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에서...
밖에는
무지막지하게
흰 눈이 쏟아지고 있었어
역사 안
가운데
조그만 난로 주위로
승객들이 모였어
나이 드신 할머니는
난로에 바짝 붙으셔서
꾸벅꾸벅
졸고 계셨어
길게 늘어뜨린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난로에 닿을 것 같아
괜시리 걱정이 들었어
어떤 아주머니는
연신 기침을 콜록이시고,
어떤 아저씨는
오지 않는 기차에 대해
시발, 시발
험담을 늘어놓으셨어
역사의 역무원은
오지 않는 기차에 대하여
아무 말씀이 없으셨어
답답한 마음에
역사 밖으로 나가
담배를 피우고 싶었지만,
쏟아지는 눈과 추위가 무서워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어
기차는
눈 속을 뚫고 올 수 있는지
오지 않는 기차에 대한
걱정으로
역사 안은
무겁기만 했어
어두워진 하늘 아래
밤송이만한 눈은
쉴새없이
쏟아지고
쌓이고
또 쌓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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