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와 산적두목(일곱)
선비는 오늘도 해지는 시간에 맞춰
마량포구에 도착한다.
바다위에 떠 있는 섬뒤로
하루해가 저물고 있다.
서녘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고...
붉은 해는 달모양을 이루면서
바다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그런 광경을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는 선비.
갑자기 뒤에 기척이 들려 뒤돌아보니,
산적두목이 자신의 뒤에서
해넘어가는 풍경을
황홀에 젖어 바라보고 있다.
산적두목 : 선비님, 잘 있으셨습니까
오래간만입니다.
선비 : 정말 오래간만입니다.
그동안 바쁘셨지요.
산적두목 : 산채를 내려와 전주천변에 싸전을 차리느라고
바쁜 나날을 보냈습니다.
이제 어느정도 여유가 생겨 가게를 나올 수 있었습니다.
선비 : 싸전과 함께 굶주린 농민들에게
쌀을 나눠주고 있다는 것을
인편을 통해 이미 알고 있습니다.
산적두목 : 저도 제 생애중에 제일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음 뿌듯한 일이기도 하고요...
그런 식으로 제 아버지의 죄를
이 세상에서 조금이나마 갚고싶은 욕심도 있습니다.
선비 : 어버지의 잘못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계시나 봅니다.
산적두목 : 잊을 수가 없죠.
그것을 잊어서야 사람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또한 그것으로 인해
새로운 세상을 열겠다는 마음도 가지게 되었구요.
선비 : 새로운 세상을 여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두목님의 건강을 잘 지키십시요.
산적두목 : 명심하겠습니다.
항상 신경 써 주셔서 고맙습니다.
선비 : 밤이 돼서 날이 춥습니다.
제 초막으로 가셔서 저녁식사와 함께
약주라도 드시지요.
산적두목 : 네, 해가 지니, 바닷바람이 더 사나와지네요.
추위를 피해 선비님 초막으로 가겠습니다.
선비와 산적두목은 어두워진 바다를 뒤로한채
선비가 귀양생활을 하는 초막으로 발길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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