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1박2일 4월의 여수여행기... 둘쨋날... 수 많은 돌거북이가 많은 향일암

자작나무1 2015. 4. 14. 08:49

 어제는 저녁 때 비가 내려서 돌아다니기를 일찍 마치고 여관으로 들어왔다.

밤새 자는 동안 비는 내리고...

빗소리에 빠져 잠을 잤다.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창문을 열고 밖을 쳐다보니,

다행히 어제의 비는 그쳐 있고

흐린 하늘이 펼쳐져 있다.

TV를 켜고 KBS 영상앨범 산을 본다.

가족들의 산행이야기

이 가족들은 10년 넘게 가족들끼리 산에 다녔고

산행기를 블로그에 올린다고 한다.

가족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산에 오르는 모습도 보기 좋고...

통영 지리산 뒤로 펼쳐진 바다와 섬들도 보기 좋다.

봄산, 봄섬, 봄바다...

아버지에 이어 블로그에 산행기를 올리는 큰딸의 말이 마음에 남는다.

산에 올라와 산에 올라온 길을 되돌아보면,

그 길이 어느 무엇보다도 정직해 보인다는 말

다음날은 지리산 맞은편의 칠현산을 가족들이 함께 오른다.

영상앨범 산을 보고 씼고 모텔을 빠져 나온다.

모텔 건너편의 가까운 식당에서 금풍생이구이로 아침을 해결한다.

금풍생이는 이름만 들었지 실제 먹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어제 서대회 비빔밥도 마찬가지이지만...

금풍생이는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에 못생긴 생선이고,

안에 굵은 가시가 있어 고기를 발라먹는데 애를 써야했다.

힘들게 고기를 발라먹었는데, 고생한 만큼 맛은 없다.

서울에 올라와도 그리 인기를 못 끌 것 같다.

여수의 향토음식으로 한번 먹는 것은 모르겠지만...

식당을 나와 이순신광장 건너편의 외환은행 버스정류장에서 향일암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기다린다.

한참을 기다려도 버스는 좀처럼 오지 않고...

등산가방을 맨 사람들은 진달래 명산 영취산을 가시는지 정류장 주변에 많이 보인다.

오랜 기다림 끝에 향일암으로 가는 111번 향일암행 시내버스가 오고...

버스에 올라탄다.

나는 항상 향일암에 갈 때에는 외환은행 버스정류장에서 향일암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기다릴 때 마다 한번도 빨리 온 적이 없고, 한참을 기다려야만 게으르게 버스가 왔다.

나를 태운 버스는 여수시내를 지나고,

내가 어제 걸어서 건넜던 돌산대교를 넘어

가로수로 심어진 벚꽃이 예쁘게 핀 돌산청사를 지나

돌산섬 안으로 들어간다.

간간이 바다가 보이고...

바다를 지나 고개를 넘자 둔전이라는 마을이

산으로 둘러쌓인 산골마을이 나타난다.

다시 커다란 고개를 넘자 더 큰 마을이 나오고

이 마을이 돌산의 중심지인 것 같다.

마을을 지나가는데, 밭 중앙에 몇개의 무덤이 보인다.

전에 지나다닐 때에는 이런 무덤을 보지 못했는데...

밭 중앙의 무덤을 보면서 전에 읽었던,

김훈님의 "자전거여행"에서 읽었던 이야기가 바로 떠올라진다.

 

 " 전남 여수의 어떤 무덤들은 보리밭 한가운데 들어앉아 있다.

  마을 사람들한테 물어보니까 그 무덤은,

  살아서 한평생 그 밭을 갉아먹던 부부의 무덤이라고 한다.

  어떠한 삶도 하찮은 삶은 아닐 것이었다.

  살아있는 동안의 기쁨과 눈물이,

  살아서 갉아먹던 밭 속에서 따스한 젖가슴 같은 봉분을 이루는 죽음은,

  죽음이 아니라 삶의 중요한 부분인 것처럼 보인다."

 

 버스는 바다를 끼고 한참을 달려 향일암 아래 버스종점에 멈춘다.

버스에 내려 경사길을 오르고

암자로 올라가는 급한 계단길에 선다.

 

 

 

 

 계단길 한편에는 예의 반질반질한 기름칠을 한 것 같은 푸른 동백잎과 붉은 동백꽃

비를 맞아 지저분해진 떨어진 붉은 동백꽃으로 어지럽고...

긴 계단길을 천천히 오른다.

향일암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비좁은 바윗굴을 지나고...

암자에 이른다.

오늘은 날이 흐려 바다쪽 전망은 그다지 좋지 않다.

암자로 들어서자 제일 먼저 큰 돌위에 작은 돌거북이들이 한쪽방향으로 서 있다.

수 많은 돌거북이가 많은 향일암

 

 

 

 

 좁은 터에 많은 전각들

좁은 길 위에는 많은 사람들로 사진 찍는 것도, 길을 걷는 것도 쉽지 않다.

나는 예전부터 향일암을 좋아했다.

좁은 절, 넓은 바다를 가진 절

그래서 서울에서 어려운 일을 당하면 제일 먼저 향일암이 떠올려지곤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아마도 대웅전이 화재를 당한 이후에는

향일암이 예전의 향일암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향일암이 바뀌어서 그런 것인지...

내 마음이 바뀌어서 그런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돌거북 사진을 찍고...

바다쪽으로 와서 아래의 임포마을을 내 사진기에 담는다.

사람들로 정신없는 향일암을 나와

편한길을 따라 향일암 아래 시내버스 종점에 선다.

버스시간이 아주 많이 남아 있어

의자에 앉아 배낭에 있던 소설책을 꺼내 읽고...

한참을 기다린 후에 여수시내로 나가는 11번 미평행 시내버스가 들어온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버스에 올라타고...

창 밖을 보면서 간다.

가없는 바다가 보이고...

이번에는 뜬금없이 김추자님이 부르신 "무인도"라는 노래가 떠올라진다.

 

  "파도여 슬퍼 말아라

   파도여 춤을 추어라

   끝 없는 몸부림에 파도여 파도여 서러워 마라

   솟아라 태양아 어둠을 헤치고 찬란한 고독를 노래 하라

   빛나라 별들아 캄캄한 밤에..."

 

 웬지 비장해 보이면서도 희망찬 노래

마음 속으로 이 노래를 부르면서 여수시내로 들어간다.

돌산청사를 지나가면서

벚꽃 사이로 제 집처럼 터를 잡은 직바구리도 보이고...

돌산대교를 건너고

아침에 버스를 탔던 외환은행 앞 버스정류장 건너편의

이순신광장 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다시 골목으로 들어가 이번에는 서대회 무침으로 점심을 먹는다.

어제 점심은 서대회 비빔밥이었는데,

이번에는 그냥 서대회 무침으로 먹는다.

항상 여수에 오면 그리 맛있는 식사를 했던 경우가 적은 편이었는데,

어제와 오늘은 식사를 맛있게 잘 먹었다.

여수여행에서 만난 행운 중의 하나이다.

밥을 먹고 도로 건너편 여수시내의 예쁜 카페를 찾아간다.

아침에 향일암행 시내버스를 기다리면서 발견한 카페

카페 "IN"

넓은 통유리에 하얀색 테두리 그 안의 카페이름이 검은 글자로 씌여 있다.

뭔가 현대적이고 세련된 느낌의 카페

내부도 흰 벽면에 단순한 장식물들로 카페를 잘 꾸며 놓았다.

 

 

 

 

 카페 IN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나와

그 옆의 진남관을 찾아간다.

진남관은 임진왜란 당시 전라좌수영의 군영이다.

진남관 앞에서 바라보는 이순신 광장과 여수 앞바다가 보이고...

계단을 올라가면 크고 긴 건물이 늠름하게 서 있다.

전쟁을 치르기 위한 건물

이순신 장군님이 전쟁을 지휘하고 작전을 논의하시던 곳

위풍당당한 진남관을 둘러보면서 사진을 찍고

진남관 앞의 여수 석인상도 내 사진기에 담는다.

 

 

 

 

 

 

 진남관을 내려와 이순신 광장으로 간다.

도로 중앙에는 커다란 이순신 장군님의 동상이 세워져 있고...

이순신 장군님의 얼이 깃든 도시, 여수

늠름한 모습의 이순신 장군님의 모습이 보기 좋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않으시고 최선의 선택을 찾을 수 있으셨던 장군님

무엇보다도 힘든 상황에서 꿋꿋이 조선을 지키주셨는데,

몇백년 후에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한 역사적 사실을 떠올리면

괜히 몸이 움츠려든다.

면목 없음

 

 

 이순신 광장을 지나 종포해양공원으로 간다.

여수는 바다 옆에 바닷길을 따라 기다란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여수시민들은 휴일 오후에 이런 곳에서 여유로운 시간들을 보내시면 좋겠다는 생각

오른쪽 끝으로는 돌산대교와 장군도가

앞에는 돌산도가

왼쪽 끝으로는 빨간 하멜등대와 해상케이블카가 보인다.

어제 해상케이블카를 탔을 때에는 통영의 한려수도 케이블카가 생각났는데,

종포해양공원에서 하늘 위의 케이블카를 보니까

아주 오래 전에 친구랑 함께 탔던

싱가포르에서 센토사섬으로 들어가는 케이블카가 떠올라졌다.

빨간 하멜등대를 보면서 등대쪽으로 걸어가면서 사진을 찍고...

바다 위로 유람선과 화물선과 고깃배가 지나가고...

주위의 사람들이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시고...

흐린 하늘 아래 바닷바람이 불어오고...

1박2일 여수여행이 서서히 저물어가는 시간,

조금은 아쉬운 마음 속에 하멜등대를 향해 걸어간다.

 

 

 

 

 

 하멜 전시관과 하멜 동상이 나타나고...

조선시대 일본으로 항해 중 배가 좌초되어 표류하다가

제주도에 도착한 하멜 일행

그 시대 낮은 관직을 얻어 말단 관리로 일을 하다가

모은 돈을 바탕으로 배를 구하고

끝내 일본을 거쳐 자기 고향 화란으로 돌아간 하멜

고향으로 돌아간 하멜은 하멜 표류기를 통해

유럽 대륙에 조선을 알리고...

하멜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하멜에 대한 이런저런 모습들이, 이야기들이 떠올라진다.

그 당시 조선에서 그를 이용해 유럽을 배우는 좋은 기회였는데,

그런 기회를 너무 쉽게 놓쳤다는 인상

은둔의 나라, 조선이 그려진다.

조선이라는 나라에, 소중화라는 이념에 갇혔던 조선

어쩌면 두차례의 전쟁을 치른 조선은

지치고 지쳐 외국에 대해 호기심마저 일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방파제를 통해 빨간 하멜등대에 도착

등대 자체는 참 예쁘다.

뭔가 빨간등대가 그 빨간색이 웬지 매력적이다.

바다와 함께 보면 더없이 멋있다.

하멜등대를 되돌아나와 어린이 놀이터가 있는 곳으로 간다.

놀이터 주변에는 예의 붉은 동백꽃을 매단 동백과

그 아래에 어지러인 널려진 붉은 동백꽃이 보인다.

이번 1박2일 여수여행은 한마디로 붉은 동백꽃 여행이다.

오동도에서 시작해 돌산공원, 향일암 입구,

종포해양공원 어린이 놀이터의 동백까지...

4월의 여수여행은 동백꽃 여행이었다.

 

 

 

 어린이 놀이터 입구에서 택시를 타고 여수 엑스포역으로 간다.

엑스포역에 도착

기차 시간까지는 한시간 정도 여유가 있어

어디를 갈까 주변을 돌아다닌다.

엑스포 공원도 있고, 역 뒤로 꽃밭도 보이고...

한참을 역 앞에서 서성이다가

예전의 시멘트 공장이었던 곳을

멋진 전망대로 만든 곳으로 간다.

입장료 2,000원을 내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간다.

전망대는 넓은 카페이다.

여수에서 만족스러운 카페를 보지 못해 섭섭했는데,

여행 마지막 시간에 멋진 카페를 발견해서 기쁘다.

스카이 카페

 

 

 

 

 

 이름처럼 사방으로 여수시내가 보이는데,

날이 흐려 멋진 전망을 내주지는 않는다.

다음에 여수에 오면 제일 먼저 찾아가야지 맘 먹는다.

사방을 돌아다니면서 창 밖 풍경과 카페 실내를 사진기에 담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마신다.

1박2일 여수여행의 마지막 시간에 건진 행운

그 행운에 행복해하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로 내려와 여수 엑스포역으로 들어간다.

역 안에서 얼마간의 시간을 보내고

기차 시간에 맞춰 승차장 안으로 들어간다.

기차에 오르고 내 좌석을 찾아 앉는다.

행신역행 KTX(19:05)는 정시에 출발을 한다.

 

 순천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어제와 오늘의 일정을 되새겨본다.

1박2일 4월의 여수여행은

나에게 있어

한마디로 붉은 동백꽃 여행이었다.

 

 기름을 바른 듯 매끈매끈한 푸른 동백잎과

빨간 등을 켠듯 붉은 동백꽃

바닥에 떨어진 붉은 동백꽃

너무나 아름다운 동백꽃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