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당일치기 강경 도보여행(9. 1)

자작나무1 2018. 9. 2. 11:42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부리나케 씻고 집을 나온다.

신도림역에서 용산역으로...

기차 줄발시간까지 십여분 시간이 남아

롯데리아에서 모닝 클래식(치즈버거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는다.

플랫폼으로 내려가고...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목포행 무궁화호(07:19)는

20여분이 지나서 플랫폼으로 들어온다.

기차에서는 기관차 고장으로 기차가 늦게 들어왔다고 방송을 하였다.

나의 짧은 생각으로는 KORAIL은 KTX 중심으로 운영되어서

무궁화호의 연착이 자주 발생하는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KTX와 무궁화호는 선로가 다르지만,

KTX 중심으로 운영 되다보니, 무궁화호는 조금 뒤처진 느낌이 든다.

기차에 올라 창 밖을 멍하니 내다보면서 강경으로 간다.

몇일 동안 비가 내려서 그런지 오늘은 날이 맑다.

여행 가기 좋은 날, 사진 찍기 좋은 날

계룡역을 지나면서 넓은 논들이 펼쳐진다.

가을 추수를 기다리는 논들

올 여름 무지막지한 더위와 가뭄에도 불구하고

잘 자란 벼들이 고맙고 또 고맙다.

이 길은 기차가 아니라 걸어서 논들을 보면서

걸어가면 딱 좋은 길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논산 평야

들녘 뒤로 우뚝한 계룡산과 천황산

논산역을 지나 강경역에 도착

강경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그만 읍내 주변으로 볼거리가 많을 것 같아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젓갈의 고장

금강 하구에 위치하여 조선의 3대 포구 중의 하나였던 강경포구가 있었던 곳

일제 시대에는 군산이나 인천처럼 수탈의 전초기지

역을 나와 큰 길을 따라 걷는다.

중간에 황산 초등학교의 건물, 알록달록한 건물이 예뻐

앞에서 건물 사진을 찍는다.

황산 초등학교를 지나 강경젓갈 축제가 열리는 금강변으로 간다.

금강 앞 도로에는 아동문학가 이창건님의 어머니라는 시비가 세워져 있다. 

 

 

 

   어머니

                   이창건

 

   할아버지 사셨을 적부터 어머님은 광주리 하나로

  살림을 맡았습니다.

 

   설움으로 얼크러진 머리를

  손빗으로 가다듬으며

  살림의 틀을 야무지게도 짜냈습니다.

 

   봄, 여름은 푸성귀로

  광주리를 채우고

  가을, 겨울엔 과일로

  광주리를 채웠습니다.

 

   그러나 어머님은

  그 솔껍질 같은 손으로

  광주리 한 구석에

  내가 기둥나무로 자라기 바라는

  기도를 꼭 담곤 했습니다.

 

   내가 이 만큼 자랐는데도

 오늘 아침

 어머님은

 내 기도가 담긴 광주리를 이고

 사립문을 나섰습니다.

 

 

 

 

 

 강 옆의 넓은 초지

푸른 초지 위로는 엉뚱하게도 흰 백로들이 앉아있다.

강 하구로 낣은 폭의 금강

옥녀봉을 향해 걷는다.

강경갑문을 지나고

옥녀봉으로 오르는 계단길을 오른다.

 

 

 

 

중간의 ㄱ자 형식의 초가 한 채

기독교 한국침례회 국내 최초 예배지

그 초가를 보면서

처음 기독교가 한국에 들어올 당시의 모습들이 절로 떠올라진다.

낯선 이방인 선교사

폐쇄적인 조선사회에서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조상숭배를 문제 삼지 않고,

남녀칠세부동석도 인정하여 따로따로 예배를 드리고...

교육과 의술을 베풀고...

기독교의 유연성

또 많은 사람들이 기독교에 관심을 기울었던 조선인들은

그 나름대로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로 기독교에 몰렸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선의 유교와 불교에 대한 반발로 성장한 기독교, 천주교, 천도교

초가 위에는 가정집 형태의 가게가 있고

그 위 봉우리에는 송재정이라는 정자가 있고,

그 옆 봉우리에는 커다란 나무와 봉수대가 있다.

주변에 커다란, 오래된 나무들이 많아 보기 좋다.

 

 

 

 

 

 

 

 

 봉우리에서 바라보는 금강 하구

넓은 강에 얕으막한 산들이 멀어져가는 느낌

거기에 강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들...

편안한 풍경에 시원한 바람

그게 너무 좋아 나무 아래 의자에 앉아 한참을 쉰다.

강경과 부여가 가까운 거리라 그런지

강 풍경이 부여 고란사 백화정 아래에서 바라본 강 풍경과 비슷해 보인다.

내가 오랫동안 앉아 있으니까 어떤 아주머니가 나에게 다가오셔

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해서 나무 아래에서 독사진도 찍는다.

바위 위에 해조문이라고 해서

바다의 밀물, 썰물과 그 높이를 표기한 글이 씌여있다.

봉우리 주변의 커다란 나무들을 내 사진기에 담으면서 옥녀봉을 내려간다.

체육공원에서 바라본 강경 읍내

이 곳도 강 풍경처럼 보기 좋다.

높은 교회 첨탑들 사이로 집과 건물들과 도로가 빽빽이 모여있는 모습들

그 도시 너머로는 논들이 펼쳐지고...

골목을 지나 또 다른 골목길을 걷고...

중간에 유정식당이라는 식당에서 점심으로 백반을 먹는다.

백반에 젓갈이 많을 줄 알았는데, 젓갈은 두개였다.

낙지 젓갈과 오징어 젓갈

점심을 먹고 한산한 골목길을 돌아다닌다.

오늘은 날이 더워서 그런지 주변에 관광객들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

조용한 읍내 분위기

 

 

 

 

 

 

 골목길에 낡은 건물들이 많이 보인다.

일제 시대의 건물들도 간혹 보이고...

전에 인천이나 군산에서 일제시대 건물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이번 강경에서는 오래된 건물들을 보면서

강경의 침체된 경제가 떠올라졌다.

돈은 많고 적음도 중요한 문제이겠지만,

그 보다 유통이, 흐름이 중요한데,

강경에서는 돈이 흐름이 정체가 되어서

오래된 건물들이 오래된 채 방치되어 있다는 생각

강경에 돈이 쌓이고 흘러다녀야 하는데,

강경에서 돈이 모이면, 논산으로, 대전으로, 서울로 빠져나가

강경의 경제는 일제시대보다 나아질 수 없었다는 생각

대동전기상회, 구 연수당 건재 약방,

강경 여자중학교 안의 스승의 날 기념탑도 둘러본다.

 

 

 

 

 학생들이 선생님의 병문안을 계기로

강경에서 스승의 날이 생겼다는 이야기

다시 발걸음을 돌려 황산 방향으로 걷는다.

강경 도보여행

중간에 Cafe table528에서 팥빙수를 먹는다.

 

 

 

 오늘도 지난 달의 진주, 김해여행처럼 날이 덥다.

너무 더워 졸렵고 맥이 빠지는 느낌

그래서 카페에 들어가 팥빙수를 먹는 것이다.

시원한 냉바람에 시원한 팥빙수

이 카페 한쪽에는 민음사에서 나온 해외 문학 작품들이 잘 진열되어 있다.

책들이 많아 조그만 도서관에 와 있는 것 같다.

민음사 책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책들이 구비되어 있다.

여행 관련 책들도 보이고, 해외 여행에 관한 책들도 자주 눈에 띄여

이 곳 사장님은 책을 많이 읽으시고, 해외 여행도 많이 하셨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장 건너편 벽에는 해외여행 사진들이 줄 아래 매달려 있었다.

카페를 나와 황산을 찾아간다.

강경 읍내

읍내에는 도로를 따라 젓갈의 고장답게

젓갈 가게들이 많다.

하나 건너 젓갈집이다.

그런 젓갈집을 보면서

엉뚱하게도 강경에 젓갈이 없었다면

이 가게들은 무엇을 팔았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시장 자체가 젓갈시장이다.

강 옆의 황산

 

 

 

 

 입구에는 죽림서원이 있다.

그런데 죽림서원은 문이 닫혀있다.

서윈 뒷쪽의 울창한 대나무숲

몇일 전에 보안관님이 해주신 이야기가 떠올라진다.

전라도에서는 산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대나무를 많이 심었다는 이야기

대나무 뿌리가 얽히고 설켜 땅을 붙잡고 있어

대나무 밭에서는 산사태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씀

서원 옆 계단길을 오르니,

송시열 선생님이 제자들을 가르쳤다는 팔괘정이 있다.

커다란 바위 앞의 한옥 한채

그 앞에서는 금강이 유유히 흘려가고...

송시열 선생님이 스승인 김장생 선생님 곁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어하셔서

이 곳에 서당을 세웠다고 한다.

팔괘정... 주역에서 이름을 따왔나보다.

팔괘정을 지나 정상의 황산 전망탑에 오른다.

달팽이 계단길

부산 태종대 영도등대 오르는 길도 이런 달팽이 계단길이었다.

전망은 좋은데, 창문이 지저분하여서 멋진 전망도 별로로 보인다.

강경이 일제시대의 건물들을 리모델링하고

거리 곳곳에 이정표를 세우면서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는데,

그 시작은 황산 전망탑의 유리창을 청소하는 것에서 시작하였으면 좋겠다.

강경 여행기를 읽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황산 전망탑에서

실망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읽었다.

멋진 전망에 지저분한 유리창

또 하나 나는 실망할 것을 알면서도 굳이 전망탑에 오른 이유는

기차를 타고 강경을 지나가면서 강경에서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이

전망탑이어서 그 전망탑에 오른 것이다.

항상 기차를 타고 강경을 지나가면서

다음에 강경에 오면 제일 먼저 황산탑에 올라가야지 마음을 먹곤했다.

옥녀봉에서는 저 멀리 계룡산을 보지 못했는데,

이 곳 황산에서는 저 멀리 계룡산이 잘 보인다.

평야지대, 얕은 산들 그 뒤로 보이는 계룡산의 능선들

평야지대 뒤로 보이는 계룡산이라

그 계룡산이 그 높이에 비해 더 높아 보이고,

나름 위엄을 갖춘 산으로 보인다.

대전에서 볼 때보다 이 곳에서 보는 계룡산이 더 멋져 보인다.

황산을 내려오고 좀전에 갔었던 Cafe "table528"에서

이번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카페를 나와 카페에서 가까운 세진 젓갈에서

내 동생이 부탁한 명란과 낙지젓갈을 산다.

산지라고 하는데, 다른 곳보다 가격이 싼 것 같지는 않다.

명란 2만원, 낙지젓갈 1만5천원

젓갈을 사가지고 강경역으로 간다.

기차 출발시간까지는 한시간 이상 남아

역 대합실에서 "세계를 간다 해외 여행 가이드 41 - 베트남"을 다 읽고,

연합뉴스 TV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