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광주와 담양으로 1박2일 여행을 떠나는 날 (7월19일)
오늘은 광주로 가는 기차 시간이 여유가 있어
천천히 일어나 아침을 먹고
컴퓨터를 켜고
한동안 블로그의 내 글에 달린 댓글에 답글을 단다.
답글을 다 달고
푸른하늘(여행)님의 "[전주한옥마을] 전주는 천만관광시대<KTX>"을 읽고
느낀 점들을
"전주 한옥마을의 상업화에 대하여..."라는 글로 쓰고
컴퓨터를 끄고 집을 나온다.
아침 공기가 상쾌하다.
신도림역에서 영등포역으로 오고,
아직도 시간이 많이 남아
밖으로 나와 담배 두대를 피우고
대합실 의자에 앉아 YTN 뉴스를 본다.
시간에 맞춰 승강장으로 내려가고...
얼마 안 있어 광주행 ITX 새마을호가 들어오고
기차에 오른다.
출발 (09:48)
나를 태운 새마을호는 내가 사는 신도림과 수원역을 지나
평택역에 멈춰서고...
평택역을 지나면서 창밖으로 넓은 논들이 보인다.
7월의 햇살 아래 푸르른 빛을 띄우는 논들이
푸른 벼들이 일렬로 자라는 모습
잘 가꾸어진 정원 마냥 이뻐 보인다.
참 이쁘다.
기차는 서대전을 지나고
지난번에 고창을 가기 위해 내렸던 정읍역을 지나고
광주역에 도착한다.
광주역 안의 관광안내소에서 담양 소쇄원으로 가는 버스편을 알아보고
광주역 뒷편의 버스정류장에서 담양 소쇄원으로 가는 버스가 있다고 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가
광주역 뒷편으로 내려간다.
광주역 뒷편의 광주역육교 버스정류장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은 없고,
혼자 앉아 있으니까 좀 적적한 기분이다.
심심함에 주변을 둘러보니, 버스정류장 기둥에
누군가가 상세하게 그린 광주, 담양 교통지도가 그려져 있다.
상세하게 그려진 교통지도
보통 정성이 아니면 이런 지도를 그릴 수가 없을텐데...
낯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
그 정성이 그림 속에서도 느껴진다.
고마운 생각과 함께
아름다운 세상 어쩌구 그런 식으로 글을 썼으면서도
나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했나하는
반성이 들게한다.
고마움 만큼 나를 부끄럽게 했던 그림지도 한장
한참을 기다리는 내가 타고자 하는 버스
225번 화순 북면행 시내버스가 들어오고...
손님도 없는 버스 안으로 들어간다.
버스는 냉방이 잘 되어있어 시원하다.
나를 태운 버스는 말바우 시장과 문화동을 지나고...
손님들도 하나둘 차에 오르기 시작한다.
광주와 담양의 경계지역을 지나고...
담양읍 방향이 아닌 우측 도로로 들어선다.
얕은 야산에는 대나무 고장답게 대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고...
도로변에는 메타쉐콰이어와 붉은 꽃을 피운 배롱나무가 보인다.
대나무의 고장, 담양
무엇보다도 나무들이 좋아 내가 자주 찾았던 곳이기도 하다.
한 때는 죽녹원, 관방제림, 메타쉐콰이어 가로수길에 빠져 두번이나 찾아온 적이 있고,
몇년전 가을에는 순창의 강천산을 넘어 담양의 금성산, 금성산성으로 넘어온 적이 있다.
이번이 그러니까 네번째 방문인 셈이다.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부산 다음으로 많이 찾아온 곳이다.
앞으로도 화순 운주사 다음에 또 담양으로 여행을 와야지 계획하고 있다.
다음에 담양에 오면 대나무 테마공원, 금성산성, 창평마을로 여행을 다녀야지
여행 일정까지 미리 잡아두고 있다.
소쇄원 건너편의 주차장 앞 버스정류장에서 내리고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이라
주차장 아래의 정민 쉼터에 들어가 김밥을 먹는다.
시골이라 그런지 김밥 안에 들어간 채소들이 싱싱하다.
바삭바삭 깨무는 소리마저 상쾌하게 들린다.
시골 김밥
김밥에 캔커피까지 마시고 주차장을 지나 소쇄원 안으로 들어선다.
소쇄원은 10여년 전에 한번 찾아온 적이 있었다.
그 해 여름은 얼마나 무더웠는지...
소쇄원 주변에는 식당이나 가게도 없어서
배고픔을 참으면서 소쇄원에 앉아 있었던 기억들
그 날의 배고픔이 제일 먼저 떠올라진다.
무성한 대나무 사이를 지나 소쇄원에 이르고...
광풍각에는 많은 사람들이 마루에 걸터 앉아 계신다.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앉아 있는 모습들이 참 편안하게 보인다.
소쇄원의 참 매력은 이런 것이 아닐는지...
멀리서 찾아온 사람들이 정자에 앉아 쉬어갈 수 있다는 점
소쇄원 가운데로 흐르는 얕은 계곡물에도
사람들이 앉아 탁족을 즐기시고 계신다.
주변의 대나무숲과 정자를 사진기에 담고...
울울창창한 대나무숲을 보면서
지난번 상해의 공원에서 보았던 무성한 대나무숲
그 숲을 보면서 내가 제일 보고 싶어했던 대나무숲은
담양의 죽녹원의 대나무도,
울산의 태화강 십리대밭의 대나무도 아닌
이 곳 소쇄원 입구의 대나무숲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소쇄원을 뒤로하고 내려온다.
차들이 많이 다니는 도로변
도로변 앞으로 멀리 무등산 정상 천왕봉과 중봉이 보인다.
천왕봉에서 중봉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참 부드럽다는 생각
소쇄원에서 식영정으로 찾아가는 도로변에는
붉은 배롱나무꽃이 줄줄이 심어져 있다.
소쇄원에서 가사문학관 가는 길 앞에는
세련되고 고급적인 카페가 보인다.
이런 곳에 저런 카페가 생겼네...
너무 고급적이고 귀티가 나서 들어갈까말까 망설이다가
그냥 지나치면 나중에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 안으로 들어간다.
카페 내부도 멋지게 잘 꾸며져 있다.
카페 겸 식당이어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커피나 음료 보다는
정식을 드시고 계신다.
하얀색 외벽에 천정에 달린 화려한 전등
내부도 볼만하다.
이곳에서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카페를 나온다.
도로를 건너 가사문학관 앞을 지나쳐
가사문학관 옆의 식영정 계단을 오른다.
주변에는 소나무들이 많이 심어져 있다.
식영정... 그림자가 쉬어가는 정자
이름 자체가 풍류를 넘어 철학적인 이름이다.
난 무엇보다도 정자 앞의 소나무 줄기가 일품이라는 이야기에
예전부터 찾아가보고 싶어했다.
역시 정자보다는 주변의 검은 소나무 줄기들이 보기 좋다.
이런 소나무 줄기를 보기 위해 이 자리에 정자가 세워져 있는 것 같다.
비 오는 날에 이 정자에 앉아 있으면 운치가 있을 것 같다.
식영정을 나와 건너편의 환벽당과 취가정을 찾아간다.
넓은 도로를 지나고 다리를 건너
광주호 건너편의 오솔길 안으로 들어간다.
그 오솔길을 걸으면서
담양과 광주의 정자와 원림들이 가까운 거리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는 생각이 들고
그런 모습들이 웬지 정겨워 보인다.
가사 문학의 산실, 담양과 광주의 정자와 원림들
이정표를 따라 한벽당으로 올라간다.
조그만 문에 좁은 돌계단길
들어가는 입구부터가 예쁘다.
돌계단길을 오르고...
주변 산에는 식영정처럼 소나무숲을 이루고 있다.
아래에는 작은 연지가, 연꽃이 피어난 연못이 있고...
축대 위의 정자가 늠름하게 세워져 있다.
그런데 정자 안 마루에는 젊은 아기 엄마와 아기가 곤히 주무시고 계신다.
이런 모습들은 미처 생각하지 못 했는데...
내 발걸음은 어느새 조심스러워지고...
사진 찍는 것도 조심스러워진다.
조선시대 선비들의 풍류를 위해 세워진 정자가
오늘날에는 주변 마을사람들의 휴식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한벽당 정자가 죽은 문화유산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살아있는 문화유산이라는 생각에
한벽당이 더더욱 고맙게 느껴지기도 한다.
정자 앞 마당 앞의 백구도 대문턱에 머리를 기대고 낮잠을 자고 있다.
모두가 자고있는 조용한 정자, 한벽당
웬지 조심스러운 한벽당을 내려와
그 옆의 취가정을 오른다.
취가정은 임진왜란 당시 의병을 일으키고,
호남의 많은 선비들을 모아 왜군들과 싸우셨던 충장공 김덕령 장군을 기리는 정자이다.
의심이 많았던 선조
호남에서 승승장구하던 김덕령 장군을 시기하기 시작한다.
나중에는 역모죄로 엮어 김덕령 장군을 죽인다.
바다 위의 이순신 장군님과 많은 의병들로 겨우 전쟁을 버텨나가던 조선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일어났다는 사실에 얼마나
우리 조선의 역사가 부끄러웠는지...
그 당시 선조와 이순신 장군님의 껄끄러웠던 관계도 새삼 떠올라지는 장면이다.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김덕령 장군님은
무등산의 산신령으로 모셔진다.
취가정에서도 아저씨 두분이 마루에 앉아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취가정을 나와 푸르른 논을 가로질러
지곡버스 정류장 앞에 선다.
정류장 안 의자에 앉아 광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버스는 한참을 지나도 오지 않고...
더워서 밖에 나와서 나무 그늘에 서서 버스를 기다린다.
애타게 기다리던 버스가 들어서고...
충효 187번 장등동행 시내버스
버스 안에 올라가 의자에 앉는다.
버스 안은 냉방이 잘 되어 있어 시원하다.
광주호와 광주생태공원을 지나 무등산 안으로 올라가고...
무등산 아래의 버스정류장에서는 많은 등산객들과 청소년들이 버스에 올라
금방 만원버스를 이룬다.
내가 탄 버스는 무등산 아래의 도로를 달려 고개를 오르고...
창 밖으로 가끔씩 쭉쭉 자란 편백이 보인다.
산 아래의 편백을 보면서
다음에 광주에 오면 증심사 근처의 제1수원지 주변의
편백숲을 찾아가봐야지 맘 먹는다.
언덕을 오른 버스에서 전망대라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나는 순간적으로 오늘 날이 좋아 전망대에서 광주시내 전망을 찍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급하게 버스에서 내린다.
전망대는 3층으로 이루어진 매점 겸 식당이다.
전망대 앞에서 광주시내를 내려다보니,
전망이 맑지 못하다.
뿌연 연무가 끼여있고...
맑은 광주시내 전망은 나만의 욕심이었다.
그럼에도 사진 몇장 찍고
매점에서 사이다를 사와 파라솔 아래에 앉아
시원한 사이다를 마신다.
다음에 날 좋은 날에 광주에 오면
이곳에 올라 다시금 광주시내 사진을 찍어야지 하는 또 다른 욕심을 가져본다.
또 하나, 이 곳 전망대와 지산유원지 전망대가 같은지, 다른지 생각해 본다.
누구한테 물어보면 금방 알 수 있겠지만,
주위에 마땅히 물어볼 사람이 없어 궁금증은 궁금증으로 끝난다.
전망대 앞에서 다시 광주시내로 가는 1187번 광천동행 시내버스를 탄다.
다행히 이 버스는 만원버스가 아니다.
의자에 앉아 간다.
산을 내려오고...
문화의 전당역 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건너편의 충장로로 들어선다.
이 곳 충장로가 김덕령 장군님을 기리기 위해 충장로라고 부르나 그런 생각이 얼핏 든다.
젊은 사람들이 많은 주말의 충장로
충장로를 돌아다니면서 백반집을 찾는데, 쉽게 보이지 않는다.
광주에서 백반집을 찾아 돌아다녀야만 하는 실정
하긴 경제적인 효율면에서 반찬이 많이 나오는 백반은 비효율적일 수 있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비자본주의적인 생각, 욕심
광주에, 호남에 푸짐한 반찬이 나오는 식당을 찾는 것은
지금은 여러모로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참을 돌아다니고...
고깃집들이 많아 보인다.
예전 그랜드 호텔 자리 뒷편의 골목길을 돌아다니다가 겨우 백반집을 찾는다.
기어이...
이 식당도 아침과 점심에만 백반을 하고
저녁에는 백반을 하지 않는 집인데,
나의 부탁과 점심에 남은 반찬이 있어서
저녁시간에 백반이 가능하다고 말씀해 주신다.
내가 오래 전에 한달 이상 광주에 머문 적이 있었다.
광주에서 무위도식을 하던 시절
어느 날인가 그 날은 무슨 이유였는지 내 주머니에 돈이 없었다.
그래서 아침은 여관에서 빵으로 때우고
점심은 굶고
저녁에는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와
어느 골목 안의 허름한 식당에 들어가
라면에 공기밥 하나를 추가하였다.
그런데 라면에 공기밥 하나를 추가했을 뿐인데.
반찬이 무려 열가지나 넘게 나왔다.
아니 이럴 수가...
서울에 계신 어머니가 나 몰래 주인 아주머니한테 일부러 부탁한 것도 아닐텐데...
솔직히 생각지도 못한 푸짐한 반찬에 눈물이 핑 돌 정도였다.
또한 제대로 직장도 없이 떠도는 부랑아가
얼굴도 모르고 이름조차 모르는 식당 아주머니한테
대접을 받는 느낌
그 느낌은 오랫동안 내 기억에 지워지지 않았고...
몇년 후 내가 서울에서 일자리를 얻고 자리를 잡아가고 있을 무렵
어느날 그 식당의 아주머니가 너무 고마워서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고마워서
그 아주머니한테 그 때 고마웠다고
그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일부러 광주로 왔는데,
그 식당은 무슨 인쇄소로 이름이 바뀌어 있었고
그 당시의 식당 아주머니는 주변에서 아시는 분이 없었다.
그게 광주의 푸짐한 인심이었는데...
항상 광주에 오면 그 날 받았던
라면에 공기밥을 추가한 음식에
딸려 나왔던 무수히 많은 반찬들과
뚱뚱하시고 인자해 보이시던 아주머니를 잊을 수가 없다.
솔직히 그 날 푸짐한 반찬을 보면서
고마움 보다는 웬지 울고 싶었다.
서울에 있는 엄마가 보고 싶어서...
엉엉 소리내어 울고 싶어서...
라면에 공기밥, 거기에 딸려온 많은 반찬들,
그것은 우리 어머니의 마음이었고,
그래서 엉엉 울고 싶었던 마음이었다.
어쩌면 광주는 내게 그런 곳인지도 모르겠다.
엄마가 보고 싶어 엉엉 울고 싶어했던 그 날의 광주
어머니의 도시, 광주
어머니의 산, 무등산
'여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당일치기 보령 가족여행기... 대천 해수욕장과 머드축제장(7.25) (0) | 2015.08.06 |
---|---|
1박2일 담양, 광주여행기... 둘쨋날... 광주 양림동 문화유산탐방(7.20) (0) | 2015.08.03 |
2박3일 고창 여행기... 셋쨋날 (0) | 2015.06.06 |
2박3일 고창여행... 둘쨋날... 선운산 산행기 (0) | 2015.05.31 |
6박7일 중국 상해 가족여행기... 여섯쨋날 (0) | 2015.0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