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금요일 오전시간에...
오늘은 새벽부터 겨울비가 촉촉히 내리고 있다.
좀전에 학교를 한바퀴 돌아보고
교장 선생님과 행정실장님 눈을 피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오늘은 웬지 아무 일도 안 하고
그냥 컴퓨터 앞에 하루종일 앉아있고 싶다.
아니
아니
왜 하필이면 비오는 날에
먼 곳으로 떠나느냐는
엄마의 잔소리를 뒤로하고,
파란 우산을 받쳐씌고
디카와 시집을 들고
아주 머언 곳으로
길을 떠나고 싶다.
비는 내리고...
버스와 기차를 갈아타고
창 밖으로는 비에 젖은 풍경들이
물안개에 막혀 흐릿하게 보이고...
머언 곳으로
머언 곳으로...
길을 떠나는 상상
그 길의 끝에는
시린 겨울바람이,
넘실거리는 검푸른 파도가,
끼룩끼룩 막무가내로 소리를 지르는 갈매기들이,
저의 허전한 마음을 안아줄
겨울 바다가 한없이 넓게 펼쳐져 있었으면...
그런 즐거운 상상 속에서
비오는 금요일 오전시간이
게이르게
게이르게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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