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알람이 울린다.
부리나케 일어나 씻고,
우유와 커피를 마시고,
옆에 있는 뭉치의 사료와 말린 오리를 준다.
배낭을 챙겨 집을 나온다.
오늘은 웬일인지 뭉치가 꼬리를 흔들면서
나를 배웅해 준다.
신도림역에서 서울역으로...
얼마간의 시간이 남아
편의점에서 사 온 캔커피에 담배 2대를 피우고
기차를 타러 간다.
부산행 KTX(07:00)
KTX 12월호를 읽는 중에 기차는 출발을 한다.
아직 밖은 어둡다.
그럼에도 주변에 등불이 있어 그렇게 깜깜하지는 않다.
어둠을 밝히는 가로등, 건물 안의 불빛들
잠들지 않는, 잠들지 못하는 서울
그런 모습에 불야성이라는 말이 절로 떠올라진다.
아산이 가까워지면서 주위가 밝아지고...
하늘이 맑아 보인다.
맑고 시린 겨울 아침
KTX 12월호를 다 읽고,
그저 무심히 창 밖을 내다본다.
겨울을 맞는 산들
그래서 그런지 산의 이미지가 쓸쓸해 보인다.
적적함, 적막감
울산을 지나면서는 영남 알프스의 산들이 가까이 보인다.
가지산, 영축산
2시간 40여분만에 부산역에 도착
작년 1월에도 부산에 왔었었다.
그럼에도 아주 오래간만에 부산에 온 느낌이 든다.
반가움
내가 좋아하는, 편애하는 부산
항상 공사 중이었던 부산역 앞 공간은
공사를 다 마치고 대합실로 되어 있었다.
안에 사무실에 빈공간이 눈에 띄었다.
유라시아 관문
이름이 너무 거창하다.
이름이 거창하면 실속이 없게 되는데...
역 앞의 흡연실에서 담배 2대를 피우고,
부산역에서 1호선 노포동행 전철을 타고 범어사역으로 간다.
범어사역 1번 출구에서 아홉산숲으로 가는 2-3번 마을버스를 기다린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마을버스는 오지 않는다.
앞에 이정표에 2-3번 번호는 있는데,
버스가 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서 있기가 힘들어 택시를 타고 아홉산숲으로 간다.
아홉산숲은 올 1월에 갔던 곳이다.
그런데 방학이라고 해서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복수혈전이라는 생각으로 또 가게 되었다.
그것도 택시를 타고...
택시는 금정체육공원을 지나 고속도로 위를 달린다.
내가 기장까지 고속도로가 놓였냐고 물어보니까
기사님은 이 고속도로는 김해에서 기장을 거쳐 울산까지 가는 고속도로라고 말씀해 주신다.
아홉산숲 입구에서 내리고...
앞의 식당, 철마부광한우정육점에서 꽃등심 2인분을 먹는다.
기장 철마는 한우가 유명하다고 해서...
어쩌면 이 한우를 먹을려고 여기에 또 왔는지도 모르겠다.
숯불에 굽는 꽃등심
등심이 말처럼 입에서 살살 녹는다.
비싼 만큼 맛이 있다.
1인분 2만6천원, 2인분 5만4천원
내가 혼자 돌아다니면서 오늘이 제일 비싼 식사일 것이다.
전에 성주하고 먹었던 횡성 한우보다 더 맛있는 것 같다.
맛있는 점심을 먹고
내가 가고자 하는 아홉산숲으로 간다.
아홉산 입구의 찻집, 녹녹원
정원이 예뻐 일부러 찾아왔다.
한옥과 연못과 나무들이 잘 어울리는 곳
그런데 찻값이 턱없이 비싸 사먹을 엄두는 나지 않는다.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찻집을 나와 아홉산숲으로 간다.
지금도 인기가 많은 지 1주차장, 2주차장에는 차들이 많다.
사람들이 나와 주차관리를 하고 있을 정도이다.
입장료 5천원을 내고, 아홉산숲 안으로 들어간다.
"여기 부산 기장군 철마면 아홉산 자락에 한집안에서
400년 가까이 가꾸고 지켜온 숲이 있습니다.
오랜 세월 숲다운 숲이 제자리에 있었기에 수 많은
생명들이 깃들게 되었습니다. 산토끼, 고라니, 꿩,
딱따구리들이 우거진 숲과 대밭에 둥지를 틀고,
족제비, 오소리, 반딧불이까지도 온갖 이끼와 버섯들과
이웃하여 살고 있습니다. 아득한 옛날부터 일제 강점기,
해방과 전쟁을 거치고, 또 21세기에 들어서도 묵묵히
나무와 숲을 가꾸어 온 문씨 집안의 고집, 그 고집이
자연생태를 그대로 살린 숲을 지켜내게 했습니다."
경삿길을 오르고, 입구부터 키 큰 대나무들이 나를 반겨준다.
숲 안으로 들어가는 길
길이 넓고 경사가 완만해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들어간다.
키 큰 금강송이 중간중간 자라고...
그 옆으로 빽빽하게 대나무숲이 우거져 있다.
이 대나무숲을 보러 이곳에 오게 된 것이다.
키 큰 금강소나무, 대나무숲, 거기에 편백까지...
이 곳에서 나무의 성찬을 받는다.
점심에는 꽃등심
후식은 나무의 성찬
그 나무들로 행복해하는 나
길 따라 위로위로 올라간다.
언덕 위의 성황당
그 위에는 편백나무숲이다.
숲을 내려오면서 다시 대나무숲
많은 대나무들을 보면서
절로 인제의 자작나무숲이 떠올라졌다.
인제 자작나무숲에서는 자작나무를 잘라
세모꼴의 집을 만들었는데,
이곳에서는 대나무를 잘라
세모꼴의 대나무집을 만들었다.
밑둥이 잘린 대나무
당연 속이 텅 비어 있다.
대나무의 역설
속이 빔으로써 곧게 쑥쑥 자랄 수 있다.
좁은 터에 산책로를 많이 만들어
걷는데에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대나무 숲의 조그만 길
그 오솔길을 천천히 걷는다.
오름길에서는 힘들어 하면서...
겨울에도 이곳에는 사람들이 많이 오셨다.
대나무숲 안에서 인생샷을 찍는 사람들
다 내려오니까 화장실 옆에 토끼장이 있다.
어떤 아저씨께서 토끼는 굴을 잘 판다고 말씀해 주신다.
그래서 그런지 토끼 앞에는 땅 속 굴이 보인다.
화단에는 닭이 능청스럽게 돌아다니고...
"이곳 웅천리 미동마을은 원래 곰내 고사리 밭이고,
지금도 그렇게 부르는 이들이 많다.
'고사리조차도 귀하게 여긴다'는 뜻의 관미헌은
영남지역의 전통적 ㄱ자형 한옥으로 아홉산숲의
나무로만 지었으며, 못을 전혀 쓰지 않았다.
재래식 정지(부엌)와 함께 간벌목, 폐사목을
사용하는 온돌구조로 지금도 산주일가의 생활
공간이다. 그리고 이 정원은 한 때 젖소를 키우는
축사의 마당이었는데, 뒤에 보이는 지하 창고는
전기도 없던 당시 자연 냉장고로서 주로 우유의
보관에 이용되었다.
여기서 밤을 보낸 우유는 아침에 한편 있는
시외버스에 실려 부산으로 보냈다."
관미헌 앞의 구갑죽
거북이 등껍질 형태의 대나무
관미헌 앞의 정원도 이쁘다.
구갑죽, 동백, 키 큰 나무들...
사진 상으로는 관미헌이 나무들과 잘 어울리는 한옥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보니까 그렇게까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나무들로 성찬을 받았던 아홉산숲을 나온다.
점심을 먹었던 식당 옆의 카페 "BeBe"를 찾아간다.
2층의 카페
카페 안에 들어가 따뜻한 카푸치노를 마신다.
카푸치노를 마시면서 최범석님의 "반더루스트, 영원한 자유의 이름"을 읽는다.
이 책은 예전에 한번 읽었던 책이다.
요즘 다시 이 책이 읽고 싶어졌다.
프랑스에서 독일과 폴란드, 발트3국, 몽고와 중국을 거쳐 인천으로 오는
긴 여행기
여행 이야기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들이 실려 있어서
다음에 또 한번 읽어봐야지 맘 먹었었다.
1990년대 초
급변하는 현대사가 함께하는 책이다.
소련의 몰락, 독일의 통일, 발트3국의 독립
격변하는 세상 속에서
공산주의가 물러간 자리에는 빠르게 자본주의가 침투하고,
물가가 올라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는다.
누군가에게는 기회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체제의 변화를 따라가기 힘들어한다.
내 취향에 딱 맞는 책이라
앞으로도 계속해서 읽어야지 맘 먹었던 책이다.
앞으로 긴 여행 중에는 챙겨가지고 와서 읽어야지 맘 먹고있다.
"영어권에서도 자주 쓰이는 독일어 단어 '반더루스트 wanderlust'는
'어디로 떠나고 싶은 욕망, 여행 혹은 방황하고 싶은 욕구'를 뜻한다.
그러므로 약간의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한국말의 '역마살'과는
달리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누구나 자연스럽게 지니고 있는
긍정적 의미의 '방랑벽'이 바로 반더루스트인 것이다.
사람들은 가끔씩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유혹'에 사로잡힌다.
그 동기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도피적 성격이거나, 새로운 곳을
여행하고 싶은 호기심이거나에 상관없이 그 순간 우리는 우리
내부에 잠재되어 있다가 표면으로 떠오르는 '반더루스트'를 체험
하는 것이다. 반더루스트는 자유를 갈망하는 인간의 본능과도 크게
다를 바 없다. 배낭을 어깨에 짊어지고 해외를 여행하면서 나는
많은 동서양의 여행객들을 만나왔는데, 그들 대부분은 '반더루스트'
때문에 가족과 친구를 두고 여행을 떠났고, 앞으로도 떠나지 않으
면 못 배기는 그 자유에 대한 갈망 때문에 새로운 세계를 향해
여행을 하게 될 사람들이었다."
최범석님의 "반더루스트, 영원한 자유의 이름" 중에서 p.35~36
창 밖으로는 농촌 풍경이 보이는 카페
주차장 앞에 많은 차들과 그 뒤의 대나무숲
카페 안에 손님들도 적어 편하게 책을 읽는다.
이 카페는 특이하게 입구에 우주소녀의 CD가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무료로 가져가라고 씌여있어
하얀색의 CD 하나 가지고 나온다.
카페를 그렇게 많이 돌아다녔슴에도
이런 적은 처음이다.
득템
카페 앞 웅천 버스정류장에서
184번 반여 농산물 도매시장행 시내버스를 타고
반여 농산물 도매시장으로 간다.
이 버스는 작년에도 아홉산에서 헛탕을 치고
이 버스로 농산물 도매시장까지 간 적이 있다.
농산물 도매시장 버스정류장에서 내리고,
농산물 도매시장역에서 해운대 해수욕장으로 간다.
4호선인 농산물 도매시장역에서는
두번 환승해서 가야한다.
4호선 종점인 미남역에서 3호선으로 환승을 하고,
3호선 수영역에서 2호선으로 환승하여 해운대역으로 간다.
두번 다 환승을 하는데,
역에서 내려 한계단만 오르면 환승을 할 수 있있다.
서울보다 편안한 환승 시스템
지난 1월 동래역에서는 환승하는 거리가 무척이나 길었었다.
해운대역에서 내려 해운대 해수욕장으로 간다.
어두워지기에는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 있어
또 카페 PASCUCCI에 들어가 따뜻한 카푸치노를 마신다.
이 카페는 3층에 따로 흡연실이 마련되어 있어 들어오게 되었다.
카페 앞 도로에는 사람들이 많다.
젊은 사람들이 많아 자연스레 젊음의 거리로 보였다.
흥청망청하는 환락가 이미지
그럼에도 젊은 사람들로 그런 분위기가 그리 나쁘지 않다.
다 젊어서 그런 것인데...
젊음이라는 이유로 허용될 수 있는 일들...
카페에서 또 다시 따뜻한 카푸치노를 마시면서
최범석님의 "반더루스트, 영원한 자유의 이름"을 읽는다.
"여름에 내가 파리에서 우연히 만났던 독일 기자 마티나 그로스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1989년 11월 9일을 이렇게 회상했다.
전화벨 소리에 낮잠에서 깨어난 그녀는 같은 베를린시에 사는
어머니가 흥분하다 못해 울먹이는 목소리로 알려오는 장벽의
붕괴소식을 듣고 아득한 꿈을 꾸는 것 같았다고 한다. 그녀는
텔레비전으로 그 장면을 보다가 결국 저녁 무렵 어머니와 함께
그 역사적인 현장에 직접 나가 보았단다. 그리고 수 많은 서베를린과
동베를린 시민들이 벽을 통과해 다니는 투명인간처럼 장벽이 일부
사라져버린 경계선을 마음대로 오가는 모습을 의심과 감격이
교차하는 심정으로 지켜보았다고 했다. 얼마 후 중년의 동베를린
여인 한 사람이 두 사람에게 다가와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으로 닦으면서
자신의 빰을 때려달라고 했을 때 세 명의 베를린 여인은 역사의 잔인함과
허무함 앞에 한참 동안 서로 부둥켜안고 울고 말았단다......"
최범석님 "반더루스트, 영원한 자유의 이름" 중에서 p.59~60
감동적인 이야기
난 두번째 읽는데, 이 부분에서 또 다시 마음이 울컥해진다.
전혀 사라지지 않을 것 같던 분단의 벽
그런데 그 벽은 어느 날 순식간에 사라진다.
기쁨과 함께 밀려오는 역사의 허무감
기쁜 일인데, 기쁘면서도 절로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 벽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생을...
아니, 누군가에게는 그 벽 자체가 또 다른 죽음이었는데...
감동에 우리의 분단상태는 떠올라지지 않았다.
당연 통일도 생각해 보지 못했다.
통일을 맞은 독일 사람들의 벅찬 감정들에
나의 감정들도 그리로 쏟아져 내려갔다.
이 책은 이렇게 감동적인 부분들이 많다
격동의 세계사, 그 순간들을 뚫고 이어지는 여행, 여행길
책 속에 푹 빠져 있는 동안 어둠이 내리고...
카페 앞 길에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성탄은 지났는데, 그럼에도 이 곳은 성탄 분위기이다.
연말연시의 왁자지껄함
젊음의 거리
길 가운데 빛축제 시설물들
어둠 속에 반짝이는 불빛들로 흥겨운 분위기이다.
해운대 해수욕장으로 간다.
어둠이 내린 해수욕장
그곳에서는 빛축제가 열리고 있다.
모래사장을 가득 메운 빛축제
황홀한 모습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도 많다.
겨울에도 인기가 많은 해운대 해수욕장
마치 환상의 나라에 온 듯하다.
연신 사진기 셔터를 누르고...
해운대 해수욕장은 성탄이 지났어도
성탄 분위기이다.
어둠을 밝히는 화려한 조명들
LED 등
그 등으로 겨울밤마저 춥지 않다.
날도 춥지 않아 해수욕장에서 미포까지 걸어갔다 온다.
기분이 너무 좋아 일찍 모텔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나 혼자 어떤 황홀경에 빠져 바닷길을 헤맨다.
그러다가 해운대 해수욕장을 빠져나와
해운대 뒷골목의 호텔, 모텔 골목 안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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