원은 강원감영 버스정류장에서 2번 버스를 타고 가다가

단구초등학교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찾아가라고 일러 주신다.

나는 원주여행을 준비하면서

토지 문화원이 박경리 문학공원인 줄 알았는데,

원주에는 따로따로 건물이 있는 것이었다.

이런 낭패가 있나...

당일치기 여행에서 오전시간을 까먹게 되었다.

 

 

 

 토지 문화원에서 근무하시는 분의 말씀을 듣고

부지런히 토지 문화원을 나와

회촌 시내버스 종점으로 간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하나...

버스종점에서는 원주시내로 나가는 시내버스가 막 출발하려고 한다.

내가 버스에 오르자마자 버스는 출발이다.

34번 장항리 공영정류장행 시내버스

버스는 아침에 왔던 길을 되돌아

원주시내로 들어서고

풍물시장 입구의 버스정류장에 내린다.

원주 풍물시장은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다.

하긴 시장에 사람들이 없으면 시장이 아니지...

그럼에도 시장에도 사람들이 적은 그런 경우도 많이 보아서...

사람들로 북적이는 풍물시장 안이 흥겹게 보인다.

원주의 경기는 그 나마 나은 것 같다.

내가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느낀 것 중의 하나가

원주와 전라북도 전주가 인구도 꾸준히 늘고 도시도 커지면서

도시 자체의 활기가 보였다.

버스정류장에서 도로를 건너고

강원감영을 가기 위해 골목길을 지나가는데,

예쁜 카페가 보여

이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이 카페에서 커피를 마셔야지 하는 야무진 생각을 가진다.

요즘은 뭐가 뒤바뀌었는지

식당을 먼저 찾고, 그 다음에 카페를 찾는 것이 아니라

예쁜 카페를 찾은 후에 그 주변의 식당을 찾는다.

골목 안에 엄마손맛밥상이라는 식당이 보여

그 식당으로 들어간다.

ㅁ자형 식당 안에는 커다란 난로가 놓여있고

안과 밖에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식탁이 놓여있다.

메뉴판에 백반이 있어서 무조건 백반을 시킨다.

강원도에서 백반이 메뉴인 경우는 드문 일인데 하면서...

나는 여행을 다니면서 식당에 백반이나 정식이 있으면

다른 음식들은 제쳐두고 백반이나 정식을 먹는다.

그 지역의 음식을 맛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고

가격도 싸고 그래서...

먹고 나서 맛있으면 내 나름대로

목포백반, 경주정식, 원주백반 이런 식으로 이름을 붙인다.

이 곳 음식도 맛있고 푸짐하다.

전라도가 아닌 강원도에서 이런 푸짐한 반찬들을 만나기도 힘든 일인데

음식들도 다 괜찮고 맛있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 만난 맛있고 푸짐한 백반

아침에 일이 꼬여 마음이 안 좋았는데,

이곳에서 밥을 먹으면서 안 좋았던 마음들을 다 푼다.

꼬인 감정까지 풀어주는 맛난 점심식사

내 말을 확증하기 위해 사진도 첨부한다.

원주백반

 

 

 

 원주백반으로 맛있게 배불리 점심을 먹고

그 옆의 예쁜카페 "Santiago"로 간다.

카페에서 일하시는 사장님은 젊은 여성분이고

그래서 그런지 카페 안도

젊은 여성의 손길을 거친 듯

카페 안의 소품들이 작고 앙증맞다.

주변에는 작은 화분에 작은 식물들이 자라고 있고...

화분들이 많아 그것을 돌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겠다는 걱정마저 든다.

이 카페에서 카푸치노 한잔 마시고 카페를 나와

길 건너편의 강원감영으로 간다.

 

 

 

 강원감영은 내가 춘천에 살 때부터 자주 왔던 곳이다.

언젠가는 아는 형이랑 원주에 와서 이 곳을 들렀던 적도 있다.

강원감영

내가 어렸을 때에는

원주 사람들은 역사적인 사정으로 보아도 그렇고

강원도 전체적인 위치에서도

원주가 중앙이라

강원도의 도청소재지를 원주로 옮겨야 한다는 말들이 있었다.

도청소재지를 옮기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닐텐데...

나는 강원감영에 자주 왔는데

이 곳에 오면 이 일들이 제일 먼저 떠올려진다.

역사적인 사실들을 근거한다면

당연한 말일 것이다.

실제로 강원도도 강릉과 원주가 합쳐 이루어진 말이니까...

강원감영의 정문격인 포정루를 사진 찍고

포정루 아래로 해서 강원감영 안으로 들어간다.

넓은 터 안에는 강원감영의 여러 부속건물들이 있고

중앙에는 조선시대 강원도 관찰사의 집무실 역할을 했던 선화당이 당당히 세워져 있다.

커다란 선화당을 보면서

지난번 대구 경상감영공원에서 보았던 선화당이 떠올려지고...

선화당 뒷편에는 600년 된 느티나무가 자라고 있다.

 

 

 

 

 

 강원감영을 나와 강원감영 버스정류장에서

토지 문화원에서 근무하시는 분이 말씀해 주신대로

2번 시내버스를 기다린다.

얼마 안 있어 2번 관설동행 시내버스가 들어오고

버스를 타고 가다가 단구초등학교 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단구초등학교 버스정류장에 내리면서

여기가 단구동이구나 그런 생각을 한다.

예전에 내가 학교에 다닐 때

원주 단구동에 사셨던 3년 선배가 있었다.

그 선배 친구들은 그 선배한테

단구동, 행구동 이런 식으로 별명을 지어 불렀다.

선배 친구들이 그 선배에게

단구동으로 부를까, 행구동으로 부를까 그런 농담을 했는데...

오래전 일들이 엊그제 일처럼 떠올라진다.

그 당시에 단구동과 행구동은 치악산 아래의 시골마을로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원주 중심가의 번듯한 동네이다.

버스정류장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박경리 문학공원을 찾아간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문학공원이 있다니...

오전에 그 먼 토지문화원을 가지 않고

바로 이곳에 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 만큼 시간을 벌어 다른 곳들도 가볼 수 있었을텐데...

이런저런 아쉬운 생각들을 하면서 박경리 문학공원으로 간다.

문학공원 입구에는 박경리 문학공원이라는 커다란 표지석이 있고

제주에서 보았던 검은 돌담 사이로 길이 나 있다.

박경리 기념관이 우뚝하고

기념관 안으로 들어가 이것저것 전시물들을 본다.

내가 소설 토지를 읽지 않아서 그런지

토지 관련 전시물보다는

벽에 걸려 있는 짧은 글에 더 관심이 간다.

박경리 선생님은 소설가이면서 시인이셨다.

 

 

 

 짧은 글들이 내 마음에 와 닿는다.

특히나 마지막 두 문장은 너무나 맘에 든다.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젊은 날에는 왜 그것이 보이지 않았을까"

이 문장은 나중에 내 글로 가져올 생각이다.

 

 

 이 글도 마지막 문장이 명품이다.

정말 욕심도 나이도 다 내려놓은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글이 아닌가 싶다.

 

 

 

 나는 이 글이 참 마음에 든다.

이 글을 읽으면서 박경리 선생님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책상에 앉아 글을 써야 하는데,

생각처럼 글이 써지지 않고 막히고...

답답한 생각에 마당으로 나와도 글에 대한 미련을 접을 수도, 잊을 수도 없고...

그런 박경리 선생님의 마음을

중국의 사마천에게 기댄 것은 아니었는지...

남자가 남자를 잃은 천형

그 와중에도 글을 써야만 했던 사마천

글 쓰는 자의 슬픈 운명, 숙명 그런 것들이 떠올라진다.

 

 

 

 박경리 기념관을 나와

기념관 위의 박경리 선생님 옛집으로 올라간다.

평범한 2층 양옥집

이 집에서 토지 3,4부를 완간하셨다고 한다.

너무나 평범한 집이라 좀 실망스럽기도 하고...

사진 속의 박경리님처럼

집도 평범하고 수수하다.

오늘은 단체손님들이 오셔서

그 안도 구경할 수 있다고 안내하신 분이 말씀해 주신다.

아침에 고생한 보답인가 보다

안에 들어가 내부도 살펴보고...

기념관에서 읽었나

박경리 선생님은 이 집에서 글을 쓰시다가 글이 더 이상 써지지 않으면

마당으로 나와 직접 호미를 들고 마당을, 화단을 가꾸었다고...

그래서 박경리 선생님의 손은 시골 농부님처럼 투박했다고...

그런 손을 보시고,

최일남 소설가님은

박경리 선생님의 손은

글을 쓰는 손이자 노동을 하는 손이며

그 손의 무게는 같다는 글을 쓰셨다.

 

 

 볼 것 많은 박경리 문학공원을 나온다.

나무로 만든 전봇대 사이로 내려오는데,

저 건너편으로 치악산의 연능이 보인다.

아, 맞다.

박경리 선생님의 옛집 마당에서는 치악산이 보인다.

그래서 이 집을 선생님의 집으로 정했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마당 앞에서 치악산 능선들을 바라보면서

쓸씀함도, 외로움도, 고단함도 달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들...

 

 다시 단구초등학교 버스정류장으로 와서

신림역으로 가는 21번 시내버스를 기다린다.

그런데 내가 기다리는 버스는 좀처럼 오지 않는다.

한참을 기다려도 버스는 오지 않고...

택시를 타고 갈까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이곳에서 신림역까지 거리가 만만치 않아

택시요금도 많이 나올 것 같아 망설여진다.

이런저런 망설임 속에 건너편으로 21번 시내버스가 지나가고...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외숙모 말씀이 불쑥 떠올라진다.

건너편으로 버스가 지나가면

그 다음에 그 버스가 앞으로 온다는 말씀

오래 전의 외숙모 말씀을 따라 또 한참을 기다리니,

그제서야 내가 기다리던 21번 학산행 시내버스가 들어온다.

그 때의 반가움이란...

버스에 올라타고 신림역으로 간다.

많은 버스들이 정차해 있는 관설동 버스종점을 지나고...

치악산과 백운산 사이의 좁은 계곡

금대계곡을 끼고 버스는 좁은 언덕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항상 기차나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지나가면서

아래의 계곡길이 궁금했는데,

이런 곳이었구나 싶은 마음이 든다.

한 때는 금대유원지에서 치악산을 많이 오르곤 했는데...

원주에 와서 이곳저곳 잘도 돌아다닌다.

금대계곡을 따라 오르다가 치악재 450m에 이르고

조금 더 지나가자

앞이 확 뚫리면서 신림면이 나타난다.

좁았던 시야가 확 트이는 순간

풍수는 몰라도 이 곳만은 길지가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고...

넓은 평지가, 신림고원처럼 다가온다.

나의 기분도 좋아지고

나의 기분을 알았는지

버스 안의 라디오에서는 테이의 "사랑은... 향기를 남기고"라는 노래가 나온다.

버스 안에서 나 홀로 그 노래를 따라 부른다.

버스는 신림면사무소를 지나 신림역 앞에서 정차하고

버스에서 내려 신림역을 사진 찍기 위하여

얕은 언덕길을 오른다.

길 옆의 앙상한 은행나무길

언덕길을 오르면서 이 길은

영주의 부석사 오르는 길과 느낌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신림역에 도착

신림역을 사진기에 담는다.

뒤의 키 큰 전나무를 사진기에 담기 위해 뒤로 물러서고...

신림역은 전에 여주에 사시는 금모래은모래님의 블로그에서 보았었다.

그 사진들이 너무 맘에 들어

원주여행을 준비하면서 인터넷으로 대중교통을 찾아보니,

원주역에서 신림역까지 가는 시내버스가 2개나 있어 찾아오게 되었다.

역 안으로 들어가 사진을 찍고 있는데,

역무원 아저씨가 나오셔서 지금 버스를 타지 않으면

버스가 없다고 말씀을 해 주신다.

고맙게도...

그래서 사진 찍기를 멈추고 화장실에 들렀다가

다시 아래로, 버스정류장으로 뛰어 내려가는데,

그런 나의 입장을 아는지, 모르는지

21번 시내버스는 내 시야를 지나쳐 멀리 사라져간다.

아니 이럴 수가...

한참 동안 버스정류장에서 원주로 나가는 택시를 기다리고...

이곳은 원주 시내에서도 오지에 가까운 곳이라 택시는 보이지 않고...

어쩔 수 없이 신림면사무소까지 걸어가기로 맘을 먹는다.

세시간을 기다려 기차를 타고 가는 것도 그렇고...

차들이 쌩쌩 달리는 도로 옆으로 걸어간다.

좀 전의 버스에서 들었던

테이의 "사랑은... 향기를 남기고"를 부르면서 도로길을 걷는다.

한동안 몰랐던 추위가 나에게 달려들고...

산 속이라 그런지 이곳의 추위는 맵다.

장갑을 꺼내 끼고...

한참을 신림면 방향으로 걷는데

커다란 지프가 내 앞을 지나치더니만,

다시 백을 한다.

무슨 일인가 하니,

지프를 운전하시는 분이 혹 아는 사람인가 해서 백을 했다고 말씀을 해 주신다.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는

나한테 어디까지 가느냐고 물으셨고

내가 신림면사무소 앞까지 간다고 하니까

타라고 차문을 열어 주신다.

아니, 이렇게 고마울 수가...

그러고 보면 우리 주위에는 좋은 사람들이, 고마운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런 이유로 문제 많은 우리 사회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이고...

그 분의 차를 타고 편하게 신림면사무소 앞의 버스정류장에 도착하고

버스정류장에서 원주로 나가는 24번 장양리행 시내버스를 기다린다.

얼마 후에 장양리행 시내버스가 들어오고

버스에 올라타고 원주역으로 간다.

 

 

 

 나를 태운 버스는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나가고...

오후시간에도 사람이 많은 풍물시장을 지나 원주역에 도착한다.

다행히 서울로 올라가는 기차시간까지는

30분 정도의 여유가 있어

편의점에서 커피우유를 사

역 옆의 흡연장소에서

우유를 마시면서 담배 2대를 피우고...

역 대합실에서 5시 뉴스를 보다가 기차시간에 맞춰

승강장으로 간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 기차가 들어오고

기차 안의 좌석을 찾아 앉고

창 밖으로 치악산을 찾아본다.

오늘 날씨가 아침과 저녁에는 흐리고

오후에 잠깐 날이 좋았었다.

창 밖으로 내가 보고 싶어하던 치악은 보이지 않고...

기차는 출발시간에 맞춰 움직이기 시작한다.(17:35)

 

 2년 전이었던가

아는 형이랑 영주의 부석사를 보기 위해 당일치기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그 때 영주의 부석사와 소수서원과 양반촌을 둘러보고

저녁 때 풍기역에서 기차를 타고 청량리로 가면서

원주를 지나면서 창 밖으로 어두워지는 치악산을 보면서

썼던 글이 떠올라진다.

 

 

 

 치악을 지나며...

 

 형과 함께 영주의 부석사와 소수서원을 둘러보고

 풍기역에서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서울로 되돌아가는 길

 

 초겨울의 짧은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기 시작하고

 우리를 태운 기차는 단양과 제천을 지나 원주로 접어들고

 창 밖으로 석양에 비춘 치악이 붉게 물들고 있다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접어든 시기

 치악은 이미 겨울로 접어들고 있다

 비로봉은 흰눈을 씌고 있고

 나무들도 잎을 다 떨구고

 겨울채비에 들어가 있다

 산밑둥치에 낙엽송만이

 붉은 잎을 매단 채

 가는 가을을 아쉬워하고 있다

 

 기차는 원주를 지나 양평으로 내달리고

 해는 서산으로 완전히 넘어가고

 어느새 치악은 어둠 속으로 멀어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