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어느 산골마을에 나이드신 할머니가 사셨습니다.
할머니는 먼 곳으로 시집간 딸의 겨울 옷을 전해주기 위해
새벽밥을 드시고
딸이 사는 마을로 길을 나섰습니다.
산을 넘고
내를 건너고
점심에는 집에서 싸온 고구마와 떡을 드시고...
다시 산을 넘고
마을을 가로질러
논밭을 지나
다시 험한 언덕길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언덕길에 오르자
뒷편으로 짧은 하루해가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딸이 사는 마을이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서서
딸이 사는 마을 대신
지금까지 걸어오신 길을
한없이 쳐다보셨습니다.
작은 산들과 언덕에 막혀
지나온 길들은
대부분 보이지 않으셨지만,
그럼에도
한참을
한참을
당신이 걸어오신 길을
내다보셨습니다.
서편 하늘은
주황색 하늘로 바뀌는가 하더니만,
금새 산 아래로 숨어버렸고
어둠이
어둠이
아스라이 내려앉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