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iah Carey의 "Without You"를 듣고...
Mariah Carey의 "Without You"를 들으면서
지난 1996년 친구랑 여행사를 통해서 처음 해외여행을 떠났던 태국을 떠올렸어요.
한국은 늦은 가을이었는데,
그 곳 태국은 우기가 끝나고 건기로 접어들고 있었어요.
날씨도 열대지방처럼 찌는듯이 덥고...
아침부터 왕궁과 에머랄드사원을 둘러보고
배를 타고 수상시장을 돌아보고
점심을 먹고
관광버스로 광대한 벌판지대를 몇시간 넘게 달려
저녁이 되어서야 파타야에 도착했어요.
호텔에 들어가서 짐을 풀고, 저녁을 먹고...
자유시간이 주어져서
호텔 지하의 술집에 들어가 시원한 맥주를 마셨어요.
그 술집은 한국의 술집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한국사람들이 많았고,
술집 중앙에는 무대가 설치되어 있었어요.
그 술집의 가수들이 나와 노래를 불렸어요.
한국사람들이 많다보니,
팝송과 함께 한국가요도 많이 불렀어요.
앳된 표정의 여자들이 짧은 치마에 어깨가 드러난 옷들을 입고,
흥겹게 노래들을 불렀어요.
제 뒤 테이블에 앉은 어떤 아저씨는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아가씨들이 대부분 트랜스젠더라고 일러 주셨어요.
하긴 그 때만해도 트랜스젠더가 무엇인지 몰랐어요.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은 점점 많아지고...
저와 제 친구도 외국에 나왔다는 해방감에 술을 많이 마셨어요.
어느 정도 술이 취한 가운데 어떤 조그만 여자가 무대 위로 올라왔어요.
몸집이 워낙 작아서 어린아이가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갑자기 조명이 꺼지고,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사라지자
술집 전체가 한순간 조용해졌어요.
그 작은 여자가 Mariah Carey의 "Without You"를
반주도 없이 홀로 노래를 불렀어요.
Mariah Carey처럼 힘있고 높은 음으로 최대한 올려 부르는 것이 아니라
제 톤에 맞춰 낮은 음으로,
그러나 또박또박 정성을 다해서 불렀어요.
술집은 무대와는 상관없이 다시 시끄러워지고,
저는 술에 취한 가운데서도 열심히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여자를,
어쩌면 그 여자도 남자일지 모르지만...
열심히 들었어요.
태국에 와서 들은 "Without You".
정말 잘 부른 노래인지 그것은 잘 모르겠지만,
시끄럽고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작은 아이같은 여자가 정성껏 부르던 노래.
지금도 Mariah Carey의 "Without You"를 들으면,
그 날의 술집 분위기와 함께
그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를 키작은 누군가의
정성을 다해 부르던 노래가
잊혀지지 않고 오래도록 생각이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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