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홀리데이의 "I'm A Fool To Want You"를 듣고...
1930년대 대공황기의 미국 남부
어느 클럽의 중앙 무대에 한 여인이 올라온다.
술을 마시는 백인들은 또 다른 검둥개의 등장으로 알고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 여인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고
많은 백인들이 그 노래에 그녀를 다시금 쳐다본다.
그녀는 온 힘을 다해 정성껏 노래를 부르고
주위의 사람들은 그녀의 애끓는 목소리의 노래에
술을 마시는 것도,
이야기하는 것도 잊고
멍하니 노래 부르는 여자만 쳐다본다.
노래가 끝나고
사람들은 무릎 위에 돈을 올려 놓는다.
그러나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불렀던 그 여인은 아예 쳐다보지 않는다.
그 돈을 쥘려고 머리를 숙이면 얇은 옷 속으로 가슴이 뵈이고,
그런 얕은 속셈으로 올려놓은 무릎 위의 검은 돈은 당당히 거절한다.
그녀의 명성이 점점 쌓여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노래를 부른다.
그러나 그녀가 흑인이라는,
단지 노래 잘 부르는 검둥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많은 공연과 음반 취입으로 바쁜 나날이었지만,
수입은 주위 사람들의 농간으로 제대로 받지 못하고,
흑인 여자라는 이유로
밥 먹을 식당도, 잠 잘 호텔도 구하지 못 한채
공연 후에는 뒷골목을 해맨다.
백인들의 동정에,
얼마간의 유혹에 당당할수록
생활은 더욱 궁핍해져가고...
어려서부터 고통스러웠던 인생은
나이가 들고
전국을, 세계를 떠돌아다녀도 나아지지 않는다.
외롭고 지친 일상에,
인종차별이라는 벽에 막힌 생활들 속에
술이 가까워지고
숨어서 피기 시작한 마리화나에 빠지고...
결국 병원에 들어가
흑인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굴곡 많은 마흔 네살의 삶을 마친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인종차별의 벽에 막혀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치료 받지도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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