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와 산적두목

선비와 산적두목(스물하나)

자작나무1 2013. 12. 4. 18:47

선비와 산적두목(스물하나)

 

 옥에 갇혀 있슴에도

시간은

하루하루는 빠르게 지나갔지

 

 낮에는 노역을 하고

밤에는 동학의 동경대전을 읽고

밤늦게 잠에 들였지

 

 그럼에도 잠은 쉬이 오지 않았지

머릿속은 지난날들의 상념들로

가득찼지

 

 어린시절

개인선생님으로부터 배웠던

천자문과 소학

 

 집을 뛰쳐나와

잠시동안

자신이 어지러운 세상을 구할

정감록에 나오는 정도령이라고 떠들고 다니는 사람하고

몇달을 함께 지냈지.

자신이 새로운 단군나라를 만들겠다고 이야기하면서도

그가 하는 일이라고는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 전부였지

어느날 밤

술에 곯아떨어진 자칭 정도령

밤새도록 때리고

그와 헤어졌지

 

 단지 먹고 살기위해 들어간 조그만 절

큰스님에게서 배웠던 불경

 

 신새벽

절을 빠져 나오면서

다시는

어떤 학문도

어떤 종교도

가지지 않으리라 맘 먹었지

 

 먹고사는 일이 급한 마당에

학문이나 종교는

먹고사는 일하고는

딴세상이라고 생각했지

 

 그래서

나중에 

산채를 짓고

사람들을 모으면서

천주학을 믿는 사람들은

도로 마을로 돌려보냈지

산채에는 천주가 안계신다고...

 

 옥안에

동학도들이 많이 잡혀들어오면서

다시금 동학에 관한 책

동경대전과 용담유사에

빠진 산적두목

 

 동학은

머나먼 세상이야기가 아니라

당장

조선의 농민들을 일깨우는

학문이기를...

종교이기를...

 

 농민세상을

더 나아가

모든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대동세상을 만들어나가는

지침이기를

바랬지

 

 밤이 깊어갈수록

새벽빛은 가까이 다가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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