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2박3일 제주도 여행 셋쨋날(6.6)

자작나무1 2017. 7. 4. 06:05

 "척박한 땅이지만 결코 좌절하지 않는 인간들이 대대로

  거기에 뿌리내려 살아오지 않았던가. 대지가 강인한 만큼 인간의 자

  부심 또한 완강했다. 말뚝을 한 자만 박아도 암반에 부딪치는 척박한 지

  표 위에 새, 억새, 무리들처럼 촘촘히 서로 얽힌 그물같은 집단의 뿌

  리로서 존재해 온 그들이었다. 관권의 폭압에도 좀처럼 굴하지 않던

  사나운 혼, 항쟁으로 점철된 역사...... 그러나 그 세계는 반세기 전의

  대참화로 영원히 종언을 고하고 말았다. 숱한 인간들이 멸망하고, 남

  은 것은 달랠 길 없는 깊은 한과 슬픔, 그래서 이제 저 아름다운 풍광

  의 배후에는 아직도 진혼되지 않은 수만 원혼들이 음산한 기운으로 깃

  들어 있건만, 그 풍광을 종횡무진 뚫으며 호사한 관광객들이 유쾌하게

  흘러간다."

 

   현기영님의 장편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 p.161

 

 아침에 일어나 어제처럼 탁자에서 어제의 여행기를 이어쓴다.

모닝커피 한잔 타 마시면서...

어머니와 성주가 일어나고...

성주가 뷔페에 늦게 가면 먹을 것이 없다고 해서

세사람이 1층 로비의 식당으로 조식뷔페를 먹으러 간다.

콘도에서의 조식뷔페

내가 국내에서 호텔에서 자 본 적이 거의 없어서

오늘 아침처럼 조식뷔페를 먹어본 적이 적다.

그래서 이번에 먹어보자고 어머니한테 이야기를 했었다.

나는 나 나름대로 조식뷔페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밥보다는 빵 위주로 식사를 한다.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각자의 짐을 싼다.

오늘은 제주여행의 마지막 날

숙소를 나와야 하는 날이다.

숙소를 나와 애월방향으로 간다.

아침부터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비가 와서 오늘은 내가 여행지를 정하지 않고

성주가 가고 싶은대로 가라고 이야기를 했다.

성주는 어제처럼 중산간 도로를 넘어

애월 해안도로를 달린다.

성주가 1년 동안 제주에 살면서

애월 해안도로로 자전거를 많이 탔다고 한다.

그래서 애월 해안도로로 오게 되었다.

 

 

 

 

 

 도로를 달리다가 무인카페가 보여 화장실에도 갈겸

고내리 무인카페 "산책"에 들어간다.

작은 카페, 벽에는 글씨가 깨알같이 씌여있는

포스트 잇이 벽에 붙어 있는 카페

한켠에는 자작나무가 세워져 있고...

몇몇 사람들이 탁자 곁에 앉아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계신다.

창 밖으로 비가 내리고...

조금은 한적하고 고즈넉한 분위기

제주에 오면서 무인카페도 오고 싶어했는데,

이렇게 오게 되어서 기쁘다.

또 이번 제주여행은 카페여행이라고 할 정도로

카페를 많이 찾아다녔다.

 

 첫날, 구좌 고내리 카페 "깡"

 둘쨋날, 산방산 아래 E D Azang coffeee

            협재해변의 카페 "산책"

            서귀포 남원 서연의 집

 

 어머니와 성주랑 드라이브와 카페 나들이를 한

2박3일 제주도 여행

한참을 앉아 커피를 마시고 카페를 나와

성주가 예전에 살았다는 아파트를 보러 간다.

제주시와 애월읍 경계의 아파트, 부영 아파트

성주가 살았다는 아파트를 보면서

나도 1년 정도 제주도에서 혼자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해본다.

성주의 제주도 이야기

제주도는 습해서 해안가보다는 산 밑이 좋고

여름에도 제습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

여름에는 빨래를 해도 잘 마르지 않는다고...

비가 많이 내리는 제주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 있어서

자전거로 돌아다니기 좋은 곳이

제주라고 한다.

 

 제주 도심은 차들로 분주하고...

높은 건물들과 호텔이 많은 중심가를 지난다.

제주향교,

지난번에 다녀왔던 관덕정, 동문시장을 지나

제주 자연사박물관 앞 주차장에 도착하고...

주차장 건너편의 국수회관에서 고기국수를 먹는다.

 

 

 

 고기국수는 이름은 많이 들었는데,

먹어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삶은 돼지고기가 들어간 국수

고기가 들어갔슴에도 국수가 비릿하지 않다.

국수도 맛있고 고기도 생각보다 많다.

예전에 춘천에서 먹었던 막국수에서도

국수 위에 수육이 올라가 있었는데,

어느 사이에 그 수육이 없어졌다.

식당을 나와 제주항을 지나 용담해안도로를 달린다.

이 길은 지난 1월 3박4일 제주도 가족여행 시

안선생님의 운전으로 어머니, 내 동생이랑 함께

지나갔던 길이다.

그 날 행복했던 기억들

행복의 시간들...

해안도로를 달리다가 무인카페 노을언덕이 보여

무인카페 안으로 들어간다.

 

 

 

 

 

 

 

 

 

 무인카페 노을언덕

지난번 제주여행 시 넷쨋날 안선생님이랑

이곳까지 아침산책을 왔었는데,

안선생님이 카페에는 안 들어가신다고 해서

못 갔던,

그래서 나름 다시금 찾아가고픈 카페이었다.

앞으로는 검은 현무암이 깔려있고...

그 뒤로 시원한 바다가 펼쳐져 있는 무인카페

2층으로 이루어진 카페

이 카페는 인기가 많은지

1.2층 좌석에 사람들로 꽉차고...

그럼에도 꾸역꾸역 사람들이 계속 들어오신다.

옆에 제주공항이 가까워서 그런 것 같다.

커피를 타서 야외 탁자에 앉아 바다를 보면서

커피를 마신다.

그러고 보니, 이제 바다를 볼 시간도 이번이 마지막이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한참을 바다를 보고...

어머니랑 성주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어머니는 이번 제주도 여행이

이제까지 다녀왔던 많은 여행 중에서

제일 마음 편하고 즐거웠던 여행이었다고 말씀을 하신다.

그 말씀에 나도, 성주도 기분이 좋아지고...

세사람이 오붓하게 떠난 여행

인원이 적어서 그런지 다른 가족들과의 여행보다

한결 마음 편안한 여행이었다,

어머니의 행복했던 제주도 여행

카페를 나와 렌터카 회사에서 차를 돌려주고

렌터카 회사차를 이용해 제주공항에 도착한다.

6월 6일 현충일 오후시간

제주 공항에도 사람들로 복잡하고...

면세점에 들어가 학교에 계시는 보안관님과 영식이의 담배를 사고...

의자에 앉아 비행기 출발시간을 기다린다.

 

 지난 1월달과 이번 제주여행을 준비하면서 내가 읽었던 책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7 -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  유홍준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 창비

그리운 바다 城山浦  이생진님  동천사

JEJU 나 홀로 제주 - 제주에서 만난 길, 바다 그리고 나  장은정님  리스컴

다시 읽는 하멜 표류기  강준식님 

지상에 숟가락 하나 현기영님 실천문학사

순이 삼촌 현기영님 창비

 

 2박3일 어머니와 성주랑 함께했던 제주도여행

성주가 운전을 하고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어서

어머니도, 나도 너무나 행복했던

마음 편했던 제주도 가족여행이었다...

그 만큼 고마운 여행이었고...

집에 홀로 계시는 외할머니를 잊은 채 돌아다녔던 여행

이번 여행이 어머니와의 마지막 여행이었다는 것은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 했었다.

여행 마지막 날

집에 돌아오니,

집에 홀로 계시던 외할머니가 마루에 쓰러져 돌아가신 상태이셨고,

어머니는 그 충격에 쓰려져서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을 하시고

나흘 후에 그 충격을 이기시지 못 하시고 돌아가셨다.

말로만 듣던 줄초상

일주일 동안 막장 드라마 속을

배역도 대사도 없이 떠돌던 느낌

삶과 죽음은. 행복과 불행은 뫼비우스 띠처럼

이어져 있다는 것을 가슴 아프게 느꼈던

하루하루이었다.

어머니와 함께했던 제주도 여행

어머니와의 마지막 여행이었다는 점에서

두고두고 잊지 못할

그 만큼 가슴 아팠던 여행이 될 것이다.

 

 돌아가신 어머니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사랑합니다.

보고 싶습니다.

어머니의 빈자리가 오랫동안 커다란 빈자리로

슬픔의 공간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많이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